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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충족시킨 첫 방송이었다. 아동 상담가가 교통사고를 내 아이를 숨지게 만들었다. 고의도 의도성도 없었지만 임신한 채 낯선 아이를 죽게 만든 상황. 그리고 환영처럼 따라다니는 녹색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 연이은 아이의 죽음과 그 곳에 남겨진 시 한 구절은 상황을 압도해갔다.


서정주 시 문둥이;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 들이닥친 위기, 연이은 아동 학대 살인 사건 속 숨겨진 비밀



남편은 IT기업 부대표다. 우경 자신은 한울 센터 아동 상담가로 활동 중이다. 동생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문제가 없다. 임신해 건강한 아들 출산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어머니의 너무 솔직함이 두렵게 다가올 정도이기는 하지만 우경의 삶은 행복이라 단정해도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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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경의 삶은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였다. 아동 상담가로 활동하며 아동 학대에 반대하던 우경에게 박지혜라는 인물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남편이 아들을 죽이고, 아내가 태워버린 그 끔찍한 사건에 경악한 것은 당연했다. 직접 피켓까지 들고 거리에 나설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문제의 어머니가 출소했다. 그리고 끔찍한 장소로 다시 돌아와 사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경악했다. 온갖 낙서가 가득한 집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잔인한 살인사건과 연결되며 더욱 섬뜩함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녀를 증오하는 상황에서 우경의 어머니만은 담담하다.


잔인한 살인마인 박지혜를 이해하고 편을 드는 듯한 엄마 진옥의 모습에 우경은 당혹스러울 정도다. 더 놀란 것은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동생 세경이 갑자기 눈을 떴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우경은 이런 변화들이 놀랍기만 하다. 동생이 곧 다시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놀이공원에 차량 한 대가 들어선다. 그리고 붉은 불꽃과 함께 차량은 전소 되었다. 전소 된 차량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타버려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시체. 하지만 차량 주인은 김해동이라는 인물이었다. 잔인한 자식 살인 사건의 주범이자 박지혜의 남편 차량이었다.


사체는 박지혜였고,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 의사들만 아는 펜타닐이라는 마취제를 사용한 흔적이 부검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타살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수사는 시작되었다. 강력계 강지헌 형사는 박지혜가 살았던 집을 찾는다. 그리고 방안에서 찢긴 사진과 그 뒤에 적힌 글씨가 강 형사를 사로잡는다.


"보리밭에 달 뜨면"


뭔지 모를 문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강 형사로서는 기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지혜는 단란한 가족사진을 찢었다. 남편과 자신이 찍힌 부분은 거울에 끼워 놨지만, 아들이 찍힌 부분은 버렸다. 악마여서 아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아들이 뭔가 이상한 존재였다는 의혹은 여전히 교도소에 있는 그녀의 남편인 김해동에 의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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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전 국민은 자신들 부부를 비난하기만 한다는 주장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뭔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부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끔찍한 짓을 한 이유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이면에 뭔가 존재한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우경은 태아 검사를 받고 다시 사무실로 향하며 상담 예약한 아동의 부모와 통화를 하며 모든 것이 뒤틀리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상담을 거부하는 어머니의 돌변한 태도에 당혹해 하던 우경은 그만 아이를 치고 말았다. 사람이 다닐 수 없는 도로에 갑자기 녹색 옷을 입은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급 브레이크를 밟기는 했지만 제동거리는 이미 아이를 지나칠 정도였다. 아동 폭력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직접 행동하기까지 하는 아동 전문가가 아이를 자동차로 쳤다. 비록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우경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우경이 더 놀란 것은 사고로 죽은 아이가 녹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망한 아이는 남자아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아이의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아이. 그 사건으로 인해 우경의 삶은 완전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딸은 자신이 보살필 수가 없어 어머니 댁으로 보내고, 피폐한 상태로 스스로를 방치한 우경. 그런 우경을 보며 다시 재발했다는 남편 민석의 곁에는 강 형사의 전 여자친구인 연주가 있다. 완벽해 보였던 우경의 가족은 숨겨진 비밀이 많았다. 건실한 사업가 남편은 가정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뒤로는 자신의 비서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누구도 찾지 않은 아이. 그렇게 우경은 대신 장례를 치렀다. 아이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 것이었다. 납골당에서 우경은 다시 한 번 녹색 옷을 입은 아이를 발견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아이를 만삭의 몸으로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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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있던 우경을 찾은 것은 강 형사였다. 사망한 박지혜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시위하던 모습이 찍힌 우경을 찾은 것이다.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단체라고 하기도 모호한 그 무리들이 박지혜 부부가 벌인 사건이 너무 참혹해 시위를 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경이었다.


강 형사는 우경을 통해 사진 속 인물 중 하나가 의사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추적을 시작한 강 형사는 의사의 고향집으로 향한다. 7명의 신원 미상자 중 하나인 의사 박용태.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은 의사 박용태가 박지혜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되었지만, 그런 그 역시 낯선 여성에 의해 살해 당했다.


짧은 머리의 이 여성이 살인을 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죽으려던 박용태를 막는 과정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강 형사가 현장에 도착한 시점에 칼을 쥐고 있었던 것은 문제의 여성 전수영이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히기만 하는 이 사건은 미스터리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서도 좀처럼 마음이 아픈 우경은 아이의 유품 속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옷가지와 신발이 전부인 아이. 그 아이의 신발 밑창에 숨겨져 있던 그림 속에는 동물원에 놀러 간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아이에게도 단란한 가족이 존재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그림 뒤에도 강 형사가 발견했던 시구 일부가 적혀 있었다.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어린 아이의 글씨를 본 순간 우경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 시를 알고 있었다. 서정주 시인이 젊은 시절 발표했던 '문둥이'라는 시였다. 강렬했던 초창기 시에서 드러난 섬뜩함이 왜 아이들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일까?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우름을 밤새 우렀다"


짧지만 강렬한 이 시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강력한 떡밥은 그렇게 투척 되었다. 계단에서 스스로 굴렀던 아이는 빨간 옷을 입은 아이를 봤다. 그리고 그 남자 아이는 어머니를 조정해 상담을 거부했다. 모든 시작은 환영처럼 등장하는 어린 여자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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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에게는 녹색 옷을 입은 아이였지만, 사내 아이의 눈에는 빨간 옷을 입은 아이였다. 그 아이가 모든 사건의 시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아이의 죽음 속에 모든 진실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모든 것은 녹색 옷을 입은 아이를 추적하는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동 학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들을 통해 현실 속에서도 민감하게 다가오는 아동 학대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첫 방송에서 강렬하게 준비된 이야기의 단단함은 <붉은 달 푸른 해>를 꼭 봐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보리밭 붉은 달을 잠재울 푸른 해를 과연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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