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이는 청춘들의 고민 만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은퇴하게 되는 60대는 새로운 청춘이다.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현재 은퇴하는 60세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할 60대 그들은 또 다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던져진 화두,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청년들의 실업난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창업에 대한 가치와 성공 가능성은 다른 나라보다 낮다. 모험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은 안정적인 직업 찾기에 골몰하게 만든다. 공무원에 집중하는 청춘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창업을 막는 사회적 시스템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새로운 청년기를 맞는 이들이라고 삶이 녹록하지는 않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노후 보장이 잘 된다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노인이란 또 다른 도전이거나 밑바닥으로 전락하는 것 외에는 없다. 기사에서는 노년을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10억이 훌쩍 넘는 노후 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강변 한다.
하지만 10억이 훌쩍 넘는 여유 자금을 자기고 노후를 즐기는 인구가 얼마나 될까? 노동자 평균 연봉을 계산하는 것 역시 허수가 많아 논란이 되듯, 노후 자금 역시 기준점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다시 드는 생각은 어떻게 살 것인가? 대기업에 취직을 해도 이제는 40을 넘기기 시작하면 퇴출의 공포에 매일 시달려야 한다.
한정된 자리에 누군가는 들고 나가야 하는 숙명 속에서 모든 연령대는 고단하다. 고용 없는 성장은 지속되고 거대한 부를 쥔 소수의 재벌들은 자신들의 영속에만 집착할 뿐이다.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 잘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난 10년 간 우린 지독한 줄서기와 경쟁에 내던져 졌다.
싸워서 이기고 내 이웃과 친구를 짓밟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은 잔인하게 낙인이 되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복지는 미친 짓이고 국가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 외치는 정치꾼들의 협박에 가까운 외침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왜 부당하고 나쁜 짓이 되어야 하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SBS 스페셜-충건씨의 은퇴여행>은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은퇴를 하거나 앞둔 이들에게는 한번쯤 고민해볼 수밖에 없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고 60평생 처음 홀로 해외여행을 나선 충건씨가 만난 두 부부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어 학원을 더는 운영할 수 없어 살던 아파트까지 팔고 해외에서 한 달 사기에 나선 부부. 하지만 이 부부는 해외에서 한 달 살기가 아닌 1년 동안 살기를 체험 중이다. 직장도 사라지고 살던 집까지 팔았다. 결코 넉넉할 수 없는 살이고 돌아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를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행 경비도 문제지만 어차피 1년을 비워둬도 나갈 수밖에 없는 비용을 생각해 과감하게 처분하고 자신들 삶을 위한 투자를 했다. 1년 동안 어차피 들어갈 비용으로 해외에서 살아보겠다는 이들 부부의 용기 있는 실험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유럽 여러 국가를 다니다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에서 2개월 이상 머물고 있는 부부의 삶은 행복하다. 일에 얽매이지 않아도 평온한 삶. 어쩌면 모두가 이런 삶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월세 32만원에 부부가 충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지와 값싼 생활비는 부부가 한 달을 100만원도 들이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림 같은 호수가 보이는 이곳은 대부분 저렴한 월세만 지불하면 거주가 가능하다. 소일거리로 현지인들의 일을 도와 한 달 살기도 가능하다. 물론 영원히 그곳에서 정착해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이 부부의 실험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1년 이란 한정된 시간 동안의 실험이자 도전이지만 이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캄보디아 바탐방에서 살고 있는 40대 부부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탐방에서는 부촌이라고 불리는 부부가 사는 4층 짜리 건물 월세는 450불이다. 식자재 비용도 낮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충분히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다.
직업 군인이던 남편이 암에 걸린 후 삶 자체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부부. 그렇게 귀촌 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한시적으로 살아보는 것을 택한 그들은 캄보디아를 찾았다.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삶을 산 아내는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그렇게 바탐방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주말 부부로 살던 그들은 비로소 바탐방에서 다른 부부처럼 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남편은 평생 첫 취미인 사진을 찍으며 살아간다. 낯선 나라에 문화도 모든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용기만 낸다면 충분히 행복을 찾을 수도 있어 보이는 삶이다.
유럽을 돌며 1년 살기에 나선 부부나 캄보디아에서 몇 년 동안 거주를 목적으로 살아보고 있는 부부의 삶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사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하게 살지만 그 치열한 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없는 삶. 오히려 열심히 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삶도 나쁘지 않다.
한 국가에 국한시키지 않고 자신의 처지에 맞춰 다양한 나라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도 새로운 문화로 정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제처럼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 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다시 어떻게 살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치열한 경쟁을 빼면 남는 것이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의 삶. 과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인지 많은 이들은 자문하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누구도 이야기해줄 수는 없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도 없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린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삶과 행복. 그건 결국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한 자의 몫이다. 그런 결과를 위해 도전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호화롭게 해외 여행을 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여행 광고에나 나올법한 모습이 아닌 현지인으로 살아가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근원적인 고민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를 찾는 것. 그게 곧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행복이란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그 기준은 누구도 함부로 정할 수 없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결국 우리가 이 땅에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자 목표일 수밖에 없다. 어떤 삶이 행복한지 그건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참 어려우면서도 쉬운 명제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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