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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건망증(?) 때문에 업무방해로 몰린 사연


며칠 전 낮 시간, 긴하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두 번을 연속으로 해도 받지를 않자 조급해 지더군요. 세 번째에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리따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야 정상인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웬 남정내의 목소리입니다.

전화를 잘못 걸었나?

한 번 더 살펴보니 아내의 번호가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 터라 어안이 벙벙합니다.
대체 누구냐고 물었지요.

"제 아내 휴대폰인데 실례지만 누구시죠?"

"누구인거는 상관없는데, 일 못할 지경이니 당장 가져가세요."

"저..죄송하지만 자초지종을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거기 어딘가요?"

"00약국인데, 휴대폰을 놔두고 갔으면 얼른 갖고 가야지, 전화질만 하면 어떡합니까."

이 말을 듣고서야 대충 상황정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감기기운이 있어 낮에 잠깐 병원에 들른다고 했던 아내입니다.
진찰 후 약국에 들렀다가 약만 받고는 휴대폰을 깜빡 잊고 그냥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잘 보관해 달라고 하고는 부지런히 약국으로 달려갔지요.

"전화벨이 울려대는 바람에 도통 일을 할 수가 있어야지 말야!"

휴대폰을 건네주면서도 화가 단단히 나 있는 약사 아저씨, 잠깐의 실수로 약국의 업무를 방해한 죄인으로 몰린 기분이었지만 욕을 들어도 누굴 탓할 일은 아닙니다.
연거푸 허리를 조아리며 고맙다고 하고는 아내의 휴대폰을 받아들었습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하고는 약국 문을 나서면서 휴대폰을 보니, 걸려왔던 전화는 세 건, 모두 제가 걸었던 전화뿐이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 통화가 이뤄진 것은 한건, 조금은 모질다 생각이 들었지만 벨소리로 인해 영업방해를 한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별것 아닌 일로 남편 망신을 제대로 시키는구나 싶어 혼 좀 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섰는데.....
이런...눈에 보이는 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이 들어 있는 아내의 모습.

이마에 손을 짚어보니 열이 불덩이입니다.
이렇게 많이 아팠던 걸까? 지독한 몸살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몸 져 누운 줄도 모르고 혼내야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어제는 아내가 온 집안을 뒤지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더군요.
무얼 찾느냐고 물어보니 무선전화기를 찾는답니다. 아침까지 썼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전화기, 대체 어딜 간 걸까요. 심지어 냉장고 속까지 이 잡듯이 뒤져봐도 나오질 않았던 전화기, 과거에도 이런 적이 있어서 혹시? 하며 베란다 창문을 열고 1층 화단을 살펴보니 그곳에 있더군요. 이불을 털면서 같이 털어버린 겁니다. 성능에는 이상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40대로 접어들면서 아내의 몸이 많이 고단해 한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이면 손발이 저리는 등 부쩍 심해집니다. 애들 낳고 나서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20~30대에서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건망증도 심심찮게 보여 지고 있는 아내, 늘 남편과 애들 보약만 챙기곤 했던 아내였습니다. 새해벽두에는 아내를 위해 한약방에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는 해가 이틀 남았네요.

놓치고 있던 것은 없었는지 잠시 가까운 곳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에는 바라는 소망 모두 이루시구요~~!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원문출처 : http://jejuin.tistory.com/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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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 요리, 맛집,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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