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팀을 운영하던 백승수가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프로야구팀 단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야구에 대해서 모르는 백승수가 단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많은 이들의 뒷말이 넘쳐났다. 야구도 모르는 자가 어떻게 단장으로 일할 수 있느냐는 당연한 반발 말이다.
승수에 대해 프런트가 집단 반발을 하게 된 이유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동규를 트레이드시키겠다고 공헌했기 때문이다.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의 상징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일하게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스타이니 말이다.
드림즈에서 야구를 시작해 10년 넘게 이 팀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임동규는 스스로 야구단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선배들마저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코칭 스태프들 역시 임동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프런트 역시 임동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말 그대로 드림즈는 임동규를 위한 팀이 되어버렸다.
패배에 익숙하고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린 드림즈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팀이다. 그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들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무리들일 뿐이었다. 그런 곳에 백승수가 들어왔다. 그가 대단한 단장인 이유는 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작은 우물을 지배하는 포식자를 거둬내야 정상적인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음을 승수는 잘 알고 있었다. 씨름단도 아이스하키와 핸드볼 팀을 운영하면서도 승수는 문제의 핵심부터 파고들어 해결했다. 그렇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승수의 능력은 쉽게 볼 수 없다.
문제를 이를 어떻게 실제로 만들어내느냐는 문제다.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결까지 하지 못한다면 이는 무의미한 지적질에 불과하다. 팀 전체가 들고 일어나 당황하는 이유 역시 해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프런트에서는 그저 하는 말 정도로 생각했지만, 임동규 트레이드에 흔들림이 없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더 당황한 것은 임동규였다. 스타가 없는 팀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야구를 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신임 단장이 자신을 밀어내려 하자 분노했다.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있던 날 공개적으로 드림즈에서 평생을 다하겠다 공헌하고, 트로피로 승수 차량 유리창을 파괴하며 경고까지 했다.
이 정도 경고면 당황할 수도 있었지만, 승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지역 똘마니까지 동원해 폭력까지 행사했다. 이런 폭력에 흔들리지 않고 바로 출근해 업무를 보는 승수에 임동규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겁을 먹을 법도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는 단장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이 부족해 차량 두 대를 동원해 승수를 쫓는 똘마니들을 한 번에 제압한 것은 흥만이었다. 장사 출신 씨름 선수였던 흥만이었다. 승수가 단장으로 있던 시절 천하장사 타이틀을 딴 흥만은 언제나 승수 편이었다. 힘으로 제압하려는 임동규를 막아 세운 승수에 그는 기자들을 동원했다.
술자리를 만들고 돈을 찔러주며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임동규와 그런 접대를 받고 글을 써주는 기자들의 공생 관계는 참 한심하다. 이런 식의 기레기들은 넘쳐흘러 나고 있다는 점이 참 추악할 정도다. 가을 야구를 하지만 우승을 하지 못하는 바이킹즈와 트레이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앞세워 승수 공격에 나섰다.
셋업맨과 프랜차이즈 스타를 트레이드 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수는 이들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팀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어떤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바이킹스 김종무 단장과 은밀한 거래를 했다.
여론 몰이를 한 셋업맨과 트레이드가 아닌 국가대표 에이스 강두기와 트레이드였다. 고교 지명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2:2 트레이드를 원한 승수와 김 단장 사이 합의가 이뤄졌다. 준우승을 차지한 바이킹스에게는 임동규가 중요했다. 가을 야구를 못하는 드림즈에게 임동규는 쓸모없는 존재였다.
여름에 야구를 못하고 가을에 다시 펄펄 나는 임동규는 드림즈에게는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서 우승을 노리는 바이킹스에게는 가을에 잘하는 임동규가 중요하다. 타격에 약한 바이킹스에 팀 프랜차이즈 선수를 보내고, 진짜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두기를 받아오는 승수의 능력은 탁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강두기와 트레이드라는 사실에 반발하던 프런트도 아무 말할 수 없었다. 팀 내 불화로 인해 트레이드가 되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강두기가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은 임동규가 떠난다는 사실에 일말의 아쉬움도 느끼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팀을 망가트리는 선수를 내보내고, 인성을 갖춘 최고의 투수를 얻은 승수. 완벽한 트레이드에 불만이 있는 것은 권경민 상무였다. 드림즈가 만년 꼴찌를 하다 사라지기를 원하는 경민에게 승수의 완벽한 일처리는 불만이었다. 야구를 전혀 모르는 승수를 단장으로 임명한 것은 망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경민은 승수에게 요구했다. 그의 경력만큼만 해달라고 말이다. 우승하고 해체가 되었던 승수의 이력이 이번에도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룹 전체를 가지고 싶은 경민에게 야구팀은 쓸모없는 걸리적거리는 존재일 뿐이다. 야구팀을 털어내고 진짜 재송그룹 오너가 되고 싶은 경민과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승수. 이들의 대립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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