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축구와 공연의 성지인 웸블리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쳤다. 마이클 잭슨을 시작으로 웸블리 공연 매진을 시킨 이들은 BTS까지 12 팀이 전부다. 단독 공연 자체도 어렵지만 매진을 시키는 것은 더 어려운 곳이 바로 웸블리 구장 공연이다.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미국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21세기 비틀즈라는 것이다. BTS 소속사가 주장하는 것이 아닌 미국 언론의 평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에서 비틀즈라는 존재는 특별했다. 그리고 이제 방탄소년단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비틀즈를 시작으로 영국 대중문화가 미국에 전파되며 '브리티시 인베이젼 British Invasion'이라는 단어가 언론을 장식했다. 영국인들이 침공한다는 다소 선정적인 단어이지만 영국 팝 스타들이 대거 미국 시장에 상륙하며 문화를 바꿨다. 비틀즈 이전과 이후로 현대 대중음악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960년대 팝 시장은 그랬다.

 

방탄소년단이 과연 그 정도인가? 아직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후대에 평가가 되어져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브리티시 인베이젼'과 유사한 흐름이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다수의 케이팝 그룹들이 소개되고 환영받고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전설이 되어버린 비틀즈. 당대 아이돌 스타였던 비틀즈를 보기 위해 열광하는 어린 소녀들의 모습은 방탄소년단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비틀즈가 출연한 토크쇼에 출연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방탄소년단의 모습. 미국 언론이 BTS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조명을 바꿨다. 건립 후 개별 그룹을 위해 이런 특별한 행사를 한 적이 없었다. 환대가 아닐 수 없다. 로즈볼이라는 상징적인 공연장에서 올해 첫 매진을 기록한 방탄소년단. 비가 내리던 시카고 공연에서도 함께 울고 웃었던 그들은 브라질에서는 10만 아미가 함께 했다.

 

3개월 전부터 텐트를 치고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기다린 팬들부터 딸들의 생일을 위해 며칠 동안 밤을 세며 티켓을 구하고 행복해 우는 부모들의 모습까지 남미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어 패치가 가능한 아미의 떼창은 미국에서도 그랬지만 브라질 공연에서는 절정이었다.

 

비틀즈의 국가인 영국을 찾은 방탄소년단. 그 어느 해보다 21세기 비틀즈라는 수식어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서고 있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내고 있는 '브리티시 갓 탤런트' 준결승 무대에 축하공연을 하는 것도 특별한 의미다.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이 기립 박수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축하하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더 엑스팩터'에 출연했던 이들을 모아 '원 디렉션'이라는 보이그룹을 만든 이가 바로 사이먼 코웰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방탄 이전 가장 유명한 보이그룹이 바로 이들이었다. 

 

영국을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이다. 과거 국내 극장 중 '피카디리 극장'은 이곳의 영향을 받았다. 그만큼 친숙한 곳이기도 한 그곳은 영국의 상징적인 장소다. 그 광장에 수천 명의 아미들이 모였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그 광장 전광판에서 방탄소년단이 광고한 현대자동차 CF가 공개되기 때문이었다. 

 

유럽 각지에서 온 아미들이 광장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오직 방탄소년단의 광고를 보기 위해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아미들은 그 자체가 거대한 볼거리였다. 영국 아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찾는 다른 아미들을 위해 'BTS 투어'를 만들기도 했다. 자발적인 아미들의 행동은 그렇게 더욱 큰 가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거대한 사진으로 가득한 웸블리 구장 입구는 그 자체로도 강렬했다. 텐트 등 공연장 앞에서 대기하는 것을 금지한 웸블리 측으로 인해 미국과 브라질에서 이어진 텐트촌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아미들은 영국 런던을 장악하고 있었다.

 

팜업스토어를 새벽부터 나와 대기하고, 그 줄이 수 킬로미터로 이어지는 모습도 대단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느 나라에서 왔든 피부색이 어떻든, 그리고 나이와 성별도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아미들의 모습은 그래서 대단하다. 노래 하나로 모든 인종의 다양한 나이 때의 아미들이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웸블리 공연은 시작 전부터 아미들의 함성과 합창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인트로 영상이 나오고 폭죽이 터지며 방탄소년단의 등장이 임박하자 웸블리는 거대한 환호 소리로 가득찼다. 디오니소스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시작되었고, 아미들은 또렷한 한국어로 BTS 노래를 합창하며 분위기는 극대화되었다.

영국 축구의 성지이자 전 세계 뮤지션들의 꿈의 장소인 웸블던에서 한국어 가사 노래가 떼창으로 나오는 이 장면은 상상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앙코르 무대가 시작되기 전 BTS를 기다리며 아미밤으로 불빛 파도를 만드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이제는 방탄소년단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이벤트가 되어버린 파도타기는 언제나 봐도 장관이다.

 

앙코리 무대를 하기 위해 등장한 방탄소년단을 향한 함성은 더욱 커졌고, 그렇게 웸블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어 가사로 부른 BTS의 노래 떼창으로 하나가 되었다. 한국 공연의 상징이었던 떼창은 그렇게 방탄소년단과 함께 이제는 하나의 공연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퀸 프레디 머큐리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중 하나인 "에~오"를 외치는 진과 호응하는 아미들의 모습은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가장 위대한 공연으로 기록되고 있는 웸블리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와 그곳에서 전 세계 팬들의 환호를 받은 퀸의 공연은 그렇게 세월이 흘러 21세기 비틀즈라 불리는 방탄소년단에 의해 새로운 전설로 완성되었다. 

랩 음악이 쏟아내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가사. 식상한 사랑이야기만 가득한 노래들 사이에서 방탄소년단의 가사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들 스스로 경험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고뇌와 갈등, 그리고 실수와 좌절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모든 것들이 방탄소년단의 가사에 녹여져 있다.

 

비틀즈가 그랬듯,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직접 작사 작곡을 한다. 그저 전문가들이 만든 음악에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고민들을 담아 만들어낸 음악은 그렇게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다. '당신을 사랑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라'며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을 존중하기를 요구하는 방탄소년단. 그들은 진정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