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되었다. 구속 영장 심사를 6시간 동안 하면서 많은 이들은 비관적으로 봤다. 그동안 재판부가 보여온 방어적 행태를 봤을 때 사법농단 핵심 세력 중 하나인 임 전 차장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실제 철저하게 사법농단과 관련된 전현직 판사들을 비호하기에 바빴다.
임 전 차장 구속 영장이 반려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번은 달랐을 것이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 현재 사법부 전체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분노는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사법부 전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현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국민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국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방탄국회에 이어 방탄법원으로 논란의 장이 된 권력층에 대한 분노. 국회는 이미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한 바가 있다.
자한당을 제외한 4당은 '특별재판부' 설립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했다. 친일파를 잡기 위해 설치한 '반민특위' 이후 처음이다. 재판부가 원죄인 상황에서 그들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다. 이들이 법정에 선다고 해도 이들을 판결할 판사들이 대부분 그들과 관련된 자들이라는 점에서 현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
특별검사 제도가 있듯, 특별재판부를 둬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결할 수 있게 하는 것 자체는 중요하게 다가온다. 문제는 특검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다수 당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특검을 요구하는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그저 금 배지 숫자를 앞세운 정치꾼들의 행태는 특검 취지도 흐릿하게 만들 정도였다.
특별재판부를 우려하는 이들은 특검과 같은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특별재판부가 존재해야만 하는 현실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특검을 사유화 하려는 정치 집단이 특별재판부 역시 비슷하게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니 말이다.
재판부 역시 분명 특별재판부와 관련해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반려하면 더는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게 된다. 이미 여론전을 통해 사법농단의 핵심을 임 전 차장으로 몰아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총 책임자라는 사실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임 전 차장이 모든 죄를 안고 가야 한다는 주장을 그들은 전략적으로 펴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꼬리자르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사법부가 임 전 차장을 사법농단의 주범이자 전부라고 정의하는 순간 국민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테니 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명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태광 이 회장은 1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8년 동안 법정과 싸우고 있다. 수천 억 탈세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그는 자유로운 몸이다. 암에 걸렸다는 자가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법은 그에게 구속 영장 하나 청구하지 못한다.
돈이 없으면 작은 죄도 커진다. 돈 없는 자에게 유독 냉정한 법은 그렇게 자신들의 실적은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통해 얻어진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도 그들은 값비싼 변호사를 앞세워 죄에 대한 처벌도 피해간다. 철저하게 돈에 의해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그래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양승태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 간첩 조작 사건에 빠지지 않던 자가 대법원장이 되는 순간 이미 예고된 파멸이었다. 절대 대법원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자가 이명박 시절 왕관을 쓰고 벌인 악행들은 삼권분립마저 흔들었다. 대다수 판사라는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을 한순간에 한심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양승태를 단죄하지 못하면 사법부의 미래는 없다.
임 전 차장의 구속으로 인해 재판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들이 한심하게 꼬리자르기에 들어가면 더는 국민들이 참지 못할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와 함께 사법거래에 가담한 핵심 세력들이 모두 구속되어 재판정에 서게 해야만 할 것이다.
대통령도 잘못하고 법정에 서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판사라도 다를 것은 없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금배지를 단 정치꾼이든 판결을 하던 판사든 예외일 수가 없다. 사법 정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재판부에 다시 돌아갔다. 그들이 스스로 몽니를 빼내고 부패한 살을 잘라낸다면 보다 단단한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들에게 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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