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3차 수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언급되었다. 검찰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권고를 하면서 당시 박근혜 정권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한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역시 수사를 권고했다.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검찰 과거사위가 결정한 만큼 특검이든 어떤 형태든 수사팀이 꾸려져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는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두 번의 수사가 철저하게 김 전 차관 감싸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케케묵은 적폐를 도려낼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보호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 낡은 시대의 권력 비리는 더는 설 곳이 없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시대는 결국 국민들이 만들어간다. 거대 권력을 쥔 몇몇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그런 권력형 비리는 더는 대한민국에 남겨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영무자. 풀어서 쓰면 '그림자 무사'라는 의미의 가게무샤는 일본 전국시대에 성행한 위장 전술입니다. 주군을 보호하기 위해 닮은 사람을 대신 앞에 내세워서 위험을 피한다는 것이지요. 권력의 대역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서인지 비슷한 내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차례 변주 돼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가게무샤는 현대사에서도 종종 등장하곤 했는데… 히틀러가 전쟁 말기에 자신의 대역을 앞세워 놓고 도피했다는 얘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자신이 스탈린의 대역이었다고 주장하는 누군가는 "붉은 광장에서 대신 사열을 받고 연설도 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 등등 독재자일수록 암살을 두려워해 대중이 모인 자리에 대역을 내세웠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들입니다. 비록 독재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권력의 상층부에 있었던 그 역시 대역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진짜 김학의를 찾아라'깊은 밤 공항에서는 때 아닌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와 닮은 누군가가 앞장서서 시선을 모으는 사이에 논란의 주인공은 건장한 경호원을 대동한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지요. 감쪽같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기자들을 헷갈리게 할 만큼은 되어서… 질문이 대역에게 날아가는 촌극 끝에서야 진짜가 누군가를 알아챘다는 뒷얘기가 무성했습니다"
""옆에 있는 닮은 사람은 가족 중 한 명""비행기도 왕복 티켓…""짐이 간단한 옷가지 몇 벌뿐"- 김학의 전 차관 측"
"장황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치밀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난데없는 가게무샤 소동으로 인해서 재수사는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되었으니 그의 가게무샤는 어찌 보면 주군을 가려준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세상에 더 또렷하게 드러나게 해준 역설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별장 성범죄' 의혹 논란의 주인공은 앞으로 대신 나서줄 이도 없이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대면하게 되었으며…그래서 주말의 어느 날 밤, 공항에서 벌어진 가게무샤 소동은…한 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고…한 편의 리얼리티 드라마 같기도 하다는…"
일본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게무샤'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나 걸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게무샤'는 결코 용납될 수는 없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내세우는 행태는 그저 과거에나 존재해 영화나 드라마로 활용되는 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시대 위장 전술은 히틀러와 스탈린을 넘어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 등 독재자로 이어져 왔다. 가게무샤를 내세우는 것은 단 하나다. 독재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언제든 자신이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중 앞에는 자신과 닮은 가짜를 내세우게 되니 말이다.
기자들마저 진짜 김학의를 찾기 위해 혼란스러울 정도였다면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학의 측은 가게무샤는 가족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해외로 나가려는 것은 왕복 티켓을 끊었기 때문에 도피가 아니라 했다.
간단한 옷가지 몇 벌 뿐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해외 도피냐는 주장이었다. 그들은 태국에 있는 지인을 방문하기 위해 나가려던 것이라 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측은 공항에서 방콕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행 티켓을 구매하려다 실패했다. 태국에 사는 친구를 보러 가는데 왜 말레이시아 티켓을 끊으려 했을까?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깜짝 놀래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연락도 없이 가는 것이 상식적일까. 옷 몇 벌, 왕복 티켓이 해외 도피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현지에서 충분히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변명으로 일관하는 김 전 차관은 가게무샤 논란과 함께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 위원장 대행은 공개적으로 김학의 전 차관을 향해 "국민들을 뭘로 보시나"라고 분노했다. 법조인이 법을 지키지 않는 행태에 대한 분노였다. 그 분노는 국민들의 분노이기도 했다.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검찰은 누가 봐도 김 전 차관 얼굴로 확인이 가능한 영상을 보고도 무혐의 판결을 해왔다. 스스로 검찰로서 수사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공수처가 빨리 설립되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독 자한당만 공수처를 거부하고 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을 잘 알고 있어 더욱 추악한 범죄다. 공포에 사로잡혀 당해야만 했던 여성들. 그리고 힘겹게 용기를 낸 그 피해자들이 이제는 그 고통을 내려 놓고 남들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두 번의 무죄 판결을 받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3차 수사는 거대한 권력들이 어떤 부당함을 저질렀는지 밝히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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