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 마지막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수였던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이자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 대해 구속이 결정되었다. 모든 것이 우연이고 딸들이 열심히 한 것 외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이 조사한 내용들은 범죄가 맞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성적 조작 사건이 숙명여고 사건으로 인해 근절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단순히 숙명여고에서만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는 성적 조작 사건이 과연 숙명여고 사건 이후 근절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및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인 A씨에 대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가 될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동안 보여진 행태를 보면 반려가 될 가능성도 보였기 때문이다.
수시 비중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치러지는 시험은 중요해졌다. 3년 동안 학교에서 치러지는 시험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는 점에서 평소 점수 관리는 곧 대학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가치다. 이는 분명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오직 성적 만으로 평가되던 것과 달리, 다양한 형태의 평가 기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불합리함과 달리, 수시는 3년 동안 꾸준하게 관리가 가능해 좀 더 심층 평가가 가능해진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공정한 방식으로 제대로 진행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니다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수시는 분명 중요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늘고 틈새 시장을 파고 드는 업자들로 인해 변질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문제다. 이를 감독해야 할 각 시도 교육청의 나태함도 모든 문제를 만들어내고 방조했다.
부모와 자식이 한 학교에 있다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부모라면 자식들이 잘 되기 바라는 마음은 같다. 자신의 위치가 자식들이 편하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자리라면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 않지만 또한 모두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가장 공정해야만 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행태는 숙명여고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조직적으로 성적을 관리한다는 주장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는 소위 SKY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을 학교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SKY에 얼마나 합격 시켰는지 여부가 명분의 기준이 되는 현실 속에서 유혹은 자연스럽다. 학교가 관리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좋은 점수들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별반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특별하게 관리하는 학생들은 존재한다. 그렇게 부당한 지원을 받아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곳에 들어간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공정할 수가 없다.
그들이 받은 혜택은 그렇게 또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며 악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식 혹은 무리들만을 위한 사고를 하게 되는 그들의 만들어 놓은 곳은 결국 학교다. 공교육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교육 만은 여전히 과거 지향적이다.
4차 산업이 미래를 이끈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반복해 등장하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교육은 과연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의문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 대기업 취업을 위한 대학.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가는 이유가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직업 교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기업을 위한 교육이 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직업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교육의 가치가 구현되어야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하지만 오직 좋은 대학과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고리에만 집착하는 교육의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다. 평생 직장도 사라진 현실 속에서 다양성이 배제된 우리의 교육 현실은 참담할 뿐이다.
미래 산업은 창의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최근의 글로벌 기업들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특정한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이 보장된 교육을 통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일 것이다.
대한민국인 벤처가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탐욕스런 재벌들은 가능성을 보이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당당하게 빼앗는다. 이는 재벌들 만이 아니라 공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벤처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행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법은 여전히 재벌들 편에만 서 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 우스갯소리로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잘 해야 전파상 주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수많은 벤처 사업가들이 미국처럼 거대해지고 세계화 되는 와중에도 국내는 모든 권력의 비호를 받는 재벌들만 견고할 뿐이었다.
특정 재벌들에만 집중된 지원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결국 학교 교육 체계와 시스템 변화는 단순히 교육 현장의 문제 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우린 수많은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을 매번 마주할 수밖에 없다.
걸리면 어쩔 수 없지만 안 걸리면 순탄하게 대학가고 입사하는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불가능하다. 모든 교육의 목적이 대학이라는 현실을 타파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학부모들이 대학을 원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학 몰입 교육도 사라지기는 어렵다.
대학을 가는 이유가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찾는 경우는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는 반 이상은 그저 남들도 가니까 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대학 입학과 탈락이 사회적 낙오로 인식되는 현실 속에서 대학은 또래 문화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대학이 입사를 위한 학원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고가의 학원을 차려 놓고 배를 불리는 자들은 오직 사립학교장 외에는 없는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불가능한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부터 비리 투성이다. 초중고 교육이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다.
대학을 간다고 달라질 일도 별로 없다. 그저 새로운 고등학교를 다니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존 고등학교와 다른 점은 술을 마셔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수준일 뿐이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원하는 목표는 취업이다. 다양한 직업군들이 존재하고 매번 새로운 직업들이 만들어지지만 우리 사회는 획일화된 구조 속에서 대기업 입사만이 성공이라 칭해질 뿐이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구속으로 인해 이번 사건 수사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버지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된 상태였던 것과 달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부재는 쌍둥이 자매들을 흔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자백이 쉽게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건은 조만간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들은 숙명여고 사태가 처음이고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질적인 병폐이고 한 고교에서만 벌어진 일탈 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숙명여고 사태는 우리 교육의 근간을 새롭게 짜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수시 폐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사고 체계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근본적 해결을 두려워 한 채 그저 '언발에 오줌 누기'식 대처는 발을 잘라내는 지경까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의 의식 변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창의력이 곧 경쟁력인 세상에 여전히 무조건 외워 답만 유추하면 그만인 시스템이 버틸 수 있는 시장은 없다. 산업을 선도하지 않으면 후발 주자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숙명여고 사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된 길을 찾고 알려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제 우린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대에 서 있다. 그 방향은 곧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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