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베트남쌀국수 생각나면 여길 가봐, 블루사이공
"너무 인상이 깊었던 베트남 요리 전문점"
베트남을 여러 번 다녀오다 보니 문득문득 쌀국수가 생각날 때가 많습니다. 로컬식에 가까우면 더더욱 좋습니다. 밀가루로 만드는 일반국수보다 먹으면 속이 편안하고 무엇보다 독특한 향이 제 입맛에는 좋습니다.
얼마 전에 동네에서 가까운 곳 차를 타고 지나다가 베트남 요리를 하는 전문점을 우연하게 만났습니다. 제법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이고 해서 돌아오는 길에 꼭 한번 들러보리라 하고는 일부러 들렀습니다.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시내에 비해 한적한 제주도의 중산간 도로, 마당에 잔디를 심어 한껏 멋을 부린 건물 앞에는 끼니때라 그런지 여전히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카운터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기다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제주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음식점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외식을 즐기는 가정들이 많아졌고, 한번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도민들은 물론이요, 관광객들까지 순식간에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되기까지는 무던한 노력이 따라야겠지요. 요즘은 맛도 좋아야 하지만 청결이나 친절도 등 다른 부분에서 인상 깊게 어필이 되어야만 합니다. 반대로 아무리 다른 점에서 인상이 깊더라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또한 낭패입니다.
가끔 다니다 보면 음식도 입맛에 맞고 주인장도 참 친절한 집을 만나게 됩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제가 이집을 소개하는 이유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참으로 배 불고 맛있게 먹기도 하였지만, 주인장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아주 인상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문전에서부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할 때까지 손님들에 치어 고단하고 귀찮을 법도 한데, 상냥한 톤으로 주문을 받고, 요리가 나오면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수저를 들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입니다. 여기에 음식의 맛까지 맘에 들면 금상첨화, 이쯤 되면 이집은 소문 좀 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맛집에 대한 홍보는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SNS, 블로그, 방송? 다 필요 없습니다. 제아무리 화려(?)하게 매체를 통한 홍보를 한다 해도 고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다 허사입니다. 다 필요 없고 고객 한사람에게만 집중하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 사람의 진심만 얻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다 알아서 소문내고 피라미드처럼 확대되는 거 금방입니다.
어디에다 기준을 삼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요리의 맛은 매우 주관적입니다. 맛있다는 사람이 있으면 별로라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친절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간혹 나는 그 집에 갔더니 불친절하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손님으로서 나는 어떻게 했나 한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족이 너무 길었지요? 그만큼 이집에서 느끼는 바가 많이 있었다는 것이니 이해바랍니다.
베트남요리 전문점 이곳의 이름은 블루사이공입니다. 블루 톤의 입구가 잘 어울리는 건물, 6.25와 베트남 전쟁, 예술로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베트남 여인과의 사랑을 그려낸 뮤지컬 ‘블루사이공’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실내의 분위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지대가 높다보니 바닷가 방향으로 나 있는 창으로는 멀리 바다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참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는 두 명이라 같은 종류를 주문하지 않고 다양한 맛을 보려고 두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요리라서 필수고요, 바게트 향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포크반미를 같이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쌀국수와 포크반미입니다. 찬으로는 소스를 쳐서 먹을 수 있도록 양파절임을 내놨고, 매콤한 걸 좋아하면 고추를 첨가하면 됩니다. 고수는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도록 따로 나옵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관심이 가는 요리는 쌀국수입니다. 제주도에서 현지 식에 가까운 쌀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과연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베트남에서는 주로 아침에 먹는 요리로서 ‘포(pho)’라고 부릅니다. 베트남에서도 지역마다 달라서 소고기를 얹으면 ‘포보’, 닭고기를 얹으면 ‘포가’라고 합니다.
저는 고수를 듬뿍 넣어서 먹는 취향입니다. 숙주와 양파, 고기 등은 다 들어가 있는데 고수가 따로 나오는 이유는 입맛에 잘 맞지 않는 한국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긴 베트남에서도 고수를 따로 내어 놓는 집도 있긴 하였습니다.
저는 고수의 독특한 향이 너무 좋습니다. 취향에 맞게 딸려 나오는 칠리소스를 첨가해서 먹어도 좋습니다.
먹기도 전에 바게트 향이 코를 자극했던 반미입니다. 고수를 넣어달라고 했고, 바게트를 직접 만드는지 씹을 때 식감과 고소한 향이 아주 좋습니다. 비록 나눠 먹은 거지만 쌀국수에다 반미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지만, 바게트 향 때문에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오픈은 11시30분에 하고 크로스는 오후4시이며, 마지막 주문은 3시반까지 입니다. 매주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최근 가본 맛집 중 가장 맘에 드는 곳이니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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