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새댁 길들이기 이정도일 줄이야
결혼을 하자마자 김장철을 맞은 새댁, 시부모를 모시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시집살이를 하게 되자, 갑작스레 김치 담그는 법도 익혀야만 했습니다. 결혼 전 친정엄마 앞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김장을 늦게나마 자기 손으로 직접 담그고 보니 나름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나봅니다.
새해 첫날을 맞아 친정엄마를 만나러 가면서 빈손으로 가기가 허전하여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던 배추김치 세포기를 꺼내 들었지요. 자기 손으로 직접 담근 김치를 들고 친정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고 들떠 있었는가는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딸자식이 만든 김치를 맛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마냥 애교만 부리던 딸자식, 시집살이는 제대로 할까, 출가를 시켜놓고 노심초사 하고 있던 차에 생전 처음 딸애의 김치를 맛본 엄마는 만감이 교차했을 겁니다. 모녀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이일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후환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새댁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난리가 난 것입니다.
김치통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는 이유를 캐물었고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가 '겁도 없이 함부로 집안 물건을 밖으로 내 간다.'고 며느리에게 호통을 친 것입니다. 잘했다고 칭찬을 듣지 못할망정, 전혀 예상치 못한 욕을 들은 것이지요.
새해벽두부터 시어머니에게 혹독한 구박을 당한 새댁, 엄마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아플 것은 둘째 치고, 양가 어머니사이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하소연 할 곳이 없어 궁리를 하다가 하나뿐인 고모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어온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시어머니가 있을 수 있을까.
집안의 재산을 송두리째 털어간 것 아니고, 먹는 음식, 그것도 생전 처음 담근 김장김치를 친정어머니께 조금 덜어갔다고 호통을 치다니요. 오히려 친정 가는 며느리를 위해 직접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말입니다. 시집살이의 경험이 있는 고모 또한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사연을 털어 놓던 조카의 입에서 더욱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시어머니가 새 며느리를 호통 친 이유는 다름 아닌 며느리 군기잡기 즉, 버르장머리 없는 며느리의 나쁜 버릇을 고쳐 놓겠다고 한 사실을 손위 동서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는 것입니다. 손위 동서 또한 처음 시집을 왔을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지요.
시대가 어떤 시대입니까.
물론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집안에 따라 며느리 기강잡기가 전혀 없을 수만은 없겠지요.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그 집안의 풍습에 대해 가르치고 배워야 할 점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가르치는 방법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시어머니도 시집을 온 여자입니다.
또한 출가한 딸을 둔 친정엄마이기도 합니다. 입장을 바꿔, 출가한 딸이 김장김치를 들고 오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합니다. 참된 며느리의 덕목은 시어머니가 가르친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고 어떤 것을 꾸짖어야 하는지 분간을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원문출처 : http://jejuin.tistory.com/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