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까지 진행되는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등장했다. '원 히트 원더' 가수를 찾는 취지를 생각해보면 양준일보다 적합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거에 크게 화제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슈가맨'의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모티브로 제작되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과거 유명했던 하지만 잊힌 인물을 소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양준일은 마치 영화 속 로드리게즈 상황과 너무 닮았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비운의 천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로드리게즈는 미국에서 활동을 했지만,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무명 가수였다. 하지만 그런 로드리게즈가 남아공에서는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각광받는 존재가 되었다. 여러 시대상과 로드리게즈의 노래가 잘 맞물리며 만들어진 신화였다.
남아공의 영웅인 로드리게즈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롭게 흘러갔다. 그리고 미국에서 단 6장의 판매를 한 비운의 천재 로드리게즈는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남아공 공연을 떠난다. 미국에서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비운의 천재가 남아공에서 가진 콘서트 장면은 압권이었다.
양준일이 이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이 참 비슷하다. 90년대 등장한 양준일은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스타라는 말을 많이 한다. 당시에서는 국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의 곡과 퍼포먼스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지금 듣고 봐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갔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리베카'라는 곡은 지금 들어도 좋다. 그리고 양준일이 보여준 퍼포먼스 역시 지금 그대로 재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기 어려운 양준일이 다시 무대에 섰다. 그리고 다시 재현한 그의 무대는 '역시'라는 표현을 하도록 만들 정도였다.
설명을 들은 세대별 관객들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해당 가수가 등장하기 전 설명과 짧은 간주를 듣고 맞추는 일종의 몸풀기 같은 퀴즈다. 이 과정에서 40대가 상대적으로 많이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대를 살아간 이들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정답률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40대부터 10대로 이어지는 세대별 차이는 그렇게 기억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양준일을 40대와 10대가 압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40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10대가 20, 30대를 누를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인 것은 결국 '유튜브 세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온라인 탑골 공원'을 통해 과거 음악들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10대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활동했던 가수들까지 다시 소환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유튜브 문화'는 그렇게 세대의 차이를 최소한 음악 부분에서는 급격하게 좁혀주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10대에게 '유튜브'는 절대적 매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양준일이 활동하던 당시에 그는 호불호가 강한 가수였다. 발라드 음악이 주를 이루던 시절 현재 시점 많은 이들이 선호할 만한 장르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수가 기이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스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정도였다.
4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음식점 서빙을 하며 지낸다는 양준일의 근황은 그래서 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교포로 국내에서 활동했지만,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한 양준일에게 그 시간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영어를 너무 많이 쓴다며 비난을 받고, 심지어 비자 관리를 하는 관리자의 행패는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이 도장은 안 찍어주겠다"
교포로서 10년짜리 비자를 받고 들어온 양준일은 관계자의 횡포로 인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경악할 일이다. 병역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도 아닌데, 그저 시대에 맞지 않는단 이유 만으로 쫓아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니 말이다.
V2로 돌아와 활동하기도 했지만, 계약 사기를 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영어학원 강사일을 했었다는 양준일은 분명 비운의 스타다. 서빙 일로 근근이 살아가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관심이 반갑지는 않았다고 한다. 2주를 비우면 가족이 굶는데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제작진의 배려로 <슈가맨3> 무대에 선 양준일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이런 그가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하고 삶에 치여 미국에서 서빙 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참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후 다시 서빙의 삶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기회가 올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양준일은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의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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