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작이 어떻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 어떤 피해가 생기는지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접근법으로 시사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이번 주에는 '홍가혜'와 '정준영 지라시' 통해 가짜 뉴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 부호만 가득한 상태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근혜가 탄핵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기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시 청와대 핵심 자원들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은폐하고 조작했는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책임지는 자가 없다.
참사 당일 모든 것은 홍가혜로 집중되었다. 박 정권은 철저하게 사건을 은폐해왔다. 참사 당일 왜 그들은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박근혜의 7시간 미스터리가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책임자들은 참사 초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국민이 갑작스러운 침몰로 인해 위기에 처했는데 해경도 군도, 청와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침몰을 외면했다. 말 그대로 수많은 이들을 죽도록 방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는 수많은 어선들과 전국 각지에서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민간 잠수사들이 모여들었다.
구조에 앞장서야 할 해경은 이들을 막았다. 구조도 할 수 없도록 막은 채 500명이 넘는 최정예 잠수부대들이 구조에 나서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홍가혜는 한 종편 방송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사실을 전했다는 이유로 그녀는 마녀 사냥을 당했다.
인터뷰한 지 7시간 만에 긴급 구속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당시에 벌어졌다. 그리고 홍가혜의 발언은 유언비어가 되었고, 누구라도 이런 발언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경고가 방송을 통해 등장했다. 박 정권은 본보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본보기로 홍가혜를 선택했다.
홍가혜를 더욱 황당한 존재로 만든 것은 근거도 없는 가짜 뉴스였다. 재난 지역에만 등장한다며 비난을 하고, 가짜 기자 노릇을 하며 아이돌을 만났다는 등의 기사는 모두 사실 확인 없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였다. 홍가혜는 동일본 지진 당시 실제 일본에 거주했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MBC 취재진의 취재 요구에 응했을 뿐이었다.
아이돌 가수와 사진을 찍은 것은 소속사에 아는 이가 있어 이뤄진 일일 뿐이었다. 걸그룹 멤버와 친자매라는 기사 역시 거짓이었지만, 이런 가짜 뉴스들은 무한 재생산되면서 홍가혜는 마녀가 되어야 했다. 국가가 나서 한 여성을 마녀 사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속에 담겨 있다.
무능과 무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홍가혜는 하루 아침에 가장 잔인한 유언비어 유포자로 전락했다. 그리고 가짜 뉴스를 만든 자에 의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거짓말쟁이의 인간 말종 정도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정하고 무능한 권력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힘없는 여성을 마녀로 몰고, 이에 부응하듯 언론은 마녀 사냥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국가가 조직적으로 한 여성을 희생양 삼아 바른 목소리를 막으려 했던 사건이 바로 '홍가혜 사건'이고 '세월호 참사'였다.
4년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났지만 소중한 20대를 완전히 소진해야만 했던 홍가혜. 그녀의 청춘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인간관계와 꿈도 모조리 짓밟힌 채 국가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져야만 했다. 짐승보다 못했던 언론은 마녀 사냥꾼이 되어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홍가혜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준영 지라시' 사건은 가짜 뉴스가 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어그로'를 끌어 클릭 장사를 하기 위해 가짜 뉴스가 활용되고 있다는 좋은 표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영 사건은 분명 우리 사회에 중요한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새로운 권력 집단이 되어가고 있는 연예계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다. 그리고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한심한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구다. 여성을 품평하고 온갖 성적 모독을 하는 무리들은 정준영과 친구들 만은 아니었다. 대학가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죄책감 없이 행하고 있으니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다. 사회는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한심한 자들의 어설픈 무리 폭력은 스스로를 몰락시키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는 조금씩 성숙해져가고 있다. '촛불 혁명'에 이어 지난해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이뤄지며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기존의 잘못된 사고를 바로 잡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적 움직임은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거부한 채 마초가 되어 여성을 성상품으로 가둬두려는 자들의 민낯이 바로 정준영 사건의 핵심이다.
사태의 핵심을 지적하고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 기사여야 한다. 하지만 정보지에서 나온 가짜 뉴스를 그대로 퍼다 쓰고, 혹은 악의적인 가짜 뉴스를 아무런 생각 없이 퍼트리는 상황은 한심할 뿐이다. 그저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단순한 행위가 만든 범죄는 이제 사라져야 할 때이다.
가짜 뉴스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들만 양산되었다. 정작 중요한 이슈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에 묻히고 본질이 사리진 말초적인 감각만 앞세운 이야기들이 지배하는 현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한다. 정준영과 그 일당들의 범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그들과 다름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가짜 뉴스는 만들어진다. 그리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끈다. 그렇게 막연한 자극에만 매달린 가짜 뉴스는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할 뿐이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만들어내는 가짜 뉴스는 이제 정치권에서도 일상으로 활용한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들의 함성은 그렇게 가짜 뉴스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