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에서 농사를?,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제주 사람도 잘 모르는 제주도 이야기"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 가면 유난히 모래언덕들이 많이 보입니다. 어린 시절, 언덕의 모레를 수레에 실어 밭에 뿌렸던 기억이 납니다. 자갈이 많고 흙의 질이 좋지 않아 밭작물이 뿌리 내리기 쉽도록 하기 위함인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당근 재배가 활발했던 제주 동부 지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광경입니다. 제주 동부 지역의 당근, 즉 구좌당근은 전국 당근의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당근 주산지입니다. 토지 자체가 당근이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는 모래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하얀 모래로만 이뤄진 제주의 밭
모래로 이뤄진 토지는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너도나도 당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흙으로 이뤄진 밭에도 모래를 퍼다가 섞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만큼 뿌리작물들이 뿌리를 내리는 데에는 모래가 좋다는 얘기입니다.
모래밭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
감자를 비롯한 당근, 마늘 등 모래밭에서 재배한 뿌리 작물들이 품질이 우수하다
논이 귀한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보리와 조, 콩, 메밀, 유채 등을 많이 재배해 왔는데, 유독 쪽파나 마늘 감자 등 뿌리 작물 재배가 왕성했던 지역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김녕리 인근 월정 행원 지역입니다.
흑백의 조화, 눈부시게 하얀 모래밭과 검은색의 현무암 돌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
그리고 비슷한 토지를 가진 곳이 또 한 곳 있는데, 한림읍의 금능리 마을입니다. 차를 타고 달리다 유심히 살펴보면 하얀 백사장을 보는듯한 농토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밭의 경계를 나타내는 밭담만 없었더라면 영락없이 백사장 또는 모래사막을 보는듯합니다.
하늘에서 보면 더욱 신비로운 제주 모래밭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모래밭에 화산 현무암의 검은 밭담이 꼬불꼬불 이어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Daum 지도를 통해 월정리의 모래밭을 하늘에서 보면 그 신비로운 광경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모래밭이 형성되어 있을까요? 그것도 제주도에서 딱 두 군데, 바로 김녕과 금능입니다. 명칭도 비슷하고 지리적으로 보면 제주의 동쪽과 서쪽 돌출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곳 말고는 제주도 어디에도 이렇게 광범위하게 모래로 형성된 토질은 볼 수가 없습니다.
광범위하게 조성된 금능 모래밭
모래밭의 이색적인 풍경
김녕과 금능은 척박하기로 유명한 마을이기도 합니다. 서북풍, 동북풍, 바람의 길목에 마을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자료를 찾아봐도 없고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해변의 모래가 오랜 세월 동안 강한 바람에 날려 형성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김녕이나 금능 해변에 가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래가 날리는 광경을 자주 볼 수가 있습니다.
예쁜 백사장을 간직한 금능 마을
주변의 토지까지 온통 모래로 이루어진 김녕과 금능 마을은 아주 예쁜 백사장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바람에 날릴 정도로 모래가 곱고 입자가 작습니다. 이제 곧 피서철이 되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몰리겠지요.
지금은 대부분 초가는 사라졌지만 제주만의 특색이 있는 투박한 돌집들과 야트막한 슬레트 지붕의 가옥들, 흑룡만리라고 부르는 제주의 밭담들, 이색적 풍경 일색인 제주도에서 다시 한 번 눈여겨 볼 하얀 모래밭과 까만 밭담의 독특한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