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별장 성접대 의혹' 재조사와 관련해 15일 오후 김학의 전 차관을 소환해 조사를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측은 조사단 측에 출석 여부를 아직 알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의 양평 별장 사건은 <PD수첩>의 보도를 통해 자세하게 공개되었다. 온갖 범죄가 벌어진 그 장소에 김 전 차관이 있었다. 그만이 아니라 유력한 권력자 다수가 그 별장을 찾았다는 것이 문제의 CD에 담겨져 있다. 김 전 차관은 공개되었지만 다른 권력자들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존재들인지 추측만 가능해지는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의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 전 차관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의 질문에 답했다.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뚜렷해 국과수 감정 의뢰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문제의 성접대 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결론을 내고 검찰에 송치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검찰에서 김 전 차관이라 특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전혀 달랐다는 의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김 전 차관을 잘 알고 있는 검찰은 아니라고 부정했다.
경찰과 검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분명한 사실은 문제의 영상 속에 김학의 전 차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명확한 증거가 있고, 당했던 피해자들도 존재한다. 오랜 시간 김 전 차관에 대해 처벌해 달라 요구하는 피해자보다 더 중요한 증거는 없다.
김 전 차관 사건이 그렇게 쉽게 묻힌 것은 당시 상황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3년은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던 시점이다. 첫 법무부 인선에서 황교안 현 자한당 대표가 장관을 김학의가 차관에 임명되었다. 경기고 사법연수원 1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장관과 차관에 임명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검찰이 증거와 피해자의 증언을 부정하고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내린 것은 정치적 판단이라고 보는 이유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당 대표가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의혹이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논란에서 교묘하게 피해갔다고 지적 받고 있는 황 당 대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과거사 진상조사를 통해 다시 입길에 오르게 되었다. 분명한 범죄 사실이 무죄를 받았다. 일개 검사 하나가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당시 정권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은 법무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보고가 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면 과연 이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의아할 정도다. 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고 이를 영상에 담아 협박했다. 그렇게 당한 여성들에게 성접대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본 자들과 그런 혜택을 준 자들 모두 공범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처벌 받아야만 한다.
가해자는 제대로 된 검찰 조사도 받지 않은 상태다. 과거 가해자 조사 요청이 쏟아졌을 때 서면으로 제출 받은 것이 전부다. 가해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검찰의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 없는 일들을 피해자들은 하고 있다. 검찰이 비호하는 혹은 그렇다고 추측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외침이 제대로 전달되기도 어려웠다. 그 피해자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검사가 있는 자리에서 약물을 먹고 성폭력을 당했다.
그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할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정도다.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도 다 검찰에 제출했음에도 여전히 검찰은 다른 증거만 요구하고 있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하고 있다. 모든 증거를 가지고 다른 증거를 가져오라는 주장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다가온다.
김학의 전 차관 영상만이 아니라 추가로 11개의 영상이 더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중천의 조카가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피해자 진술이 존재하지만, 컴퓨터 파일 복원을 못했다는 주장만 나오고 있다고 한다. 황당할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과거사위원회 활동이 2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정치적 외압설과 증거 누락 등 의혹들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2주 동안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여부다. 김 전 차관 소환해 조사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던 김학의 전 차관 얼굴을 왜 검찰 측은 알아보지 못하는지 그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