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만으로 모든 것은 증명되었다. 송혜교와 박보검이 나온 다는 것 만으로도 필견의 드라마가 된 <남자친구>는 첫 방송부터 두 사람만 존재했다.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는 세상에 그 둘을 위한 성찬은 그들을 보기 위해 화면 앞에 모인 이들을 충족시켜주었다.
로맨스 쿠바;
우연이지만 운명처럼 다가왔던 인연, 그 사랑의 시작은 달콤했지만 씁쓸함이 기다린다
수현에게 청춘은 헛된 삶의 연속이었다. 자신은 없고 주변만 존재하는 삶은 그렇게 허망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위해 살아온 인생이 되어버린 수현에게 행복은 존재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를 정치인으로 만들려던 어머니로 인해 딸 수현 역시 도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뒷모습만 보이는 수현의 청춘은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지나가 버렸다. 아버지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수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경그룹 정우석과 결혼했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목적을 위해 결혼을 해야만 했던 수현에게 그 결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행복할 수도 없는 결혼 생활을 끝내며 수현은 태경그룹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을 가졌다. 망하기 직전의 호텔을 받은 수현은 최고의 호텔로 바꿔 놓았다.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무너진 호텔을 최정상으로 바꿨지만 온전히 수현의 것은 아니다. 태경그룹의 실질적 주인인 전 시어머니는 기준을 정했다.
자신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일을 하면 호텔을 빼앗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자기들 마음대로 이혼한 수현을 통제하겠다는 마음이다. 이혼하는 조건으로 매년 전 시어머니 생일을 찾아야 하는 기괴한 현실. 재벌가란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동화호텔 대표 수현은 쿠바로 날아갔다. 쿠바에 호텔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국내 만이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확장할 정도로 키운 호텔 사업. 그렇게 날아간 쿠바에서 수현은 평생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게 정말 사랑인지 뭔지 모호하지만 명확한 것은 간지럽고 들뜨게 만드는 감정인 것은 분명했다.
모든 것은 그 사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운전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현지 운전 기사의 실수로 사고가 났다. 그 사고로 인해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사고로 인해 쉬고 있던 그의 사진기가 고장이 났다. 보상을 해주겠다는 비서의 제안에도 거부하는 이 남자. 왠지 모르게 끌린다.
1년 동안 힘들게 일해 모은 돈으로 진혁은 쿠바 여행을 왔다. 1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확신했다. 자신이 태어나던 해 아버지 친구가 선물한 카메라와 함께 한 쿠바 여행은 행복이었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낯설기는 했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평온했던 진혁의 쿠바 여행은 잠시 쉬기 위해 찾은 카페테리아에서 깨졌다. 갑작스런 사고로 카메라 화면이 깨졌다. 촬영은 가능하지만 깨진 화면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 좋을 리는 없다. 차량에서 내린 여성이 카메라를 교체해주겠다며 연락처를 묻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현은 봤지만 진혁은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 운명과 같은 인연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계약을 마치고 홀로 나선 '모로 카바냐' 길에서 수현은 가방을 도둑 맞고 말았다. 돈도 휴대폰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힘겹게 찾은 그곳은 멋진 풍광을 간직하고 있었다.
문제는 일찍 자기 위해 먹었던 수면제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높은 난간에서 쓰러지면 사망할 수도 있었다. 그 위급한 상황에 등장한 것은 진혁이었다.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갑자기 쓰러져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자신의 어깨를 빌려 잠이든 여인이 싫지 않다.
잠이 깬 후 돈을 빌려 달라는 수현. 맥주가 마시고 싶은 그녀를 위해 함께 맥주를 마셨다. 갑작스런 고행으로 걷기 어려운 수현을 위해 기꺼이 진혁은 신발을 벗었다. 그렇게 함께 맨발로 모로 카바냐 거리를 걷는 두 사람. 모로 카바냐의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낯선 도시.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우연이 반복되어 인연이 되어버린 두 사람이 애틋한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상황은 그들에게 '썸'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수현의 구두. 그리고 아침에 만나기로 했던 커피숍. 하지만 엇갈렸던 두 사람은 같은 비행기를 탔다. 그들의 인연은 그렇게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음에도 질긴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에 와서야 수현이 동화호텔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걸려온 전화는 진혁에게 동화호텔에 합격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화호텔 사장과 신입사원으로 인연을 이어가게 될 수현과 진혁. 그들의 인연은 로맨틱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태경그룹은 여전히 수현을 옥죄고 있다. 수현 아버지의 야망을 이용해 수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그들이 그녀의 행복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
수현은 진혁을 만나며 처음으로 자신을 직시했다. 그녀의 뒷모습만 보이던 것과 달리, 진혁을 만난 후 처음으로 수현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살아왔던 수현이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상황이다.
진혁과 수현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카페테리아에서 자리를 바꿔 달라는 노신사의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운명과 같은 사건은 벌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편의 동화처럼 이어진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익숙함 속에 오직 송혜교와 박보검의 클로즈업과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남자친구>의 시작은 좋았다.
문제는 두 사람을 광고처럼 보는 것으로 모든 것을 채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흥미롭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재벌과 정치인, 그리고 시장 상인의 아들의 사랑 이야기는 이미 시청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만 품고 있다. 이를 얼마나 능숙하고 지혜롭게 풀어가느냐는 이제 작가의 몫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