술 약한 사람이 알아야할 술자리 노하우 세 가지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입니다. 연말연시 벅찬 스케줄에 시달리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벌써 지난 주말에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여 송년회를 마쳤구요. 오는 주말에는 직장 내 동료들과의 회식, 그리고 연말까지 매주에 최소 한번은 회식이 잡혀있답니다. 이 글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술자리를 즐기시는 분들은 그냥 나가주세요^^
그런데 저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들입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술이란 걸 너무 싫어했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권유로 배워 보려고 했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의 그 느낌은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으니까요. 근래에 들어서는 의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술을 못한다고 하면 바보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었습니다.
점차 나이도 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주 안마실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떤 기념일이나 선배나 직장 상사들이 권하는 술잔을 마지못해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정말 많았지만 그때마다 늘 곤욕을 치러야만 했었지요. 이런 까닭에 앞으로 남아있는 연말 회식자리는 그저 두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나봅니다. 예전에는 못 먹는 술 억지로 권하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마시지 않겠다고 하면 권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이러다보니 기나긴 회식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요. 술 못하는 사람이면 공감할 겁니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술을 피하는 노하우가 있게 마련입니다. 수십 년간 경험했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혀 술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만 컨디션에 따라 조금만 마셔야겠다는 사람 또한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실로 대단합니다. 구석자리에 앉아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감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재를 감추는 것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구석자리에 앉더라도 술을 자주 권하고 즐기는 사람과는 눈이 마주치지 않는 쪽, 그리고 직장 내 회식이라면 상사의 맞은 편 보다는 옆자리가 이왕이면 좋습니다. 처음에는 건배 술잔을 돌리지만 조금 취하다 보면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가장자리를 누군가에게 선점 당했을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야 합니다. 회식자리는 대부분 비용이 저렴하게 나오는 고기집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판에 고기를 굽는 일을 자처하는 겁니다.
보통은 누군가가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속마음까지 그런 건 아닙니다. 억지로 뺏으면 누구나 다 좋아합니다. 이왕이면 남이 잘라주는 고기가 맛있게 마련입니다. 고기 자르느라 고생한다고 술잔을 권하는 사람 꼭 있습니다. 술잔 받아놓고 안 마셔도 대부분 눈총 안줍니다. 봉사하는 게 보이거든요.
아마도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장자리도 싫고, 고기를 자르는 것도 싫다고 한다면 도우미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최곱니다. 회식시간은 미리 정해지게 마련이지요. 사전에 아내 또는 가족에게 술자리가 무르 익어갈 쯤을 예상하여 전화를 부탁해 놓는 겁니다.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전화를 받으면 되는데, 명심할 것은 술자리 옆에서 통화를 하면 괜히 눈총받기 십상입니다. 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송년회는 겨울이라 무지 춥습니다. 양복 윗도리를 들고 나가면 도망가는 줄 오해하지요. 회식이 잡혀있는 날은 입은 채로 먹어도 괜찮을 잠바를 따로 준비하는 것도 요령입니다.
이상 세 가지는 눈치 채지 않게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이구요, 자동차 운전을 해야 한다든지, 약을 먹고 있어서 술을 먹으면 안 된다든지 하는 것은 익숙한 핑계가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음주라면 대리운전을 부르면 되는 것이고, 은근 몸 생각한다고 싫은 소리 듣기 십상이지요.
억지로 피한다는 모습을 보일 거면 한두 잔 마시면서 분위기를 맞춰 주는 것도 차라리 편할지 모르겠습니다. 한순간을 피해 몸은 편했을지 모르지만, 당장 다음 날 직장동료들로부터 소외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지요? 건강을 생각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원문출처 : http://jejuin.tistory.com/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