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가능성이 있었던 은호가 '붉은 울음'으로 밝혀지며 폭풍 전개가 이어졌다. 아직 4회 분량이 남은 상태에서 붉은 울음을 퇴장 시키는 작가의 강단이 돋보이는 전개였다. 자신이 버려진 곳에서 스스로 자신을 던져버린 은호는 왜 그토록 우경의 기억을 봉인하려 했을까?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
잔인한 복수 후 죽음 택한 은호와 깨어난 세경, 우경의 기억은 봉인 해제
절대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던 세경이 깨어났다. 이전 우경은 세경 옆에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서 있는 모습을 봤다. 우경은 확신했다. 세경이 깨어날 수 있음을 말이다. 동생은 자신을 알아봤다. 하지만 세경은 의도적으로 계모인 진옥을 외면했다. 서글픈 진옥의 모습과 외면한 세경의 모습 속에 과거가 담겨져 있었다.
신출귀몰했던 붉은 눈물은 은호였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는 분명하다. 아동학대를 한 자들에 대한 복수심이 만든 결과였다. 그 행위 자체는 용서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은호가 아동학대범 가해자를 증오한 것은 당연했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는 누구라도 하고 싶은 분노이기도 하니 말이다.
원장 송호민이 윤 부장 살인으로 체포되었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개장수 살인사건과 연관된 피 묻은 신발이 발견되었다. 모든 증거가 송 원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붉은 울음'은 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 원장의 행태는 철저하고 섬세하며 잔인했던 '붉은 울음'과 전혀 닮지 않았다.
범인을 잡기는 했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사가 나오고 아동학대 사실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 '붉은 울음'이 아동학대 가해자들만 대상으로 범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유사 범죄가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숨긴 채 사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의도성이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감춰진 채 한울센터에 타격을 입히는 이 기사는 은호가 정보를 제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은호는 철저하게 한울센터를 무너트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살해한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분노 범죄였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던 은호에게 '붉은 울음'은 너무 당연한 과정일 뿐이었다. 스스로 '붉은 울음'이 되어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을 모았고, 그렇게 그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아동학대 가해자들에게 응징했다. 하지만 은호는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은호가 '붉은 울음'이 된 것은 대외적인 당위성을 앞세운 복수였다. 하지만 한울센터를 무너트리는 행위는 개인적인 복수였다. 누구보다 은호는 송 원장을 잘 안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송 원장을 부추기고, 그가 한울센터를 망가트리는 길을 걷는 것도 방치했다.
송 원장이 도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횡령하도록 부추겼다. 서서히 한울센터가 무너지도록 유도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은호는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가 분노한 것은 바로 큰원장이었다. 고아였던 자신을 키웠던 자이지만 그는 괴물이었다.
은호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원했던 이유 역시 바로 큰원장 때문이었다. 고아원을 시작으로 엄청난 규모의 아동센터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아이들을 좋아하는 좋은 존재로만 보였던 큰원장에게도 비밀은 있었다. 아들은 송 원장이 안하무인이지만 아버지에게 극단적일 정도로 공포심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하다.
은호 역시 스스로 살인자 누명을 쓰고 있음에도 침묵을 한 이유를 큰원장이 화를 낼까 두려워서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이들 둘이 모두 큰원장을 두려운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이유가 존재한다. 어린 시절 학대가 두려움의 원천이 되었다는 의미다.
지헌은 송 원장이 붉은 울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은호가 살던 곳으로 가보지만 이미 그곳은 정리된 뒤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USB가 있었다. 그리고 은호 자신이 붉은 울음이라는 사실이 담긴 고백서 같은 내용이었다.
모든 것을 알린 것은 은호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죽음의 현장에 쓰여 있던 시들은 어린 시절부터 큰원장의 방에서 읽었던 시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큰원장은 자신을 예뻐해 주는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아동학대였다.
인자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듯 보였던 큰원장은 사실 소아성애자였다. 그리고 그는 어린 은호를 매번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봉인되었던 은호의 기억이 깨어나고, 그렇게 은호는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고 말았다. 공간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 당했던 잔인한 폭력에 대한 기억을 깨웠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를 본다는 우경은 모든 것을 목격했다. 큰원장이 자신의 서재에서 잔인하게 살해 당한 모습과 붉은 울음이 은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시집이 찢겨져 있고, 큰원장의 입에 그 시집이 모두 꽂혀있었다. 잔인한 복수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은호가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우경에게 총을 겨눈 이유는 두 가지다. 스스로 죽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의 제지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하나는 정말 우경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면 불행해질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치를 앞세워 우경이 진짜 지옥을 보지 않게 하려는 선한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은호의 도발은 지헌이 사격을 하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엄마에게 버려진 장소에서 은호는 숨을 거뒀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 버림 받았던 아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원장의 폭력. 그렇게 평생 아동학대 속에서 살아야 했던 은호의 삶은 하나 일 수밖에 없었다.
절대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던 세경이 돌아왔다. 그리고 녹색 옷을 입은 아이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가방에 사진이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사망한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속에 분명 그 의문의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존재했다. 마치 가족 사진처럼 찍은 이 사진에 대해 진옥은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
우경은 은호가 죽은 후 봉인에서 해제되었다. 식물원에서 엄마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속 녹색 옷을 입은 아이는 바로 여동생 세경이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진옥은 왜 우경의 질문에 거짓말로 보호하려고만 했을까? 동생 세경은 왜 우경이 아닌 진옥에게 적대심을 보이는 것일까?
사망한 우경의 친모가 모든 비밀을 담고 있을 것이다. 진옥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모의 정체. 이모를 찾아 우경이 기억하지 못하던 과거의 자신을 확인하게 되면 모든 수수께끼는 풀리게 될 것이다. 아동학대를 다루는 만큼 우경과 세경 역시 아동학대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강렬하게 몰아붙인 이야기. 이제 모든 것은 우경을 향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