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연봉 30% 삭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백 단장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더 싸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구단을 해체하려는 권 상무와 고 사장의 덫에 빠진 백 단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절대 쉽지는 않은 일은 분명하다.
내부 회의에서 선수들 방출 의견을 내놨지만 쉽게 보낼 선수는 없었다. 이미 겨울 방출이 한 차례 있었던 상황에서 추가 방출이 이어지면 시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 끝 백 단장은 선수 방출 없이 금액을 줄여서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권 상무는 백 단장이 선수들을 방출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목한 10명의 선수들을 살리려는 백 단장을 신념만 있어 보이려는 존재 정도로 권 상무는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이는 권 상무가 느끼는 시기심이다. 자신은 감히 하지 못하는 리더십을 보이는 승수에 대한 시기와 분노가 함께 표출되기 시작했다.
동행을 선택한 승수는 새로운 방식의 연봉 산정 방식을 적용해 선수 계약을 시작했다. 연공서열 방식을 파괴하고 한 해 성적만 냉정하게 보고 평가해서 계약하는 방식이었다. 최하위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들은 당연하게도 연봉 삭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최고참인 장진우 선수는 실력과 상관없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신인들에게는 상상도 안 되는 고가 산정이 아닐 수 없다. 한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연공서열을 적용받아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프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만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반발이 이어지는 것 역시 당연하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이뤄진다고 보지 않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구단의 횡포에 분노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세영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을 하려는 이유는 어쩌면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힌트일 것이다. 세영 어머니인 미숙이 마트일을 하려는 것은 세영의 연봉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 넉넉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 식구가 먹고사는 것에 문제는 없다. 그런 미숙이 마트일을 하려는 것은 날 인정해줬기 때문이라 했다.
대단할 것도 없어 보이는 마트일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잘 할 것 같다며 함께 하기를 권하는 친구들 때문에 하고 싶다는 미숙의 말에 답이 있다.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동료의식이 고취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이라는 의미이니 말이다.
이는 고세혁이 강두기를 자신의 편으로 삼으려는 행동에서도 드러났다. 드림즈 선수들을 고객으로 데려가 백 단장에게 복수를 하려는 고세혁의 행태를 강두기는 파악하고 있었다. 돈을 갈취해 불명예스럽게 퇴출된 고세혁은 억울한 피해자라 주장하면서 에이전트가 되어 복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강두기 역시 자기 편으로 만들어 드림즈 전체를 흔들겠다는 고세혁의 악랄함은 초기에 제압당했다. 강두기는 가을에도 공을 던질 테니 팀을 흔들리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 싸움에서 백 단장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온다. 강두기 역할이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말이다. 구단과 선수가 아닌 개인적 복수심만 앞세운 고세혁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고세혁이 내부 자료를 확보한 것은 스카우트팀 차장인 장우석이 고세혁에게 넘겼기 때문이었다. 고세혁에게만 충성하는 장우석의 행동에 분개한 승수가 처음으로 화를 내는 장면이 등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스카우트 팀장이 된 양원섭 역시 장우석의 행동을 지적하며 상황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착한 형'이라고 불리는 곽한영 선수를 잡은 고세혁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백 단장을 흔들기 시작했다. 쉽게 계약을 할 수 없게 하겠다는 고세혁의 전략에 이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고참인 장진우 선수는 1억 3천 연봉을 받고 있지만 삭감 대상이다.
자신도 삭감은 생각하고 있지만, 구단 측이 5천만 원을 제시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억대 연봉은 지켜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골치만 아파진 장진우는 은퇴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 선수로서 이미 지는 해라면 하루빨리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례하기로 유명한 포수 서영주의 광기까지 더해졌다. 자신은 쉽게 계약할 수 없다면 연봉을 대폭 인상해달라 요구했다. 직접 병원으로 초대해 자신이 치질과 물이 찬 무릎 치료를 보여주며 빨리 계약을 하자고 엄포를 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저녁에 술이나 하자며 룸으로 부르는 무례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서영주는 선을 넘었다.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를 백 단장이 지적했음에도 자신이 최고의 수비형 포수라며 거들먹거리며 단장의 옷에 술을 부어 버리며 자신의 무릎에 물이 차는 심정을 알아야 한다는 선수의 행동은 선을 훌쩍 넘었다. 이 과정을 보던 세영이 분노해 술잔을 집어던지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영의 분노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터져야 했던 그가 너무 잠잠했기 때문이다. 백 단장이 이끄는 조직 속의 일원 정도가 아니라 보다 주체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세영의 분노는 이제 극을 승수와 세영이 함께 이끄는 구도가 된다는 점에서 반갑다.
권 상무는 고세혁을 차기 단장이라 추켜세우며 선수 계약을 미루라고 은연 중에 지시한다. 시즌을 앞두고도 계약을 하지 못하면 백 단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하지만 권 상무의 방식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야구단을 없애려는 자이고 백 단장은 우승을 시키려는 쪽이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선택은 승수의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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