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이 느껴진다. 마치 과거 외환위기 시절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허재가 있다. 과거에는 사무관이었던 그가 이제는 금융위원장이 되어 다시 문제의 바하마의 섀넌과 조우했다. 그리고 다시 은행을 팔려고 한다.
채 교수는 사망했다. 허재는 자신이 한 행동이 우발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벼랑에서 떨어진 채 교수를 살리려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그 순간 우발은 사라지고 은폐가 도사리게 되었다. 원수 같다고 생각했던 채 교수의 사망 후 보인 허재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국밥집에서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허재의 모습은 그가 어떤 존재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징성이 가득한 그 장면을 뒤로하고 허재는 잔인한 존재로 금융위원장의 자리에 올랐다. 완벽한 살인 뒤 찾아온 평화처럼 그 자리를 즐겼다.
전 위원장 퇴임을 하던 날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들은 이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체 안치소에서 확인한 아버지의 죽음. 한쪽 발은 양말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 의사는 부검할 필요도 없는 실족사라고 이야기를 한다. 자신과 신념이 달라 싫었던 아버지였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버지 발에 자신이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신겨주며 오열하는 이헌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했다. 직장인 금융위에서는 이헌의 아버지가 채 교수라는 사실을 몰랐다. 채 교수 장례식에 와서 이헌이 그렇게 좋은 집안인지 몰랐다는 기재부 국제금융국 나준표 국장의 말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출세지상주의자인 나 국장에게 허재는 동아줄이다. 어떻게든 타고 올라가 출세하고 큰돈 버는 것이 삶의 목표인 나 국장에서 지방대를 나온 혜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행시 3등을 했다고 해도 눈여겨볼 집안도 아니고 최고 학부도 아닌 혜준은 그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존재일 뿐이었다.
혜준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기재부 국제금융국에서 홀로 싸워야 하는 존재였다. 어린 나이에 한 번에 행시에 합격한 혜준을 싫어하는 박수종은 노골적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같은 5급이라고 당당하게 따지는 혜준의 행동에 오히려 놀란 것은 조희봉 과장이었다.
조율자 역할을 하는 조 과장이 혜준에게 자제를 요청한 것은 기재부의 분위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집단 속에서 혜준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후배 관계가 명확한 조직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기 바라는 조 과장의 바람과 달리, 혜준은 이런 모든 것이 불편하다.
나 국장에게 직접 영국과 관련한 통화스왑 보고서 작성을 밝히고 밤 세워 제출하지만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나 국장에게는 보고서 내용이 아니라 혜준이라는 인물이 싫었다. 그렇게 버려진 보고서에 반응한 것은 부총리였다. 뒤늦게 혜준에게 보고서를 보내라는 나 국장은 그게 인과응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허재는 이헌이 제안한 정인 은행 매각 보고서를 보면서 의심부터 했다. 일정 부분 관이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헌의 행동에 반색했다. 해외까지 대상자를 넓여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싶다는 허재의 말에 이헌은 당황했다. 정인은행의 BIS 비율을 보면 그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은 완벽하게 틀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허재는 이미 정인은행 매각을 위해 바하마 측의 섀넌과 논의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은행을 팔기 위해서는 조작도 상관없다는 허재와 '조작'과 '조정'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낸 이헌 사이는 대립각이 세워질 수밖에 없었다.
허재가 마련한 미팅 자리에는 다섯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허재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후배들인 금융위 금융정책국 국장 국경민과 기재부 국제금융국 나준표 국장. 그리고 채이헌 과장까지 포함한 자리로 준비했었다. 하지만 이헌이 조작에 반대하며 그들의 은밀한 모임은 시작되었다.
정인은행 BIS 비율을 조작해 해외에서도 입찰을 할 수 있도록 조작하는 작업을 그들은 진행했다. 그렇게 국경민 국장이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이헌은 공개적으로 조작되었다고 밝혔다.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나 국장 역시 호출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호출받아 급하게 오는 상황에서 부총리 비서 전화를 받은 나 국장은 혜준에게 보고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컴퓨터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혜준은 자기 보고서에 이름을 바꿔 나 국장 것으로 꾸민 것을 보고 실소를 했다. 쓸모없다고 버린 보고서를 윗선에는 자기 이름으로 올린 기회주의자였으니 말이다.
조 과장의 '순리' 발언에 참고 다시 나 국장 이름으로 보낸 보고서.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 국장 컴퓨터에 있던 정인 은행 BIS 비율 보고서를 혜준이 봤다. 그리고 프린트를 하는 순간 그들이 숨기려 한 비밀은 이제 혜준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분명하게 선이 갈렸다. 금융위원장이 된 허재와 패거리들과 이헌과 혜준이 함께 하는 이들과 대립각은 분명해졌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모피아들과 그들의 맞서는 젊은 그들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론스타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들과 모피아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다루는 <머니게임>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과 구독하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