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새로운 시대에 가장 흥미로운 위치를 점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누구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 그 위상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위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세상은 하나가 되었다. 그 핵심은 PC였다. 하지만 휴대폰의 성능이 점점 향상되며 그 중심은 이제 우리 손 안으로 들어와 있다.
자신의 일상을 나누는 형태는 과거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을 바라보고, 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대상이 예쁘거나 멋지면 몰입도는 더 높아진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한 특정인에 몰리게 되면 권력이 된다.
현대 사회의 권력은 돈으로 정의된다. 유명해지면 돈 벌기가 쉬워진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이들이 연예인의 삶을 동경한다. 모든 것이 화려하고 엄청난 돈까지 버는 연예인에 대한 동경은 당연하다. 이제는 SNS 스타를 동경하는 시대다. 진입장벽이 높은 연예인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성이 용이한 SNS 스타는 누구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외모와 엄청난 재능이 없어도 SNS 스타는 가능하다. 다양한 욕구에 맞춰진 스타들은 현재도 양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1인 미디어 시대는 그렇게 수많은 스타들을 만들고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전설과 같은 성공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임블리는 이런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다. 그저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매출 1700억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누구라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인플루언서의 가치를 임블리는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자체 제작이 아닌 중간 매계자로 큰돈을 버는 거상을 꿈꿨지만 갑작스럽게 얻은 성공은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루언서의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문제는 불거졌고, 그렇게 임블리 신화는 한순간 사라졌다.
한때는 VVIP였던 고객과 소송전을 하는 현실은 인플루언서 명과 암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판매자로서 윤리성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저 유명하다는 이유로 장사를 크게 하며 벌어지는 논란은 시작부터 잉태하고 있었다.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객 대응마저 멋대로 한 그들에게 몰락은 당연해 보였다.
'대림동 여경 논란'으로 불거진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논란으로 인해 여경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극단적인 몰아가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받으려는 자들의 혐오 마케팅은 사회적 불안만 야기할 뿐이다. 그들에게 진실은 필요하지 않는다.
'미투 운동' 등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이 사건을 통해 공개적으로 여성 집단 전체를 공격하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던 이들의 묻지마 비판은 한심할 정도다. 취객 하나 제압할 수 없을 정도라면 여경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주장에 일정 부분 호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남과 여로 나눠서 비판할 일인지는 의아하다.
전체 중 하나만 보고 비판을 하는 것을 수많은 오류를 만들 수밖에 없다. 1인 방송을 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막말을 쏟아내고 혐오 발언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상파 뉴스에서도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방송을 하는 것도 큰 문제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는 SBS 뉴스 보도의 문제를 언급했다.
남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과 수갑을 채우는 과정의 진실은 따로 있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했다면 이런 보도는 나올 수 없었다. 교통 경찰이 현장에 와서 취객 체포를 도왔고, 시민이 빨리 체포하라고 외치는 목소리까지 모두 여경의 몫이 되었다.
더 황당한 것은 사건은 대림동이 아니라 신구로동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지명마저 잘못된 보도가 버젖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다. 여기에 초등학교 앞에서 흉기를 든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팔짱을 끼고 관망하던 여경에 대한 비난도 추적했다.
결과적으로 영상에 나왔던 인물은 여성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었다. 해당 지역에 사는 60대 남성이었다. 장을 보러가던 길에 사건을 보며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관망하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비슷한 모자를 쓰고 회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여자 경찰이라 주장하며 비난을 하는 상황은 황당할 뿐이다.
뒤늦게 출동한 여자 경찰이 휴대폰만 보고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뒤늦게 도움을 요청해 현장에 출동해 119에 연락하는 과정을 비난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고 퍼트리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잘 드러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한 번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진실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의지가 없다. 기성 언론이나 어그로를 끌어보려는 1인 방송 진행자 모두 극단적 혐오주의를 앞세울 뿐이다. 그리고 남경은 존재하지 않는데 여경이라는 호칭 자체도 성차별적 발언일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대림동 여경사건'이 아니라 '구로동 주취자 경찰 폭행 사건'이다. 그럼에도 악의적으로 여성을 앞세워 본질을 흐린 상황은 최악이다. 왜 여전히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조롱을 쏟아내는지 그들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언론의 본질마저 잃은 채 가짜 뉴스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언론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짜 뉴스를 믿고 싶어 하는 심리 속에는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건 상관없다. 자신이 원한다면 가짜여도 상관없다는 식의 인식이 '진짜'를 밀어내고 '가짜'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우리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가짜에 둘러싸인 채 가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