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지난 5년 동안 1300명이 사망했다. 국가가 인정한 피해자만 그렇다. 인정 받지 못한 피해자까지 따지면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집계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명박근혜 시절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제대로 수사를 하고 바로 잡았다면 지금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공범이다;
SK 케미칼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기괴하게도 SK 케미칼은 죄가 없다?
끔찍하다.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이 독가스실에 갇혀 죽은 것과 뭐가 다를까? 차이라면 당시에는 강압적으로 가스실로 몰아넣었다면, 이건 거짓말로 속여 독가스를 사서 집에서 틀도록 만든 것 차이 뿐이다.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고, 수많은 이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 방관되어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어가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국가다. 국가가 잘못한 기업에 단죄를 내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는 국민을 배신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일어났음에도 이명박근혜는 철저히 외면했다.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산업통산자원부 등 책임을 져야 할 부서들은 서로 자신과 상관 없다고 주장할 뿐이었다. 박근혜 정부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어떻게 다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돈이 많이 드는 피해 보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급급했을 뿐 진실을 밝혀내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이명박 시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재벌 봐주기에만 급급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박근혜 시절에는 정해진 금액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는 원칙 외에는 없었다.
진실을 파헤치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사건을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던 박 정권의 행태를 우린 '세월호 참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목도 했었다. 국민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돈 밖에 몰랐던 정권. 그 무리들이 저지른 범죄나 다름 없는 방관과 재벌 편들기는 그렇게 수많은 피해자들을 한 번 더 죽게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발명했다고 자랑했던 SK 케미칼. 그들이 개발한 문제의 약품은 논란의 옥션 제품에도 사용되었다. 죽음의 독가스를 만들어 판매했지만 죄는 없다는 이 기괴한 판결을 누가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SK 케미칼이 제작한 가습기 살균제가 만들어진 공장은 처참했다.
전문 제작 공장도 아닌 오폐수 업체인 이 작고 초라한 공간에서 SK케미칼이 요구한 독극물을 제조해왔다는 사실은 모두를 경악케 할 수준이었다. 문제의 화학약품에 들어가는 물질로 보이는 방치된 통에는 '독극물'이라는 말과 함께 인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가 가득했다.
인체에 극심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화학 약품이 안전하다고 광고 되어 판매되었다. 그들의 광고만 믿고 사용한 수많은 이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들여 죽음을 재촉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서 가족을 죽음으로 이끈 상황이 되어버린 이 모든 책임을 구매자의 몫으로 돌리는 정부의 행태가 더 큰 문제다.
기업의 잘못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영구 손상을 입은 희대의 사건이다. 이를 제대로 바로잡아 더는 그 짓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피해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5년 동안 그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거나 방관 혹은 재벌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조롱해왔다.
'특이한 폐 섬유화'라는 한정적 사안만 인정한 채 최소한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정의한 정부로 인해 지난 5년 동안 1300명이 사망했다. 건강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시름 시름 앓다가 사망했다. 그저 좀 더 건강해지려 SK가 만들고 애경이 판매한 제품을 믿고 사용한 죄 밖에 없는 이들이다.
무려 천만 병이 판매되는 동안 정부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원죄를 진 SK케미칼을 무죄로 만들어주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것 외에 정부가 한 일은 철저하게 가습기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정부가 국민을 먼저 생각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야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피해자를 찾고 연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질병은 철저하게 피해자로 인정해 구제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소급 적용된 피해자 규정으로 인해 옥시의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너무 많다. 과연 지난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였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회에 나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교통사고'로 비유하며 국가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자가 뒤늦게 국가가 걱정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현실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자한당이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던 방식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음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피해자를 청와대로 불러 사과를 했다. 정권이 바뀌자 뒤늦게 환경부가 나서 피해자를 만나기 급급했지만, 여전히 피해자를 위한 적극적인 조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뀐다고 고위 공무원들까지 모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정권의 호위병들이었던 그들이 단죄를 받지 않고 여전히 고위직으로 있는 한 변화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건강에 크게 관심이 없어 오히려 건강할 수 있는 현실은 정상일 수 없다. 라돈 침대 역시 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을 절망으로 이끈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라봐야만 한다. 히틀러의 나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죄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법부의 판단 역시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했을 뿐이라는 식의 주장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나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 이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찾고 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악의 평범성'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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