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능이 과거에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단명이다. 그리고 다시 여성 예능은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성은 언제나 조연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견고함 속에 <주말 사용 설명서>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멤버 구성이 주는 즐거움에 여성들끼리 주말을 즐기는 모습 역시 경쾌함으로 다가온다.
막내 세영의 재발견;
주말을 즐기는 4명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유쾌한 재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개그우먼인 김숙과 걸 크러쉬의 진수를 보여주는 라미란, 엉뚱한 매력이 돋보이는 장윤주와 아역 출신 연기자 이세영 조합이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왔다.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과연 어떤 재미를 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말 사용 설명서>는 특별하지는 않다. 주말에 여행을 가는 방식이다. 1박2일로 여성들끼리 여행을 다니는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익숙하다 못해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행이라는 기준이 자유롭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주말을 즐기면 된다.
초반에는 김숙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형식이었다. 즐길 주말을 준비하고 그렇게 안내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각자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각자 어떤 식으로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지 살펴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다.
캠핑 마니아인 라미란의 일상에는 침묵만 존재했다. 아침부터 김밥을 비롯한 성찬을 직접 준비해 먹고, 워너원에 심취해 있는 그녀. 캠핑 친구들과 자연을 즐기는 라미란의 모습은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최고의 모델인 장윤주의 일상은 모델다웠다.
모델의 삶이란 참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장윤주의 너무 평범한 일상 속에 적나라하게 녹아 들어가 있었으니 말이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이세영의 일상은 의외였다. 아역으로 시작해 이제 성인 연기자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세영의 일상은 평범한 27살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작은 집으로 3년 전부터 독립해 살아왔다는 그녀는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 중이다. 작아서 좋은 점이 많다는 그녀는 의외의 먹성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생각이 많아 오히려 하나의 일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행복하다. 마치 직장인처럼 회사에 나가는 소속 배우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해진 사람들.
아역부터 시작해 어쩌면 이런 행동이 더 익숙하고 친숙했을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방송판에서 산전수전 다 경험한 노련한 배우 이세영에게 나이 27살은 그저 숫자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한없이 순수하고 그래서 더 깨지기 쉬울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한 세영의 재발견은 <주말 사용 설명서>의 최고 가치다.
하루 종일 꽉 짜인 일정을 다녀야 했던 김숙 여행과 달리, 라미란 여행은 '쉼'에 방점을 찍었다.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 되면 그저 먹고 쉬는 것이 최고라는 진리를 라미란은 잘 반영했다. 푸짐하게 준비한 음식 준비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주는 행복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
여유롭게 낮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가장 큰 행복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낮잠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은 그 어떤 휴식보다 달콤하니 말이다. 식후 30분 후 약을 먹어야 하는데 쉴 틈 없이 먹어 약 먹을 틈이 없다는 김숙의 말처럼 푸짐하게 먹고 쉬는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연기자 라미란의 금손 능력은 너무 능숙해 놀랄 정도였다. 빠르고 완벽하게 해내는 솜씨를 보면 음식점을 해도 대성할 것 같은 모습이다. 창의력이 좋고 한 번 보고 능숙하게 흉내 내는 라미란은 음식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남성 위주의 예능에서 여성들의 예능을 보는 것이 반갑다. 주말 지상파 예능은 유부남들을 앞세워 그들에게 온갖 재미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 왜 그 자리에 유부녀들의 자리는 없는 것일까? 마치 짜기라도 한듯 비슷한 유형의 유부남 예능은 그래서 더 식상함으로 다가온다.
완벽한 조합으로 다가오는 출연자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 하는 주말 사용 설명서. 대단할 것 없는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는 그들이 반갑게 다가온다. 소소한 일상의 재미와 가치를 일깨우게 하는 <주말 사용 설명서>는 여성 예능의 가능성과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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