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만 되면 자사 만을 위한 시상식을 한다. 시상식 무용론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들을 위한 상 나눠주기를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전파 낭비다. 누구를 위한 시상식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일들은 이번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독이든 성배;
연말 시상식 생중계는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대상은 독이든 성배가 되고는 한다. 이번 2018 SBS 연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승기의 경우 더욱 그런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승기 자체에 대한 비판적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과연 이승기가 대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올 한해 SBS 예능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방송사의 시상식은 오직 자사의 이익에 충실할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직 자사에 어떤 이득이 될지 계산해서 줄 뿐이다. 그런 점에서 SBS가 이승기에게 선뜻 대상을 준 것은 2019년 이승기와 함께 예능을 다양하게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해진다.
대상을 누가 받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나눠주기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라 해서 대중들에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물론 대상을 받은 이는 그 상이 주는 가치와 무게에 대한 의미 부여는 될 것이다. 그들에게 만은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이자 결과이니 말이다.
이영자에게 대상을 준 KBS도 조금은 과하다는 느낌을 들기는 했다. KBS보다는 MBC에서 대상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연말 시상식에서 이영자가 2관왕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올 해는 여성들이 대상까지 차지하며 판도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 어느 해보다 여성들에 대한 감성과 가치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유독 개그우먼들의 활약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SBS 예능은 올 한해 특별하게 보여준 것이 없음을 시상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백종원은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에게 대상을 줘야 하느냐는 반론이 일 수 있다. 하지만 SBS는 지난해 스타들의 어머니들에게 대상을 줬다. 전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주고 싶은 이들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해에는 <미운 우리 새끼>에 상을 몰아주기에 바쁘더니, 올 해에는 <집사부일체>에 상을 몰아줬다. 어떻게든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지난해 MBC에서는 <나 혼자 산다>에 몰아주기를 했으니 말이다.
이승기는 여전히 멋진 존재다. 항상 열심히 하고 연예인으로서 가치관도 뚜렷하다. 군대까지 갔다 오며 엘리트 코스를 차분하게 밟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언젠가 대상 등 많은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여긴다. 하지만 과연 올 해 그가 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제대 후 처음 선택한 예능이 <집사부일체>다. 매주 새로운 스승을 만나 함께 생활하는 방식은 색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초반 화제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관성에 따라 습관적인 이야기와 출연자 선정에서 의문을 표시하는 시청자들이 늘면서 오히려 비난까지 받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자체의 화제성도 떨어지고, 재미도 사라져가는 <집사부일체>에 이렇게 많은 상을 집중적으로 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상은 시청률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화제성과 시청률, 완성도 등 여러 기준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을 제외하고 고정 출연자들은 모두 상을 받았다. 상이 대단할 것도 없다는 점에서 받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시상식이 끝난 후 왜 백종원에게는 상을 주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벡종원 열풍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물론 그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대중성은 그만큼 음과 양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백종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1위다.
같은 시간대 <라디오스타>라는 쟁쟁한 후보가 있지만 시간대까지 옮긴 상황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선방을 넘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는 의미다. 시간대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간대까지 옮기며 선방을 했다는 것은 SBS에게는 대단한 가치일 수 있다.
주말 시간대 예능에 대한 관심을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SBS에서 심혈을 기울여 몰아주기 하는 예능은 모두 주말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주말 예능을 매년 한번 씩 몰아주기 하듯 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패턴처럼 보일 정도다. 그 해당자가 이번에는 <집사부일체>였을 뿐이다.
백종원이 대상을 받지 못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대상 후보로 올랐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수상이나 최우수상 정도의 수상을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대상 후보로 올린 것은 그만큼 대중성을 지니고 있고, 시청자들도 일정 부분 원한다는 사실을 방송사에서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주지 않은 것은 이미 자체적으로 확정된 인물이 있었다는 의미다.
개근상에 가까운 상 나눠주기를 왜 생방송으로 해야만 하는지 다시 한 번 의문이 든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정리하고 축하하는 자리라는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연말 시상식은 전파 낭비라며 방송하지 말라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을 정도다.
무엇을 위한 시상식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왜 이런 나눠주기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보라고 강요하는 것인가? 물론 안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택권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행위는 부당한 일이다. 왜 시청자들이 가져야 할 선택권을 방송사가 강제로 가져가는 것인가? 여전히 자신들이 갑이라 생각하는 방송사의 행태가 그래서 우습다.
지상파의 방송 지배력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연말 시상식이 자리하고 있다. 왜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이 시상식을 언제까지 그렇게 생방송으로 해야만 할 것인가? 지상파 모두 케이블 채널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생방송을 송출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걸 전통이라 생각하고 시청자들의 선태권까지 빼앗으며 생방송으로 송출하는 그들의 행태는 전파 낭비이자 강요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