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소망이 담긴 딸애의 시화
언제부터인가,
아빠의 블로그를 보면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초등생 딸애의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하였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때론 숙제를 해야 할 때도 아빠의 블로그 내용을 출력해 갈 때도 있곤 하였으니,
이 정도면 아빠의 블로그가 딸애의 학습(?)에 약간의 도움은 준다고 볼수도 있겠지요?
또한 친구들과 함께 캠프활동을 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주어진 미션 수행 중에
제주도의 자연, 풍습, 역사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면 여지없이 전화를 걸려오기도 합니다.
미션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환호를 지르는 딸애, 제주사랑이 아빠 못지않게 유별납니다.
비록 초등생이라고는 하나 어른들 못지않게 안타까워했던 점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제주도를 다녀간 사람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남겨놓은 댓글을 볼 때입니다. 그때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늘 의문부호를 달곤 했던 딸애입니다.
바로 며칠 전이었지요.
무심코 딸애의 책상 위를 살피다가 보니 그림엽서 비슷한 것이 눈에 띠더군요.
가만 보니 시화였습니다.
조금 전 뭔가 하고 있는 것 같더니, 이렇게 시화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저 낙서하듯 아무렇게나 끄적여 놓은 듯한 시화...
사람도 제주도가 좋아서 관광온다.
파도야 고맙구나.
사람들아 반갑구나.
기다리던 편지글 받아든 섬 아이들 처럼
제주도는 기쁘다.
왜 이런 그림을 그렸냐고 물어보니,
'제주도를 욕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렸다고 하더군요.
내가 가져도 되냐고 물어보고는 제 책상으로 갖고 왔지요.
딸애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아주 짧은 시의 구절 안에 모두 담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아빠의 책상위에 자랑스럽게 붙어 있는 시화.
아빠는 물론 어른들조차도 소홀할 수 있는 지역사랑을 확 깨우쳐 주는 그림이 아닌가 합니다.
딸애의 소망처럼, 새해에는....
겉만 반질하게 치장된 제주도가 아닌
아무런 거짓과 꾸밈이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좋아할 수 있는 제주도,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반가워 할 줄 아는 그러한 제주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돈벌이에 급급해 바가지만 씌우려 하지 말고,
내 집 앞을 지나가는 이웃에게 구수한 숭늉 한 그릇 대접하는 마음으로...
두 번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아닌,
주변사람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로 거듭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비단 딸애만의 생각이 아닌 제주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들의 바라는 소망이겠지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곳 말입니다.
원문출처 : http://jejuin.tistory.com/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