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는 단순히 꽃만 존재하는 도시는 아니었다. 수많은 르네상스 문화와 과학이 가득한 그곳은 꼼꼼히 찾아보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끄집어 내서 알려주는 <알쓸신잡3>는 그래서 고맙기까지 하다.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오의 도시;
보티첼리의 봄과 부르넬레스키의 원근법, 그리고 농업혁명에 숨겨진 이유
원근법을 적용한 서양의 미술과 평면 회화의 동양 미술 중 어느 것이 더 위대하고 뛰어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순위를 두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예술은 그저 예술이고 문화는 문화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원근법으로 인해 서양의 다양한 문화가 발전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평면 회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 역시 발전되어 왔으니 말이다.
두오모를 지은 부르넬레스키는 진정 천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스스로 원근법을 위한 기계를 만들어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예술가라기보다는 과학자에 가까웠던 부르넬레스키에 의해 만들어진 원근법은 그렇게 르네상스 시절을 장식했다. 원근법은 단순히 회화만이 아니라 건축 등 서양 문화 자체를 바꿨다.
직선의 발견이라고 이야기 되는 원근법으로 인해 서양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변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원근법을 적용한 그림을 싫어하는 이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만든 사람의 '통제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라 한다. 의도가 명확한 그림은 때론 거부감을 느끼게 하니 말이다.
보티첼리의 '봄'은 워낙 유명한 그림이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는 김상욱 박사의 설명으로 채워졌다. 그림 안에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들이 함께 등장할 이유가 없었지만 글 귀 하나에서 힌트를 얻어 완성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허영만 화백의 '오! 한강'으로 이어지는 관제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되었다.
피렌체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마키아벨리다. 여전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스터디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정치를 하는 이들의 필독서가 되었던 이 책은 당대에는 천대 받았다. 로렌초 메디치에게 헌정한 책이 바로 '군주론'이었다.
인간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가득한 이 책은 많은 이들은 애써 내보이지 않은 솔직함이 담겨져 있어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로렌초 한 사람을 위해 쓴 책은 정작 읽히지 않은 책이 되었지만, 딸 카트린에게는 섭정을 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프랑스 왕족과 결혼한 카트린은 바람 난 남편으로 힘든 시간에 '군주론'을 읽으며 고통을 이겨냈다고 한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들 셋이 모두 왕이 될 거라는 예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설'도 있지만, 실제 세 아들이 모두 왕이 되고 섭정을 하는데 '군주론'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김진애 박사가 사랑하는 미켈란젤로 이야기 역시 풍성했다. 조각가였지만 온갖 예술에 능통했던 진정한 천재였던 미켈란젤로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은 이번 피렌체 여행의 백미일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는 정교한 조각을 이후에는 둔탁함으로 감정을 극대화 시켜나갔다.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다비드 상은 왜곡되어 있다. 거대한 손과 머리는 조각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특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미켈란젤로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노예' 연작이 미완성품이라는 이야기와 달리, '노예'들의 삶을 그 안에 모두 담았다는 이야기 역시 그의 존재감을 다시 느끼게 한다.
메디치가의 성당 내부에 있는 '비밀의 방'은 그가 갇혀 있던 공간이었다. 회벽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진 그 방에는 미켈란젤로의 스케치가 벽면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그 방에 홀로 남아 눈물을 흘리는 김진애 박사의 모습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함께 울 수 있을 정도였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처음으로 그린 프레스코화이지만 우리에게는 '천지창조'로 알려진 거대한 작품이었다. '최후의 만찬'등 우리에게는 최고의 그림이지만 미켈란젤로에게는 조각이 전부였다. 조각 작품만이 아니라 회화와 건축까지 남겨진 모든 작품이 걸작인 미켈란젤로는 진정 '신이 된 인간'인지도 모를 일이다.
피렌체 여행 둘째 날은 주변 근교 도시를 여행하는 여정이었다. 과학자의 여행을 알고 싶다는 유시민 작가와 김상욱 박사는 갈릴레오의 삶을 따라 갔다. 활자 덕후인 유 작가와 밀덕인 김 박사는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다. 초입에 걸려 있던 지도에 푹 빠져 분석하기에 바쁜 이들의 여정도 흥미로웠다.
우리에게는 잘못 사용되고 있는 '빌라'에서 가진 저녁 만찬은 보는 것 만으로도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포도밭이 거대하게 자리한 곳에서 식사를 하며 피렌체 둘째 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들의 지식 방출은 행복함을 전달해주었다. 피렌체를 자주 방문했던 김영하 작가에게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다.
파스타와 피자 이야기를 하다 탄수화물에 대한 주제로 바뀌며 당연하게 '농업 혁명'의 이유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탄수화물만 먹어야 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의문에 이어, 당시 쌀이 영양가가 낮아 주식으로 삼기 어려웠음에도 지금까지 농업을 이어가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궁금증에 김 작가는 '술'로 정의했다.
최근 연구 자료를 보면 농업혁명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위함이라고 한다. 농업으로 다양한 술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두오모는 포도주를 지어졌고, 피라미드는 맥주로 지어졌다는 말도 재미있다. 인류 문명의 시작이 술이 아니었냐는 김 작가의 말에 김 박사는 커피가 유럽에 들어오며 시민혁명의 큰 공헌을 했다는 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알쓸신잡3>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백과사전 급 지식들이 쏟아지는 그들의 여행은 값지고 행복함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니 말이다.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지식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보다 값진 여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쓸신잡3>가 보여주는 유럽 여행은 더욱 큰 가치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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