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조세호가 거리를 거닐며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를 푸는 방식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시즌2에서 보다 손쉬운 방식으로 변했다. 퀴즈에 방점을 찍지 않고 이야기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진화했다고 보인다. 상금을 주지 않으려 퀴즈를 내는 것이 아닌 이야기가 더 중요한 가치니 말이다.
퀴즈와 상금은 말 그대로 형식일 수밖에 없다. 출연료를 그냥 주는 것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고 지급하는 방식 자체는 합리적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수많은 이들이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의외의 재미와 가치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 있다.
여의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세대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잠시 식혀줄 수 있는 다리 밑에서 돗자리를 깔고 잠시 쉬고 계시던 어머니 세분을 시작으로 놀이터에서 초등학생들까지 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새벽 5시에 출근해 4시까지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분들이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쉬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 짧은 시간이 주는 가치는 무엇보다 클 듯하다. 홀대받고 때로는 멸시도 받았던 직업군인 청소노동자들이지만 그들이 없다면 건물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지만 험한 일을 한다는 편견으로 직업을 구분하는 일부터 한심할 뿐이다.
150만 원을 받고 백수로 보내는 것과 400만 원을 받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에 선택은 공통 질문이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첫 차를 타고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당연히 편히 쉬는 것을 선택할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을 선택했다. 다른 것보다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을 쉬고 공부를 한다는 한 시민에게는 백수를 선택해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 29살에 새로운 직업을 위해 준비하는 그에게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커피숍에서 일하며 온갖 진상 손님들과 만나며 이직을 생각하는 그에게 아무 책임감 없는 백수의 삶은 큰 의미일 것이다.
펀드매니저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과의 이야기를 통해 유재석이 상당히 많은 책들을 섭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경제에 관심이 많다며 주식 전문가와 막힘없이 대화를 할 정도면 대단한 일이다. 서로 이야기를 하며 전문용어로 혼란스러울 일 없다는 충분하니 말이다.
밸런스를 언급하는 이번 회차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출연자는 중학교 1학년 생들의 꿈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은 없다고 한다. 꿈을 꿀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공부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그런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꿈을 꿀 시간도 없이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은 최악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오직 공부만 해야 하는 상황들 자체가 정상일 수는 없다. 꿈은 포기한 채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시간표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꿈은 사치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결국 좌절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온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참 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이 이 어린 학생들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어른", "삶의 목적이 있는 어른"이라는 참 특별한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꿈이 없는 세대들이 말하는 어른의 모습은 결국 꿈을 꾸며 살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현재 가질 수 없는 가치를 어른이 되면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수동적으로 살아가도록 강제받는 아이들은 자존감 높은 어른이 되고 싶고, 목적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길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현재를 빼앗긴 아이들에게 미래는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