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의 계상에 대한 엉뚱한 상상과 지석의 맞춤법 사랑
영욱과 지석이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줌으로서 하선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하이킥3'는 흥미롭습니다. "나마스테"만 외치며 인도 춤까지 추는 지원의 고집과 계상과의 사랑에 흠뻑 빠진 진희의 사랑앓이는 너무 애절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보낸 지석의 편지를 습관적으로 맞춤법 검사를 하는 하선의 모습은 진지함 속에서 벌어진 엉뚱함으로 기묘한 웃음을 만들어 냈었습니다. 이런 그녀의 행동이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는 하선 자신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우연하게 지석이 보낸 편지를 읽게 된 진희는 우물쭈물하기만 하던 지석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는지 미처 알지 못해 반갑기만 합니다. 지석이 하선과 연인이 되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진희에게는 존재하지요. 유선이 하선과 계상을 엮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진희의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지석이 적극적으로 하선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그녀에게는 반가운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문제는 편지를 제자리에 돌려 놔야만 했지만 줄리엔이 2층에서 내려오다 계단을 구르는 사건이 벌어지며 식탁에 편지를 그대로 두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설마 이런 상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진희도 그때는 몰랐겠지요. 지석의 적극적인 모습에 계상과 자신을 대입시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진희의 모습은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지를 깨달게 합니다.
계상을 보며 지석을 상상하고 이를 다시 자신과의 로맨스로 대입시켜 펼치는 사랑은 대단한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자상한 계상이 거칠기까지 해 자신을 위해 식사를 사오더니 사랑 고백을 하고는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향해 나아갑니다. 계상의 집안사람들이 모두 진희와의 결혼에 반대하자 계상은 당당하게 자신의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집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런 계상의 모습을 보고 진희는 가족의 화합과 사랑을 위해 자신이 떠나겠다며 편지 한 통을 남기고 프랑스로 향합니다.
에펠탑이 안 보이는 유일한 장소(파리는 에펠탑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지요)라는 말로 장소를 확인시킨 진희는 우수에 젖은 비련의 여주인공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진희를 잊지 못해 프랑스까지 날라온 계상은 절대 진희를 놓칠 수 없다면 불같은 사랑의 끝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계상의 유행어 "농담이지요"가 그녀의 상상 속으로 들어오며 모든 것을 깨트리고 맙니다.
사물과 상황을 엮어 만들어낸 상상력이 마지막 순간 계상의 습관적인 농담 한 방으로 산산조각이 나는 상황은 어쩌면 '하이킥3'의 러브 라인의 종말을 예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억측일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 김병욱 사단의 연인 관계가 행복한 결말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진희의 상상 속에 들어와 모든 것을 깨트려버린 "농담입니다"는 실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란 추측을 해보게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코트를 사기위해 안예술에 보조연기자로 출연하기로 결정한 수정은 금발의 외국인 여자와 인도 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지원과 합의를 합니다. 수정은 돈을 원하고 지원은 스쿠터 키를 원한 그들의 동맹은 결국 완벽한 연기로 환상적 호흡을 자랑하며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을 눈앞에 두고 불법 유턴을 하다 도주하던 그들은 경찰서로 숨어들어가는 촌극을 빚으며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드러난 증거들로 자신들의 우기던 외국인 모습이 들통 나자 수정은 잘못을 빌지만 지원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주어진 인도어 대사를 무한 반복하며 인도인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수정이 절대 배신하지 말라는 말에 인도 춤까지 추며 열연하는 지원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그녀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이 과연 이후 에피소드에서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도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하선에게 본심을 담은 편지를 건넨 지석은 의외의 상황에 당황합니다. 집으로 들어서자 식구들이 하선에게 온 연애편지라며 보여준 그 내용은 바로 자신이 보낸 편지였기 때문입니다. 더욱 그들이 웃고 떠드는 이유가 바로 맞춤법이 엉망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함부로 옆집 물건을 뒤지면 안 된다고 나무라는 지석에게 식탁에 있던 편지라며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편지라 상관없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자신을 망신스럽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 이런 상황에 분노하기 마련입니다. 보통은 자신의 본심을 이런 식으로 취급했다며 불같이 화를 내고 하선과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지석에게는 그 보다 앞서는 것이 하선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성담긴 편지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보다는 맞춤법이 틀려 하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욱 염려스러운 지석의 모습은 완전히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물을 마시던 하선은 깜짝 놀라고 맙니다. 자신의 책상에 있어야 할 지석의 편지가 왜 식탁에 나와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여기에 줄리엔도 내용을 알고 있고 수정이로 인해 옆집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합니다. 지석을 볼 면목도 없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만 지석은 엉뚱하게도 그런 사실은 쉽게 넘어가며 맞춤법에 대한 변명에 열중합니다.
하선이 일부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면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아 아무도 자신인지 모른다며 다만, 맞춤법을 틀린 것은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뿐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이런 모습을 단순히 지석의 자존심 문제로만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석이 맞춤법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은 하선을 좋아하는 자신이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하선에 대한 사랑이 깊지 않았다면 지석은 자신의 본심을 하찮게 여겼다며 불같이 화를 내고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욱의 경우라면 이를 빌미로 연인이 되기를 강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극중 영욱이 하선을 자신의 연인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하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벌어진 사건에서 어쩔 수 없이 연인이 되어버린 상황은 영욱에게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하선에게는 황당하고 힘겨운 시간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상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요구를 할 수도 있음에도 지석이 보여준 행동은 하선에게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내치고만 싶었던 지석이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고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강요하거나 강제해서 자신의 마음을 얻어내려 하지 않고 본심을 다해 자신에게 사랑을 전달하려는 지석의 마음이 강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강 사건과 편지 사건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선의 입장에서 영욱과 지석을 분명하게 갈라놓을 수 있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석의 변명과 그런 지석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하선의 모습은 그들이 본격적인 연인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친구를 잃을 것 같은 우려보다는 자신을 진정 사랑해주는 사람을 잃는 것은 더욱 큰 손해라는 사실을 하선도 이번 편지 사건으로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원문출처 : http://dramastory2.tistory.com/2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