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와 정 교사사 사이 간극은 크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만 하는 기간제 교사의 삶은 힘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하늘과 해원은 대치고 국어교사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왜 그들은 경쟁자가 되어야만 했을까?
수능 시험 감독관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민감할대로 민감한 아이들의 시험을 감독하는 것은 피 말리는 행위이니 말이다. 빠진 교사들이 많아 1년 차인 하늘까지 감독관이 되어 긴장한 채 시험을 나선 이들과 시험 당사자인 재현과 유라는 동지애까지 생겼다.
극한 몸싸움까지 했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돈독한 친구가 되었다. 같은 학교에서 시험을 본 이들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한 친구로 발전했다. 시험도 끝나고 남은 것은 대치고 교사 채용 시험이다. 하늘도 임용고시와 대치고 시험에 대비했다.
시험을 앞두고 문수호는 윤여화 선생을 통해 성순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해원이 내부 의혹을 외부에 알린 존재라는 사실과 함께 실제 부당하게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실장 조카가 낙하산이고 15배 수로 1차 시험을 마치며 낙하산이 정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잘못하면 역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정당함이었다. 15 배수가 아닌 5배 수로 경쟁력을 높이고 시험 문제 역시 출제 방식을 바꿔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자신의 조카인 행정실장의 안으로 통과시키려 했지만 교사들의 요청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부당 채용을 스스로 용인하는 꼴이 되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행정실장 조카의 낙하산을 근본적으로 막았다. 문제는 하늘과 해원이다. 최종 단계까지 올라온 두 사람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문제는 심각함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필기시험 1위는 하늘이었고, 시연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해원이었다.
하늘과 해원과 모두 일을 한 성순은 해원의 손을 들어줬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한 해원이 적합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반기를 든 것은 연우였다. 필기 점수가 가장 높은 하늘이 탈락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최종 5인 중 해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교육부 감사 사항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상황에서 외삼촌인 문수호의 판단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해원을 선택했다. 능숙하게 교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딜레마 속에서 이들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능력은 분명 좋지만 교무부장 조카인 하늘과 6년 동안 대치고에서 일한 대치고 출신 해원. 둘 중 누구를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웠다.
전교 1, 2등을 다투던 재현과 유라는 한국대 의대를 지원했다. 하지만 재현은 합격했고, 유라는 탈락했다. 대치고에서도 한국대 의대 합격생이 나왔다는 사실에 들떴지만, 유라의 눈물은 쉽게 잦아들기는 어렵다. 남들 앞에서는 무덤덤하게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재현을 축하했지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아픔이었다.
그렇게 홀로 우는 유라를 토닥여준 이는 재현이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했지만 그들은 그저 지독한 대한민국 교육환경에 노출된 동지들일 뿐이었다. 수능까지 마친 그들에게는 이제는 다시 새로운 도전들 앞에 내던져진 운명이다. 치열한 사회의 전초전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늘은 임용고시에서 탈락했다. 0.5점 차이로 탈락한 하늘은 심란했지만, 국숫집 엄마인 영숙은 이제 거의 다왔다며 응원했다. 낙하산이 합격도 한다는 사실에 실망한 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시험 못 붙으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단 말에 영숙은 학생들을 언급하며 나무랐다.
교사로서 자격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순간이었다. 교사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나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게 된다면 수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졸업식 날 윤여화 교사의 퇴임식도 이어졌다. 평교사로 퇴임하는 윤 교사는 평생 좋은 선생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으려 노력했지만 끝내 못 찾았다고 했다. 학생들과 동료,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윤 교사였지만 스스로는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하늘과 작별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정 교사가 되고 싶었던 하늘. 하지만 최종적으로 하늘은 탈락했다. 6년 동안 기간제로 지냈던 해원도 탈락했다. 이미 책상이 비워진 해원. 그 자리에서 실내화를 집어 들고 급하게 뛰는 수호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수호의 제자였던 해원. 혼란스러운 시기를 넘기고 맘 잡고 열심히 노력해 사대에 들어갔다. 해원은 정 교사 최종 시험에서 2학년 담임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 대상이 바로 수호였다. 택시를 타고 떠나는 해원을 하염없이 따라 뛰던 수호. 그렇게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그들은 만났다.
6년 동안 힘들었다며 자신을 안아달라는 해원. 그런 해원을 따뜻하게 감싸는 수호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한순간 제자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사실이었다고 해도 과연 자신이 그 상황이 되었다면 해원을 탓할 수 있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찾아오겠다는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학교 건물을 바라보는 하늘은 기간제와 정 교사라는 신분의 차이는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교사로서 역할이다. 하늘은 아이들이 자신을 "선생님"하고 부르며 떠나던 순간에 자신은 진짜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는 성순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에는 싫어했지만 누구보다 아꼈던 하늘이다. 그의 편에 섰다면 하늘은 정 교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 성순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이제 4번의 이야기 속에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하늘은 정 교사는 되지 못했지만 기간제로 대치고에 계속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흐름 상 하늘은 대치고에 있어야 하니 기간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위 자체가 주는 가치를 깨달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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