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나와 이동욱이 연인으로 만난다는 이유 만으로도 찾아보게 되는 드라마 <진심이 닿다>가 첫 방송되었다. <도깨비>에서 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별을 했던 그들은 환생해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열린 결말로 끝났던 그들이 비록 다른 이야기이지만 연인으로 재회하게 되었다.
스타 소비 집착 드라마;
가벼운 이야기로 스타 이미지만 소비하는 드라마의 전형
최근 등장한 드라마의 반 이상은 스타 마케팅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저 스타를 이용해 그들의 팬덤들을 주 소비 층으로 사용하는 드라마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웹 소설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가볍게 소비되는 웹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며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국내 드라마 역시 유사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전 의식이 상실되며 내부 소비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안일함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유명 스타만 앞세우면 기본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만든 문제는 당연하게 전체적인 완성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고 일부는 성공도 했지만, 수준 미달의 작품들이 양산되기도 했다. 그리고 웹 소설들 역시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지며 우려를 사고 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편하게 가기 위한 제작자의 선택은 결국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들 뿐이다.
유명한 작가 외에는 새로운 작가의 등장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새로운 작가가 역량을 키우고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터전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창구가 좁다는 점이 비정상적인 상황들만 양산한다. 2004년 개봉되었던 <늑대의 유혹>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가볍고 감각적인 이야기로만 점철된 인터넷 소설은 당시 귀여니로 대표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마치 무한 루프처럼 진화하지 못한 인터넷 소설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2004년 당시보다 못한 서사를 품은 스타를 앞세워 그들을 좀먹는 작품들만 양산되고 있는 중이다.
새롭게 시작한 <진심이 닿다>는 첫 회만 봐도 마무리가 어떻게 되고 과정이 어떤 형식으로 흐를지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다. 얼굴은 예쁘지만 연기는 못하는 배우가 위기에서 만난 남자를 통해 사랑과 연기자로서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뛰어난 외모만이 아니라 능력도 탁월한 변호사. 하지만 톱스타 앞에서도 까칠하기만 하던 이 남자도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들며 로맨스 가이가 된다. 그 상황에서 주변인들의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들로 점철되는 내용은 한심하다. 이동욱과 유인나를 앞세워 그들 팬들을 족쇄로 삼은 드라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뻔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촘촘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면 그건 다른 재미로 다가올 수는 있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집중하고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은 존재한다.
tvN의 드라마 CP의 취향이 반영된 작품 선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역시 주인공을 앞세워 그들의 이미지만 소비 시키는 이야기의 반복이다. <진심이 닿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 흐름이다. 그저 무대가 책 만드는 곳이 아닌 변호사 사무실이라는 정도다.
가볍게 소비되고 적은 비용으로 안정된 수익을 거두겠다는 바람이 적용된 것이 이런 드라마 탄생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유명 스타만 출연하면 기본적으로 이들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보게 된다. 그렇게 팬들을 위한 소비 방식으로 드라마를 소모하는 형식이 하나의 트랜드가 된다면 한국 드라마의 강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일본 드라마가 강세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 드라마는 내수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로 몰락했다. 그 중심에는 이야기의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진 가벼운 드라마들이 양산된 이유도 크다. 보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유행하는 트랜드(만화와 웹소설)를 차용하며 스스로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드라마도 과거와 달리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다변화된 매체 탓은 아니다. 재미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가 된다. 디바이스가 과거와 다르고 이를 제대로 지표로 인용하지 못해 생기는 숫자의 공백 문제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치열하지 못한 제작 방식이 낳은 결과다.
최고가 되는 것은 어렵다. 고생해서 올라 겨우 얻을 수 있는 짧은 성취다. 하지만 추락은 순간이다. 한국 드라마 역시 추락의 가능성을 점점 보여주고 있다. 언제까지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는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홍콩 영화가 한순간 무너지고, 일본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홀대를 받는 상황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은 없다. 어느 곳이든 스스로 안주하고 잘못된 선택들이 반복되면 몰락하게 된다. 스타만 앞세운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양산되는 현재의 드라마 시장은 자멸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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