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와 연두를 살리기 위한 개파이와 채윤의 대결
오직 한글 반포만을 막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정기준과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한글 반포는 해야 한다는 세종의 대결은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암시하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극단적인 지점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그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는 마지막 회를 봐야지만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세종과 정기준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두고 대립을 하듯 이신적과 심종수 역시 밀본이라는 공통점 속에서 서로의 가치관들이 충돌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신적과 명분과 가치에 중점을 둔 심종수의 대결은 세종과 정기준의 대립만큼이나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정기준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합리화하려 하는 것과 달리, 심종수는 절대 권력을 제어하는 시스템 구축과 유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다른 괘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정기준 역시 심종수와 마찬가지로 절대 권력 제어 시스템 정착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지만 한글을 알게 된 후 그보다 중요한 한글을 막지 못한다면 밀본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만 백성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포부는 마찬가지이지만 한글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세종과 정기준의 차이는 극단적인 만큼 지독한 결말을 예고합니다. 한글만은 무조건 막아야만 한다는 결의에 찬 정기준은 한글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이겠다고 다짐합니다.
모든 무기에 독을 사용해 한글 반포일에 글자를 아는 모든 이들을 처단하겠다는 정기준의 발언은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우선 개파이가 자신보다 더욱 아끼는 연두를 죽이려 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 이런 문제는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순간 밀본에게 큰 벽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글은 반포가 되었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만큼 한글 반포일에 밀본의 반격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문제는 밀본의 세력들이 완전히 사라지느냐 아니면 존립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 핵심 고리는 이신적과 심종수가 쥘 수밖에는 없습니다.
정기준은 이미 세자를 암살하는 순간 죽음이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걸고 한글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만큼 정기준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예고된 그의 죽음보다 중요한 것은 밀본이 과연 유지될 수 있느냐는 문제인데 심종수에게 넘긴 밀본지서와 명단으로 인해 그 가치는 지속될 수밖에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절벽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겨우 목숨을 지탱한 심종수가 궁으로 다시 돌아갈 일도 만무한 상황에서 명단과 밀본지서를 통해 그가 새로운 밀본의 우두머리로서 자리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신적의 경우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붕당 밀본의 우두머리로서 가치를 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명의 존재들 중 정기준의 죽음은 예고되어 있지만 다른 이들은 정상적으로 삶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남길 수 있을 듯합니다. 단순히 한글 창제와 반포가 이루어졌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밀본이 여전히 활약하고 있음을 암시함으로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있음을 강렬하게 보여줄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한글 해례를 찾으려는 밀본들은 결국 소이가 바로 그 해례임을 알게 됩니다. 23회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이야기들을 유추해 소이가 곧 한글 해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정기준이 소이를 죽이라는 명을 내리는 장면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미 한글을 알고 있는 연두를 고통 없이 죽이라는 명을 내린 정기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한글을 없애는 것일 뿐입니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한글만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정기준의 다짐은 많은 이들의 죽음을 예고합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죽은 상황에서 과연 소이와 채윤이 그 죽음에서 건져질 수 있느냐는 것이 마지막 회의 중요한 화두가 될 듯합니다.
연두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수 있는 개파이와 소이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채윤. 그들이 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운명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과연 서로를 죽고 죽이는 대결을 펼칠 것인가 라는 점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들이 서로의 생사를 가르는 대결을 펼치기보다는 협력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회 두 절대 강자인 채윤과 개파이가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고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윤평까지 가세해 벌이는 이들의 대결은 필연적으로 많은 죽음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더욱 내금위장인 무휼까지 가세한 그들의 대립은 마지막 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볼거리로 다가옵니다.
시청자들에게 궁금한 채윤과 소이의 생존 여부는 여전히 불안전하기는 합니다. 확실한 것은 소이가 없으면 한글 반포도 힘들다는 점에서 그녀의 생존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제는 소이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되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 희생자가 채윤이 될지 아니면 윤평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기준과 함께 윤평 역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소이를 살리는 역할에 한 몫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23회 마지막에 소이가 해례라는 사실을 깨닫고 죽음을 명하는 정기준. 그 옆에 위치한 절대 고수 개파이와 윤평이 과연 소이를 죽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싹틀 수밖에는 없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윤평이 소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이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 소이를 살리는 역할을 윤평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때부터 모셔왔던 정기준의 명을 배신하고 윤평이 과연 소이를 살릴 수 있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힘겨운 선택이 되겠지만, 과감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주춤하는 그를 대신해 개파이에게 명을 내린다 해도 개파이 역시 소이를 죽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연두를 죽이려했던 이가 정기준이라는 사실을 만약 개파이가 알고 있었다면 개파이가 정기준 앞에 등장한 것은 복수를 하기 위함입니다. 감히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연두를 죽이려 했다는 점에서 개파이는 용서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개파이가 다른 밀본 조직들처럼 정기준의 이상에 동조하는 존재도 아니라는 점에서 개파이가 정기준에게 대항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소이의 죽음 앞에 개파이가 연두의 해하려던 정기준을 죽이려 하고 이런 정기준을 막기 위해 윤평이 나서는 모양새는 채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어질 가능한 모습들로 다가옵니다. 그 과정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소이가 무사히 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음은 당연할 듯합니다.
조선제일검도 무너트렸던 대륙제일검 카르페이 테무칸과 채윤의 대결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혹은 개파이와 무휼의 대결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과연 채윤과 소이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인데 그 문제의 모든 키는 연두가 쥐고 있을 듯합니다. 소이가 연두에게 전한 이야기와 소이 앞에 등장한 개파이. 이는 모종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마지막 회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기고도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 비록 후반으로 들어서며 여러 사정상 아쉬운 부분들이 도드라지기는 했지만 탄탄한 이야기와 연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잘 보여준 이 작품은 2011년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원문출처 : http://dramastory2.tistory.com/2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