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게 교사라는 직업은 무슨 의미일까? 그는 자신을 살려준 선생님의 뒤를 걷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오르지 못한 정교사가 되어 진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게 자신을 구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은사를 위한 보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감이 된 문수호는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그가 성순에게 교감이 되고자 하는 이유에서 그 답이 있었다. 좋은 교사들이 나가는 일을 막고, 라인 파괴해 진짜 학교를 만드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말이다. 수호와 성순이 틀어진 그 이유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권력을 가진 것이다.
평온해 보이던 대치고가 다시 한 번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새로운 교무부장이 된 한 선생이 이카루스 인원을 대폭 늘리자 제안했고, 새로운 교장은 실적에 눈이 어두워 이를 승인했다. 문이과 각 50명씩 이카루스에 소속되자 남은 학생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전교 20명을 뽑은 작년에도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는 100명의 학생들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학교 측의 행동에 다른 학생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대치고 상위권 100명을 제외한 학생들은 알아서 각자 생존하라는 요구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이카루스 학생들이 자신들 수업을 하는 교사들을 자신들이 직접 선택하겠다는 요구까지 했다. 방과 후 수업 역시 그런 방식으로 하는데 왜 자신들은 안 되냐는 식이다. 모든 패를 쥔 이카루스로 인해 학교 내의 논란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공공연하게 불만을 토로하던 학생들이 이카루스 포스터를 찢는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사건들 속에 억울한 피해자는 따로 있었다. 교사들도 얼굴을 잘 모르는 학생. 황보통. 이름처럼 너무 평범해서 누구도 자신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조차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배달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보통에게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성순은 자신을 배신했다. 앞뒤가 다른 교사가 되었다. 그게 분해서 보통은 같은 반 친구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성순을 욕하기 시작했고, 그 사건은 대치고에 큰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성순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들이 갑작스럽게 아파 응급실로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학생의 요청을 잊을 정도로 아픈 아들을 돌봐야 했던 성순은 차마 이런 사실을 학생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모든 비난을 그저 온몸으로 받아낸 성순이었다.
보통의 앞뒤가 다른 교사라는 발언에 의심을 하기도 했던 하늘은 성순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자신이 경험한 성순은 보통이 말한 그런 인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한번 잘못 쌓인 악연은 또 다른 오해들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카루스 포스터를 찢은 이가 보통이라 생각한 성순은 하늘과 삼자대면을 했다. 찢어진 포스터를 쥐고 서 있는 보통을 성순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쉽게 정리되었다. 실제 이카루스 포스터를 찢고 자습실에 우유를 던진 아이들이 잡혔으니 말이다.
편견은 그렇게 서로를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보통이 가지고 있는 성순에 대한 오해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성순이 가진 오해도 그렇게 편견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은 담임인 하늘에게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대학 진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보통에게 정신없이 바쁜 하늘은 문이과 선택만 강요했다. 빠르게 정리가 되어야 할 문제에 대처한 행위였지만, 하늘은 깨달았다. 과연 자신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자문말이다. 이카루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들은 한정되어 있다.
이는 교사 집단 내부에서도 논란으로 확장되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편가르기 하더니, 이제는 학생들이 교사들을 갈라놓은 셈이다. 그 처지가 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었던 일들을 교사들도 경험하게 되며 큰 깨달음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역지사지가 주는 가치는 그래서 크다.
성적지상주의 학교에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모든 지표가 결국 승진과 정교사가 되는 이유가 되는 현실 속에서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이에 대항해 바른 길을 갈 것인지 그건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 결과는 쓰고 힘겨운 길이 될 수도 있다.
하늘은 보통이 자퇴서를 낸 것을 확인한 후 다짐을 했다. 자신이 정말 뭘 고민해야만 하는지 그때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교 1, 2등을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방황하는 아이들의 편에 서 주는 것 역시 교사로서 역할이기도 하다.
이카루스 학생들의 요구로 인해 역지사지를 경험했다. 피상적으로 생각하던 학생들 입장이 스스로 되어본 하늘로서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책을 하는 이유가 되었다. 더는 정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자신을 구해준 김영하 선생님이 정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닌 진짜 선생님이 되고자 했다는 사실을 하늘은 뒤늦게 깨달았다.
순풍을 단듯 현재처럼만 하면 정교사가 될 수 있는 하늘은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이카루스 담임도 수업도 포기한 하늘은 이카루스가 아닌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하늘은 성순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아이들과 수업을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국숫집 엄마는 고향으로 떠나려 하고, 방황하는 보통은 학교와 완전히 등을 지려한다. 남은 2회 동안 정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이제 진짜 선생님이 되는 길을 선택한 하늘의 도전이 기대된다.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료로서 함께 하는 성순의 역할 역시 기대된다. 진짜 선생님이 되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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