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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되었다. 그가 없는 세상은 참혹했다. 그 세월의 끝에 국민들은 거리에 나서 한심하고 무능한 정권을 무너트렸다. 거리에 나선 국민들의 촛불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전 세계에 알리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물론 그렇게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고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기는 힘들다.

 

여전히 쌓인 적폐들을 청산해야 하지만 이를 막아선 정치 세력들에 의해 여전히 더딘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마치 노무현 정부 시절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학습효과를 통해 노무현 정부처럼 허망하게 당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되고 국민들 역시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변화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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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자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바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바보처럼 어려운 길만 찾아서 걸었던 그는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진 채 홀로 떠났다. 그렇게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노무현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정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참 길기도 하고 짧아 보이기도 하는 시간이다. 그를 떠나보내고 10년이 지난 지금 고인의 친구는 대통령이 되어 있다. 그리고 고인이 된 친구가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참 변함이 없는 모습이라는 것은 10년이 지났음에도 반대편에 있는 자들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박근혜와 최순실 녹취 음성을 들으면 지난 정권이 박근혜 정권이 아닌 최순실 정권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다. 그런 자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그를 위해 찬양을 쏟아냈던 자들이 여전히 군림하는 정치 세력은 그래서 한심함을 금치 못한다.

 

국민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고사하고 국회를 정지시킨 채 자당 대표 얼굴 알리기 행사를 가지는 자한당의 행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국회에 산적한 일들을 내팽개치고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를 하듯 시장을 방문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행태가 과연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음에도 노무현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 지금은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이라는 이유 만으로 표를 주던 곳으로 노무현은 갔다. 편안한 정치인의 길이 있음에도 그는 바보처럼 그 지독한 험지를 선택했다. 

 

바보처럼 묵묵하게 자신이 뜻하는 정치를 위해 주어진 꽃길마저 버릴 정도로 바보였던 노무현.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았다. 가난을 피해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 그렇게 한때 부산에서 수입 2위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었던 변호사 노무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부림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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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벌던 성공한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한 '부림사건'은 전두환이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80년 5월의 광주를 피로 물들였고, 통치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던 시기 벌어진 것이 바로 '부림 사건'이었다. 당시 금서로 지정되었던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한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역사란 무엇인가-E.H.카',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조지프 슘페터'와 같은 금서를 읽으며 의식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정부 전복 집단'으로 매도된 19명의 피의자들은 영장 없이 연행돼 최장 60여 일간 모진 고문을 당한 사건이었다.

 

지금은 명서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서적들이 81년 당시에는 금서였다. 독재자를 위협하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건에서 부산의 19명은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오직 정권의 안위만 챙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그리고 당시 검사들이 바로 최병국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다.

 

이들에 맞서 강렬하게 법정 싸움을 벌인 변호사 노무현. 이 사건은 훗날 영화 <변호인>으로 개봉되어 천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잘 나가던 변호사에서 돈과 거리가 먼 인권 변호사가 된 노무현. 최루탄이 가득한 도로 위에 홀로 앉아 있던 노무현의 사진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과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모든 것이 하나의 드라마였던 노무현 대통령. 그는 권위를 내려놓고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하지만 한심한 당시 야당의 행태는 추악함 그 자체였다. 상고 출신을 대통령으로 모실 수는 없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보인 검사 집단의 거만함은 결과적으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그들이 어떤 괴물들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법개혁을 이루려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는 것은 지금도 사법개혁의 힘겨움으로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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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나보낸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우린 많은 것을 바꾸었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탄핵당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던 국민들의 촛불은 그렇게 다시 거리에 등장해 무능하고 무지하며 악랄했던 박근혜를 권력에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끝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우린 다시 깨닫고 있다. 국회를 마비시키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상황에서 개혁은 요원함으로 다가온다. 적폐 청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기 힘들다.

 

10년. 그동안 변한 것도 많지만 여전히 변하기를 거부하는 집단들도 존재한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듯한 모습처럼 비치는 그들의 행태는 구시대 적폐의 완전체 모습이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는 여전히 요원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야 할 과제다. 그를 떠나보낸 지 10년. 우린 다시 그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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