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잘 모르는 맛있는 감귤의 비밀
제주도 사람들은 최소한 감귤에서 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수십 년 동안 감귤과 함께 살아오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감귤 밭이 들어선 지형, 나무의 크기, 나무에 열려있는 열매를 보기만 해도 맛이 어떨지 십중팔구는 알아맞힐 수가 있답니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육지에 있는 지인들에게 감귤박스를 보내곤 하는데, 감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따로 살짝 귀 띰을 하는 부분이 있답니다. 상품으로 포장되어 출하는 감귤과는 다르게 지인들이 선물로 보내는 감귤은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감귤을 받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온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보낸 것과 같은 농장에서 따낸 귤인데도 불구하고 맛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제주감귤은 지난해 보다 당도가 좋다는 분석이 이미 나온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열쇠는 바로 숙성기간에 있습니다.
감귤에는 새콤한 맛을 내는 산과 달콤한 맛을 내는 당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아무리 당도가 좋은 감귤이라 할지라도 맛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결론은 산을 없애면 되는데,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겁니다. 밭에서 따자마자 택배로 부친 감귤박스, 숙성기간도 없이 그 다음날 바로 먹었으니 맛이 없을 수밖에요.수확이 한창인 감귤.
시중에 상품으로 유통되는 감귤은 모두가 선과장에서 선별작업과 세척작업, 코팅작업등을 거쳐야 비로소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자연스레 숙성기간을 거치게 되는데, 이런 감귤들이 소비자에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달콤한 맛이 가장 두드러져 맛이 있을 때입니다.
보통 노지 감귤인 경우, 실온에서 5일에서 7일 정도는 있어야 가장 맛있는 귤이 되는데, 숙성기간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감귤은 이 때문에 맛은 없고 신맛만 강하다고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먹고 싶어도 잠시 참고 당도가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요, 약간의 팀이 있으니 아래 부분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맛있는 감귤은 어떤 것일까요.
전문용어로 브릭스라고 하는 당도만 높으면 됩니다. 여기에 입맛을 좌우할 수 있는 탱글탱글한 과즙과 수분의 함량만 받쳐주면 최고로 맛있는 감귤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의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겠지요.
-토양과 날씨에 좌우되는 맛-
제주도 전 지역에서 재배되는 감귤. 제주감귤의 당도를 좌우하는 환경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화산섬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지역별로 토양이 제각각입니다. 화산재의 영향을 덜 받은 서귀포지역이 토양이 감귤나무에는 좋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보이는 서귀포 지역이 당도가 좋게 나오는 편입니다. 서귀포 쪽 감귤을 선호하는 이유가 분명 있는 것입니다.
기후에도 아주 민감합니다. 나무에 달린 과실이 알맹이가 영글기 시작하고 외형적으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할 때를 농가에서는 보통 '비대기'라고 부르는데, 이때의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감귤의 당도를 크게 좌우하게 됩니다. 감귤의 종류에 따라 시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보통 9월과 10월에 비가 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햇볕을 많이 받은 감귤이 당도가 월등히 높게 됩니다. 반면 9,10월에 비를 맞았을 경우 수확기를 조금 늦춰 햇볕을 맞힌 다음 수확을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선과기에 구르지 않은 감귤. 알맹이가 탱탱하고 꽉찬 것이 느껴집니다.
보통 제주사람들이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내면 왜 그렇게 맛있냐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상품으로서는 가치가 없는 비상품 감귤인데도 상품으로 시중에서 판매를 하는 감귤보다 더 맛있다는 겁니다. 선별을 위해 구르는 과정도 없었고 세척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니 맛이 있을 수밖에요. 단지 흠이라면 자연적인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과학적인 수치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먹어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감귤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건 잘못된 상식?-
소비자들이 손에서도 맛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귤을 구입하면 냉장고에 보관을 하게 됩니다. 감귤은 겨울이 제철인 과일입니다. 보통 냉장고의 온도는 0~5도, 하지만 감귤은 15도 안팎의 온도에 놓여 있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두고두고 먹을 목적이 아니라면 냉장고에 두실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냉장고에 보관을 했다 하더라도 더욱 맛있게 먹으려면 냉장고에서 꺼내어 실온에 일정시간 동안 방치한 후 먹는 다면, 바로 먹는 것 보다 훨씬 맛있는 당도를 느끼실 수가 있을 겁니다.
통풍이 잘 되는 베란다에 두었다가 일정량을 덜어 먹는 것이 가장 맛 있음.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는 일반소비자들과는 달리 제주도 사람들은 대부분 먹는 감귤만큼은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감귤과 함께 살아온 수십 년 노하우지요. 베란다 또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일정량의 먹을 만큼만 용기에 덜어낸 후 실내의 기온(15~20도가 적당)두었다가 먹는 것이 신맛도 덜하고 최고의 당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감귤과 밀접하게 지내오면서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말씀 드렸는데요, 조금이라도 맛있는 감귤을 드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간략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감귤은 오래 보관하지 말고 수분이 증발하기 전에 드시는 게 좋음.
-부득이 오래 보관하려면 냉장고가 좋지만, 그 외엔 통풍 잘되는 실온에 보관하는 게 더 좋음.
-차가운 상태보다는 15도 정도의 실온에 두었다가 먹는 것이 맛이 있음.
-수확한지 최소5일에서 7일은 지나야 신맛이 달아나 맛있는 귤을 드실 수 있음.
원문출처 : http://jejuin.tistory.com/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