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유일, 그림 같은 백사장 낀 재래시장
“눈부신 백사장 풍경은 덤, 제주 제일의 시골정취 만끽”
제주도내에 5일마다 서는 민속오일시장이 10여 곳 존재하는데요, 그림 같은 백사장을 코앞에 두고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세화민속오일장입니다. 제주도내에서도 손꼽히는 백사장을 간직하고 있는 세화 마을, 매달 5일과 10일이 들어가는 날 해변을 찾은 사람들에게 제주색이 묻어나는 삶의 정취를, 오일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세화오일장을 찾은 날에는 두 가지의 행복을 가슴에 싸가지고 옵니다. 제주도내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 다음으로 체계적이고 잘 정비된 오일시장으로서 규모도 규모지만, 재래시장만이 갖고 있는 시골의 정취를 가장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합니다.
세화오일장 입구에 서면 세화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제주도내 오일장을 떠돌면서 장사를 하는 분들도 세화오일장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알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화오일장은 제가 어린 시절을 오롯이 보낸 곳이라 더 애정이 가기도 합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살던 집이 있어서 밥상 차리던 중에도 고등어 한 마리 사려고 뛰어서 다녀온 적이 있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옛 얘기지만 그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이 넘치는 시장이었지요.
오래전에는 아침에 장이 서고 나면 정오를 넘기기가 무섭게 장을 파하곤 했습니다. 제주에서도 가장 발전이 더디며 척박한 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고 워낙에 낙후된 까닭에 장이 오랜 시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입니다.
제주오일장은 시골로 가면 갈수록 정이 차고 넘칩니다. 장보러 나오는 사람들은 다들 동네사람들이고 아는 사람들, 장보는 목적 외에도 부침개에 막걸리를 한잔 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워내는 데에 이만한 공동체의 장소도 없는 셈이지요.
제철마다 쏟아져 나오는 과일과 채소들, 그리고 포구를 끼고 있어 싱싱하게 잡아 올린 생선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 호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좌판에는 아주 반가운 손님이 올라와 있는데요, 바로 멜(멸치)입니다. 어릴 때 횃불을 들고 새벽녘에 집을 나서 원담에 들어온 멜 때를 뜰 채로 걷어 올리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바가지 한 가득 멜을 잡아올 때쯤이면 얼굴과 온몸에는 온통 은비늘로 가득했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잡은 멜은 삶아 말리거나 멜국을 끓여 먹거나 일부는 멜젓을 담궈 먹기도 하였습니다.
오일장 한 봉지 들고 오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과자 종류들, 옛날에는 펑과자 몇 종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종류도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곳은 반찬을 만들어 파는 코너
제주는 감귤이 계절을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종류도 다양한 감귤, 시장에 어떤 종류가 나오는지 보면 지금이 어느 때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합니다. 가을에는 극조생과 조생, 겨울을 지나 봄으로 달려갈 때는 만감류가 쏟아져 나옵니다.
사과 종류는 아무래도 본고장이 아니다 보니 비싼 편입니다. 얼마 전 대구를 여행하고 왔는데 그곳은 정말 저렴하게 팔고 있더라고요.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데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정이 넘치는 곳이 바로 오일장입니다.
곡물 코너
채소 코너
패션의 유행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곳도 바로 오일장 옷가게입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제주도의 오일장 옷가게는 몸빼 바지가 대표적입니다.
오일장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먹거리 식당도 한 곳이 존재합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동태찌개 등 웬만한 메뉴들이 대부분 6천원입니다. 오일장 식당에서 든든하게 돼지국밥 한 그릇 하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오일장을 나설 때, 빈손으로 나서면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이 섭섭해 합니다. 도너츠 한 봉지는 사들고 가야 엄지척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세화리 마을 인근으로 해안도로가 아주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차를 몰고 지나가다 오일장이 선 게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한번 들러서 제주의 정취를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제주도내 각 마을의 오일장서는 날을 알려 드릴게요.
제주시민속오일장 2일, 7일
서귀포민속오일장 4일, 9일
한림민속오일장 4일, 9일
중문민속오일장 3일, 8일
함덕민속오일장 1일, 6일
고성민속오일장 4일, 9일
세화민속오일장 5일, 10일
모슬포민속오일장 1일, 6일
표선민속오일장 2일,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