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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윤.jpg

최봉윤씨가 2002년 자신이 어머니라고 불렀던 레이먼 여사의 사진을 들고 있다. 그는 최씨의 추방재판에서 큰 도움을 줬다.


▶당시 한인 사회의 반응은 어땠나

한인들 중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탓할 수는 없다. 한인들 모두 이승만 정권의 횡포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자신들도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봐 나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한인들 중 나를 배반한 사람들도 많다. 크리스천으로서 그들을 용서하고 섭섭한 감정은 지웠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는 적도 감싸고 그들을 축복했다. 학교에서 나와 마주치는 한국 학생들 모두가 나를 피했다. 주영환 영사가 유학생들에게 "최봉윤의 집에 가지 말라. 그는 공산주의자다. 만약 그를 만나면 유학생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겠다"며 협박했던 것이다. 그때가 아마 1951년 또는 1952년쯤이었다. 당시 약 300명의 한국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레이먼 여사가 유일하게 나를 도왔다. 그래서 내가 발간한 책에, 이 책은 그녀와 연구실을 내어준 하와이 대학교 한국학 센터를 위해 썼다고 밝혔다. 추방 투쟁을 벌였던 14년 동안 책 여섯 권을 썼다.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했다. 한국인과의 만남과 사회 활동을 중단하고 오직 책 쓰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것이 내 책임이었고 희망이었고 안정이었다. 나의 임무는 글을 써서 남기는 것이었다. 14년 동안 나는 '나라가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14년 동안 공부하고 집필만 했다.

▶왜 지금까지 14년 동안의 추방 공판을 둘러 싸고 투쟁한 이야기를 숨겼나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거였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나의 과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에게 물어본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 다. 레이먼 여사는 14년 동안 나를 도왔다. 그녀는 7~8년 동안 약 60통의 편지를 보냈다.



최봉윤1.jpg

한인 학생들과 최봉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53년에 레이먼 여사가 준 3000 달러를 헛되게 쓰지 않기 위해 나는 페인트칠을 배웠다. UCLA를 졸업한 흑인 법대생을 소개받아 페인트칠을 배웠다. 우리는 잘 지냈지만 내가 누구이며 어떤 배경을 갖고 있다고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여름에는 페인트칠을 했다.

그 후 식당을 시작했고 요리 교실도 운영했다. 첫째 날 식당은 붐볐지만 그 후 손님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웃과 근처의 공장에 식당 전단지를 돌렸다. 자신들의 동료에게 우리 식당을 소개해주는 사람에게는 공짜 음식도 제공했다. 어느 날 음식 평론가가 식당에 와서 불고기를 먹었다. 그게 1963년의 일이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고메이'라는 잡지에 우리 식당에 대한 아주 좋은 평을 실었다. 그후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다. UC 버클리 교수들이 많이 왔고, 식당은 잘되었다. 조그만 빌딩도 샀는데 아직도 그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레이 먼 여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저는 이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됩니다."

당시 그 빌딩은 비싸지 않았다. 겨우 2만5000달러였는데 3년 만에 모든 융자를 갚았다. 하루 14~16시간을 일하면서 모든 일을 했다. 여덟 명이 일하는 작은 식당이었기 때문에 설거지, 청소, 쇼핑 등 모든 일을 해야 했다.

▶추방 공판은 어떻게 되었나

내가 공산주의자라는 증거가 없다고 판결 났다. 그러나 나의 임시 비자는 이미 만료가 되었기 때문에 출국했다가 미국에서 입국 재허가를 받아야 했다.

▶주영환 영사는 왜 추방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나

모른다. 외교관이 출석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변호사는 추방 공판 판결 후 주영환 영사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판결 후 주 영사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주 영사가 한국어로 인사했다. 그래서 나는 "저는 혼자가 아니고 내 아내를 증인으로 데리고 왔다. 많은 학생들이 주 영사가 최봉윤은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만나지도, 대화하지도, 방문하지도 말라고 했다고 했다. 공개 석상에서도 최봉윤은 공산주의자이니 만나지 말라고 했는가"라고 물었다. 주 영사는 그렇다고 시인하는 답변을 했다. 그래서 저는 무슨 증거로 그렇게 발언했는지 또다시 질문했다. 주 영사는 증거는 없지만 신문에 그렇게 나왔고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며 대답했다.

나는 주 영사에게 "내가 공산주의자라는 것이 당신의 생각은 아니 오?"라고 되묻자, 주 영사는 도리어 "나는 당신이 나에게 사과하러 온 줄 알았는데 나에게 따지러 온 것이오? 왜 영사관에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소"라고 화를 냈다.

나는 그의 책상을 잠시 응시하다가 책상을 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주 영사는 혼자였는데 내가 자기를 폭행하려고 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오,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태도가 급변했다. 나는 "잊어버려.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라는 말을 남긴 채, 아내와 함께 영사관을 박차고 나왔다. 그후 영사관에는 한 번도 다시 간 적이 없다. 추방 공판 이후 나의 비자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미국을 떠나야 하는 줄 알았으나 나의 변호사가 아이들이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딸은 이미 결혼했었다.

변호사가 추방 유예를 신청했고, 재심 위원회는 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여권이 만료되었기에 여권을 다시 신청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여권을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 이승만 정권과 연관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소신대로 사는 사람이다. 나는 이 문제를 레이먼 여사와 상의했고 법정에서 싸우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법정은 재심 위원회 판결과 같이 여권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추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마 1954년, 1955년쯤이었을 거다. 그러나 레이먼 여사와 변호사는 항소했고, 결국 연방법원에서 3대0으로 여권 없이도 미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판결 을 받아냈다.

1964년 영주권을 획득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일본 또는 이승만 정권의 탄압을 받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 당시 우리 세대가 겪은 일이다. 우리 세대는 일본의 차별과 이승만 독재 정권으로부터 이중의 피해를 당했다.

▶미국에 망명한 마지막 세대 중 한 명인데, 그들이 남긴 유산은 무엇인가

우리 세대가 미국과 한국에 미친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첫째, 미국에 유학 온 학생 숫자가 많지 않았다. 둘째, 우리는 임시로 미국에 거주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먼저 온 세대는 어땠나

오히려 그들은 많은 유산을 남겼다. 노동자 신분으로 미국에 온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투쟁을 벌였고 헌신을 다했다. 일본이 멸망하고 한국이 독립을 쟁취했을 때 그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국은 또 다시 분단되었다. 분단과 가난, 그리고 독재 정권으로부터 우리 세대는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미국에서 출생한 초기 이민자 자녀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문제다. 그들의 숫자는 매우 적다. 그들은 한인 사회 문제에 관심조차 갖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한국과 한인 사회 문제에만 전념했고 가족과 자녀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 세대를 외면하고 있 다. 이민자 자녀들은 교육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인 사회로부터 멀어지려고 한다. 나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슬픈 일이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가 미국에 와서 정착하고, 그들의 자녀들이 태어나 성장하고 있다. 20년 후 새로운 한인 단체 들이 태동할 것이고, 미주 한인 사회를 이끌 것이다. 미주 한인들 중 개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미주 한인 사회는 미국에 매우 적은 유산을 남겼다.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것을 누군가 연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가

아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고통과 피해를 당했지만, 나는 소신대로 살았다. 한국인으로 출생했으므로 한국인으로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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