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를 마음에 품은 윤평과 연두를 아끼는 개파이
한글 반포를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해례본을 찾는 이들의 움직임은 소이가 있는 창암골로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창위 견적희와 밀본 심종수와 윤평, 그리고 채윤은 소이를 향해 긴박하게 움직입니다. 누가 뭔지 차지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모습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간발의 차이이지만 말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린 윤평은 다른 추격자들보다 먼저 소이를 손에 넣게 됩니다. 한글 노래를 부르던 거지 패거리들까지 몰살하고 어린 아이들에게 한글을 알고 있는 지까지 알아볼 정도로 여유 있었던 윤평과는 달리, 뒷북만 치게 된 견적희와 심종수, 그리고 채윤은 사라진 소이의 정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한글 해례의 핵심은 소이를 붙잡은 정기준은 회심의 미소를 흘렸고, 이신적을 통해 정기준을 제거하려는 세종의 노력은 노골적으로 다가서며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중요한 대립 점은 정기준과 심종수의 권력 다툼과 세종과 이신적의 본심 대결이었습니다.
소이가 해례라는 사실은 채윤과 심종수가 알게 되고 이런 상황은 이후의 진행 과정을 긴밀하게 가져갑니다. 죽음과 동급으로 다가와 있는 한글 해례는 채윤에게는 무조건 지켜야만 하는 존재이고, 심종수에게는 밀본의 새로운 수장이 되기 위한 중요한 거래 도구입니다. 서로 다르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소이의 존재감은 이후 마지막 남은 2회에 핵심적인 존재로 다가옵니다.
밀본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자신의 권력 욕심에 더욱 관심이 많은 이신적을 두고 벌인 세종의 모습은 뛰어난 전략가의 진수였습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과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신적은 결코 세종의 대결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주도권과 신뢰를 얻기 위해 정기준을 넘기라는 말은 이후 급격하게 흐를 이야기에 중요함으로 다가옵니다.
정기준을 만난 심종수는 대립 속에서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재상총재제라는 근본적인 체계를 원하는 심종수는 정기준에게 해례인 소이를 넘기고 자신은 밀본의 본원 자리를 가지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런 흐름은 세종이 원하는 밀본의 붕당 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정기준이 원한 새로운 글자를 막는다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미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 더 이상 밀본의 수장으로서 가치를 할 수 없게 된 정기준으로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한글을 파괴한데 집중하고 있으니 심종수의 제안이 당혹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글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윤평은 거지 패거리들을 학살하고 아이들까지 죽이려했다는 점에서 한글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해례를 넘기겠다는 심종수의 제안은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기준이 소이가 바로 해례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해치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그런 상황은 벌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 긴박함을 막아줄 새로운 희망은 바로 밀본을 이어받고 붕당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이신적과 소이를 사랑하는 윤평의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4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초반 2회를 한글 유포를 하는 이들과 이를 막기 위한 노력으로 채웠다는 것은 마지막 2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정기준이 유포는 막을 수 있었다고 했지만 반포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반포를 막을 수 없는 이유는 세종이 내세운 밀본을 인정하고 그들이 붕당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언이 주요합니다.
밀본이 세워지고 그들이 내세운 가치는 왕의 일인 독재를 막고 사대부들인 자신들이 나서서 백성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기준이 힘겨워 하는 것은 당장의 목적보다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가치와 기득권을 뿌리 채 흔들 수밖에 없는 한글입니다. 글을 막지 못한다면 그 위대한 가치들도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정기준의 판단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명확하게 들어맞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며 사대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지식은 모든 백성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 백성들은 국가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는 힘이 생기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권력자들에게 민중의 난은 두려움의 대상이겠지만 이런 글이 만든 백성들의 힘은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강제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역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기준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만약 정기준이 한글 반포를 막고 밀본의 영향력을 영원히 가져갔다면 우리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공부를 해야만 터득할 수 있는 한자. 그런 지배 권력의 기준이 되는 한자는 영원히 최소한의 권력자들만이 나누는 절대 반지로 자리했을 것입니다.
백성들이 깨우쳐야만 한다는 것은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패한 정권에 매스를 들이대는 이들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몫이었습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라는 틀 속에서 기득권자로 군림하는 그들에게는 동지적 우호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란성 쌍둥이 같은 존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FTA 비준이나 4대강 파괴, 종편 개국 등 굵직했던 현안들에 대한 여당의 폭거와 야당의 대처 미흡은 그들이 같은 배에서 태어난 서로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 일 것입니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음에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종속시킬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권력의 노예들은 스스로 국민들을 담보로 자신들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연이 들고 일어난 존재들은 다름 아닌 국민 개개인이었습니다. 그 울분들을 토해내기 시작하며 변화는 시작되고 그 변화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뿌리깊은 나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현실의 모습을 과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만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소중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단 2회를 남긴 상황에서 잔혹한 살수인 윤평과 돌궐족이자 전장의 전설인 개파이가 중요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잔인함 뒤에 숨겨진 모습들 때문입니다. 윤평은 철저하게 정기준을 지키고 그의 말에 충실하게 따르도록 길러진 살인 기계입니다. 그렇기에 그에게서는 그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것은 바로 소이 때문입니다. 한가가 그런 윤평의 마음을 읽고 '소이를 좋아하느냐'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넬 정도로 윤평에게 소이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전장의 전설로 절대 고수인 개파이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가 아쉽기는 하지만, 마지막 2회 동안 그의 역할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늙기는 했지만 절대 고수였던 이방지를 쓰러트린 개파이가 채윤과 한 번의 합을 보여주었지만 그 막강한 힘은 합 한 번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가장 약하고 아픈 부분은 바로 연두라는 존재입니다. 낯선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고 혹은 딸처럼 자신을 보살폈던 연두에 대한 사랑은 이후 남은 2회에서 중요한 변화의 틀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정기준이 믿을 수 있는 절대 가치는 바로 윤평과 개파이라는 절대 고수들입니다. 한글 반포를 두고 해례인 소이를 죽이려는 정기준과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윤평, 나약한 백성인 연두가 한글을 깨우치는 모습을 본 개파이의 변신은 정기준에게는 독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살인병기들이 그들이 냉혹한 마음에 꽃을 피웠다는 점에서 정기준의 야망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 2회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절대 지존인 윤평과 개파이의 변화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들인 소이와 연두. 그런 그들을 지키기 위한 두 남자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한글 반포를 돕게 될 테니 말입니다.
원문출처 : http://dramastory2.tistory.com/2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