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느낌이 있었지만 장르 정착을 위한 시도로서 좋았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힘이 한계가 존재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청자와 밀당을 하듯 흐름의 주도권을 잡는데 아쉬움을 보이기는 했지만, 장르 드라마가 적은 한국 드라마 시장을 생각해 보면 유익한 도전이었다.
삶은 계속된다;
끝나도 끝날 수 없는 현실, 시즌제 가능성보다 형식적 결말 유도
유령 탐정을 앞세운 장르극이 종영되었다.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분명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도 좋을 듯하다. 장르의 특성과 재미는 존재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분명 새로운 시도는 존재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절대악인 어린 아이 영혼이 악령이 되어 인간 사회를 휘젓고 다닌다. 인간의 약한 마음을 조정해 죽음을 유도하는 선우혜라는 캐릭터는 흥미롭다. 전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순수함과 악랄함이 공존하는 어린 아이가 절대 악이 되어 사회에 대해 무자비한 복수를 하는 과정은 <오늘의 탐정>을 만드는 결정적 한 수였다. 절대적인 악이 등장하면 이에 맞서는 이들 역시 그와 유사한 힘을 가져야만 한다. 여기에 복수심을 느껴야 할 연결고리도 존재해야 한다.
다일은 어머니가 혜에 의해 죽어야 했다. 선택을 강요하지만 자기 자식을 죽이고 살아남겠다고 할 엄마는 그리 많지 않다. 이후 다일도 죽어야 했다. 그 지독한 악연은 당연하게도 복수로 이어지는 동기가 된다. 여울의 경우도 자신의 동생이 혜에 의해 죽어야 했다.
이랑이 역시 언니와 자신 둘 중 하나의 선택 요구에 자신을 택했다. 동생의 죽음이 석연치 않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떠돌던 여울은 그렇게 유령 탐정 다일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린 아이들 실종사건을 해결하던 과정에서 다일은 혜의 충성스런 심복인 전덕중이 존재한다.
완전히 사망한 것이 아닌 코마 상태인 선우혜는 누군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간소하인 전덕중이 해주고 있었다. 전덕중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옥상에서 뛰어내린 어린 선우혜. 이 일을 빌미로 선우혜는 전덕중에 온갖 일들을 시켜왔다.
인간과 절대 악의 차이는 결정적 순간 날 수밖에 없다. 완벽하게 끝내야만 했던 다일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죽이지 못했다. 전덕중은 선우혜 같은 악마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선우혜의 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사망한 아들이라 속이고 치료를 하도록 맡겼다. 이 신의 한 수가 결국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되었다.
두 코마 상태의 선우혜와 이다일이 유령이 되어 악을 저지르고 이를 막는 형식을 취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결론은 날 수밖에 없는 조건들 속에서 이들은 스스로 망가지고 혹은 성장하며 문제를 해결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착한 령이었던 다일이 절대악을 막기 위해 스스로 악귀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극단적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었다.
유령이지만 다일을 사랑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낯설지만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 누군가에게는 희생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란 그 무엇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해함을 깨닫게 한다. 그 위대한 사랑의 힘은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었던 다일을 다시 깨웠으니 말이다.
<오늘의 탐정>은 해피엔딩일까? 명확하게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절대악 선우혜는 결국 죽었다. 그리고 여울의 친구이고, 이랑의 남자친구였던 결은 죽었지만 다른 이들은 거대한 사건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여울을 짝사랑하지만 결국 자책만 해야 했던 박 형사는 '고스트 사건 담당'이 되었다.
한때 무당이기도 했던 법의학자 채연은 보다 의사다운 모습으로 일에 매진한다.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한상섭은 아내의 말에 따라 억울한 사람을 돕는 탐정이 되었다. 여울은 다일을 잊지 위함이 아닌 마음 속에 강렬하게 세기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다일의 인식표와 함께 여울이 평생 소원이었던 곳을 찾아 나선 1년의 시간은 그렇게 모두를 한뼘 성장하게 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의 새로운 시작은 여울이 돌아온 후부터 벌어졌다. 버스 운전기사를 공격한 여성. 빙의가 되어 살인을 하려 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를 막아준 것은 바로 다일이었다.
여울은 다일과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한강 변에서 그와 재회했다. 소멸되기 직전 여울의 목소리로 여전히 남겨진 다일은 그렇게 사람들을 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다일이 여울과 만난 후 다시 모든 이들과 함께 하며 드라마는 끝났다. 마치 시즌제를 위한 새로운 시작의 형식을 취한 것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완성도를 높이는 이유가 된다.
형식이나 이야기 주제들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선우혜와 이다일의 폭주 과정에서 힘이 많이 떨어졌다.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로 주목도를 키워야 했지만, 이미 절대적인 힘을 가진 선우혜의 폭주 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담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시작과 달리 이야기가 단조로워지는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잘 크고 있는 아역 출신 박은빈의 여울 연기도 아쉬움은 좀 남는다. 분명 잘 소화해냈지만, 목소리 톤이 가지는 한계가 몰입도를 줄였다는 느낌이다. <청춘시대> 송지원으로서는 완벽한 모습이었지만, 여울이라는 캐릭터는 왠지 튀는 느낌이 든 것은 전작의 캐릭터가 너무 크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아쉬움은 결국 박은빈이 풀어야 할 과제다.
대단히 주목 받는 드마라는 아니었지만 <오늘의 탐정>과 같은 장르 드라마는 만들어져야 한다. KBS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신진 작가들을 키워내고 있는 그들이 다른 방송사에서 하지 않는 장르에 보다 특화할 이유도 있다. 한국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양성에는 큰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탐정>은 국내 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 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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