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유발하는 식으로 극은 이어진다. 뭔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어디론가 이끌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짙은 안개에 쌓인 채 촉각으로 찾아가는 그 무엇. 하지만 그 길목마다 적혀 있는 시 구절들은 더욱 기묘함을 자아내게 한다.
죽음과 시;
붉은 눈물의 정체는 누구인가? 녹색 옷을 입은 아이로 보여준 우경의 존재감과 역할
우경의 눈에만 보이는 아이. 녹색 옷을 입은 아이의 정체는 누구일까? 자신의 차 앞에 갑자기 등장해 숨진 아이의 여동생이 맞는 것일까? 도무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사건. 뒤이어 임신 10개월 차의 아이까지 잃은 우경은 점점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헌은 잘 몰랐다. 과거의 사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시구가 뭔지도 잘 몰랐다. 아니 연관성이나 의미도 찾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타락한 의사 사건이 쉽게 수습이 되면서 잊혀졌던 의문은 새로운 사건과 함께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남자. 그리고 그의 곁에는 현금 다발이 있었다. 스스로 죽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 타살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뭔지 모를 기시감은 지헌을 흔들었다. 워낙 의심이 많아서 인지 모르지만 자살로 보기 무리가 있다 생각했다.
짧은 머리와 고급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수영. 이제는 파트너가 되었지만 첫 만남부터 어긋나 있던 그들은 여전히 거리감이 존재한다. 말수가 없고 무뚝뚝한 로봇 같은 수영과 어딘지 부족하지만 촉은 좋은 지헌과 의외로 잘 맞는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사건으로 생각한 수영은 지헌의 말 한마디에 중요한 증거인 휴대폰을 찾았다.
남편의 사망 소식에 누구보다 좋아했던 소라 어머니. 소라 아버지이자 사망자인 안석원은 가정 폭력 가해자다. 소라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해왔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우경에게 상담을 받아왔던 소라. 그리고 소라 어머니 역시 상습적으로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왔던 피해자였다.
자신들을 괴롭히던 남편이 죽었다. 생명보험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소라 어머니가 행복해 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녀에게 남편의 죽음은 축복이었다. 어린 딸 역시 아버지의 부재보다 더는 엄마와 자신이 맞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모녀의 행복을 그리 오래갈 수 없었다. 안석원의 죽음을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 지헌은 주변 사람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그가 죽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노름꾼에 가정 폭행을 일삼던 그가 최근 돈줄을 잡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돈도 없어 힘들어 하던 그가 노름 뒷돈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정황들은 타살로 이야기하고 있다. 안석원의 아내를 의심해 보기도 하지만 뭔가 뚜렷한 무엇을 잡지 못한다. 일상이 된 가정 폭력에 더는 참지 못하고 아내가 직접 죽였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전날 잔인한 폭력 뒤 하루 종일 쓰러져 있었다는 아내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서는 결정적 단서가 필요하다.
소라 엄마는 누군가와 톡을 하고 있다. '붉은 눈물'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라 엄마는 남편의 죽음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직접 죽이지 않았지만 분명 죽음을 바랐다. 여유가 넘치는 '붉은 눈물'과 달리 소라 엄마는 형사까지 찾아오는 현실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혼란만 가득했던 우경은 자신이 상당했던 아이 수완이가 만든 집을 보고 길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에 치여 죽은 남자 아이 소지품에 있던 그림. 그 안에 숨겨진 여자 아이. 그 여자 아이가 바로 녹색 옷을 입은 아이라 확신한 우경은 수완이 만든 집에서 찾은 '동생도 있어요'라는 글 귀에 집안 깊숙이 숨겨진 아이의 모습을 보고 막연한 확신을 가진다.
자신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녹색 옷을 입은 아이에게 망상이 아닌 실제라면 자신을 이해 시켜 보라 한다. 우경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천장을 가리킨다. 아이가 천장을 가리키자 그곳에 균열이 생기고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연의 연속은 필연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우경은 번뜩이는 뭔가가 자신을 찾아왔다. 퇴근하던 길에 걸려 쓰러진 수완이가 만든 집에 엉망이 된 채 툭 삐져나온 여자아인 종이 인형. 우경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자신 사무실 윗층으로 올라간다. 그곳엔 누군가 관리한 듯 열쇠가 있고 열려 있었다.
창고 옷가지 사이로 빛이 보이고 그 안으로 들어서자 우경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의 사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오랜 시간 감금 당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모습으로 아이는 박제가 된 듯 놓여 있었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는 자신을 찾아주기 바라는 마음에 우경을 찾았던 셈이다.
안석원의 죽음 곁에도 시가 있었다. 수영이 찾은 시구는 서정주의 '입맞춤'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었다. 안석원이 죽은 차량 안에서 발견된 돈뭉치. 그리고 그 돈을 싸고 있던 신문지 안에 적힌 시구. 혹시 아내의 글씨가 아닐까 확인도 해보지만 아니었다.
죽음과 시가 연결되어져 있음을 지헌은 확인하게 된다. 박지혜 사건이 쉽게 끝나며 주목할 수 없었던 사진 뒤에 적혀 있었던 시구. 그리고 우경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봤던 아이 그림 뒤에 적힌 동일한 시구. 우연일 수 없다. 여기에 안석원의 죽음 곁에서 시구가 있다.
죽음과 시는 하나의 묶음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자는 그 시를 통해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 시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경을 통해 죽음과 시에 더해 아이가 이번 연쇄살인사건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연쇄살인사건이라 말할 수 없고, 그렇게 수사를 이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이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잔인한 살인이다. 타인과 교류조차 없었던 박지혜가 오랜 시간 운전까지 해 폐쇄된 놀이공원에서 죽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혼란과 공포에 휩싸인 소라 엄마가 차도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상하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번 사건에 '붉은 눈물'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다크웹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붉은 눈물'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가 모든 사건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붉은 눈물'은 원한을 가진 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존재한다. 아동 학대를 받는 집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붉은 눈물'은 직접 살인을 하기보다는 기획을 하는 존재일 가능성도 높다. 물론 직접 살인까지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완벽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완벽한 시나리오 속에 의도적으로 힌트를 흘리고 있다. 죽음과 시를 연결 시키고, 그 안에 학대를 받고 있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한다. 그 의도는 범인이 드러난 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범인 역시 학대를 받아왔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건의 연결고리인 한울센터가 있다. 과거 고아원이었던 그곳에서 상담을 받던 아이들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은호가 사건에 깊이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붉은 눈물'은 은호여야 한다. 하지만 정공법을 따를지 뒤틀어 의외의 인물로 내세울지 알 수는 없다.
안석원 사건과 건물 안에 은밀하게 방치되었던 아이 사체를 찾은 후 우경도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헌 역시 이번 사건들에 우경이 절실하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팀은 꾸려졌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악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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