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관심과 달리, 결방이 많았던 <스토브리그>가 돌아왔다. 전지훈련을 해외로 가지 못했던 드림즈와 바이킹즈는 두 번의 시범 경기를 갖게 되었다. 트레이드 되었던 강두기와 임동규가 정규 시즌 경기가 아니지만 첫 대결을 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시범경기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온 임동규는 백승수에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운영팀에게는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하지만, 정말 욕을 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백승수에게 임동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일 뿐이다. 야구만 잘 한다고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강두기와 임동규 첫 대결에서 승자는 강두기였다. 강력한 속구와 제구력까지 뭐하나 빠질 것 없는 강두기의 승리는 당연했다. 이 과정에서 드림즈는 과감하게 입스인 유민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제구력 난조로 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민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감독 지시로 강두기 뒤에 나선 유민호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이 치료될 수는 없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연이어 볼넷을 내주고 다시 벤치로 돌아온 뒤 고개를 숙이는 그를 호통치며 "고개 숙이지마"라 외치는 감독의 모습은 찡하게 다가왔다.
신인 투수가 급격하게 부담감을 느끼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증세는 결국 심리적 불안 때문이다. 이런 유민호를 위해 코치진들이 모두 모여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자신이 잘해야만 하는 과중한 부담감은 그렇게 어린 투수에게 나쁜 병을 만들고 말았다.
다음날 연습경기에서도 감독은 다시 유민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주자 두 명을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임동규와 맞서게 된 유민호는 볼넷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한 마디 해주고 내려갔다.
임동규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주었지만, 감독과 코치, 그리고 단장과 운영팀 모두 환하게 웃었다. 연습경기에서 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의 약점을 만회하고 강점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임동규에게 홈런을 맞자 환호를 보낸 이유는 유민호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임동규를 삼진 잡거나 홈런 맞아라"
코치가 올라와 유민호에게 두 가진 미션을 줬다. 둘 중 하나를 하라는 지시에 그는 홈런을 맞았다. 마음은 삼진이었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홈런 내준 후 유민호는 바이킹스 타선에 혼줄이 났다. 끊임없이 안타를 내주며 대량 실점을 했지만, 감독이나 코치는 반가웠다. 이제 유민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량 실점을 하고 내려온 어린 투수에게 감독은 "잘했어. 이대로만 하자"라고 격려하는 모습도 찡함으로 다가왔다. 만년 꼴찌 팀 감독으로 비난만 받았지만, 윤성복 감독은 진짜 야구인이었다. 전지훈련을 마치는 마지막 날 승수는 선수들에게 맥주를 제공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라도 전지 훈련에 와서 고생을 한 여러분 덕일 겁니다.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치게 된다면 전지훈련을 이런 곳으로 오게 만든 제 탓일 겁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을 다한 전지훈련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한 선수단 앞에서 백승수 단장이 건넨 이 위로의 말은 팀을 하나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스태프와 선수들이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도록 돕지 못하는 구단의 문제일 뿐이니 말이다.
승수는 자신이 떠나기 전 구단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 과정에서 마케팅 팀장인 임미선에 대한 쓴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다. 항상 지각하고 빨리 퇴근하며, 잡담이 일상인 임 팀장에게 제대로 일하라며 드림즈 구단 직원들 모두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잘못된 지시에 저항하라는 것은 부정적 구단에 직원들이 맞서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는 응원이기도 했다.
팀을 떠나기 전 가장 큰 상황과 직면하게 된 승수는 과연 어떤 묘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구단 사장이 수년 동안 지역 인사들에게 시구를 맡겨왔다. 연예인이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연을 가진 이들이 아닌, 야구팬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역 유지에게 시구를 도맡게 한 것은 사장 개인의 이익을 위함이었다.
이를 따지는 승수와 대립각을 세운 사장은 해고 당했다. 표면적 이유는 시구자 선정 비리였지만, 경민이 그룹내에서 밀려나며 드림즈 사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회장 아들을 폭행한 것은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경민을 몰락으로 이끌었다. 야구단을 없애라는 회장의 지시를 받고 사장이 된 경민은 그렇게 사장부터 내보냈다.
비리가 있다며 변치훈 홍보팀장을 내사하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분노한 승수가 사장실을 찾았고, 그 자리에 권 상무가 아닌 권 사장이 있었다. 승수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권 사장의 악랄한 보복에 과연 시한부 단장인 승수는 어떻게 대처할까?
임동규의 행동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성격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바이킹스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그는 승수에게 자신이 드림즈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했다. 수많은 팬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가치를 언급한 것이다.
승수는 이런 임동규의 발언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약물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흥만을 통해 약물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었고, 그 중심이 임동규는 존재했다. 판매자인지 구매자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은밀한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드림즈와 바이킹스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과연 천흥만이 조사한 보고서에 임동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을까? 커미션을 받는 소개자를 넘어 약물 판매 조직과 깊숙하게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구매자 명단 속에 어떤 선수들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이후 벌어질 소동의 서막이기도 하다. 마지막 대결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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