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겐아카데미 사건과 유사한 상황
학교 측 부실한 조치에 법원 소송
로스앤젤러스(LA) 통합교육구가 교사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들은 흑인 여중생에게 21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지난 17일 최종 합의했다. 교실 안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묵과할 수 없으며 엄중한 처벌이 내려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아카데미 고등학교 교사의 수업 중 한인 학생 대상 인종차별 발언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아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2015년 1월 LA의 리비어 차터 중학교에서 역사 교사인 스티븐 카닌은 수업 중 남북전쟁에 대해 가르치다가 "사람들이 링컨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가 '흑인을 사랑해서(n-i-g-g-e-r lover)'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는 13살 흑인 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렇지 않니?(Isn't that right?)"라고 말했다.
이 피해 여학생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카닌은 다른 수업 시간에서도 2014년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상태로 경찰에 총격을 받아 숨진 마이클 브라운을 언급하며 "폭력배였고 당할 만한 일을 했다"며 "흑인들은 똑똑하지 않다. 대부분 그냥 운동선수들"이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피해 여학생은 교사의 문제 발언에 대해 학교 당국에 알렸다. 또 아버지도 학교를 찾아가 항의했다. 하지만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학교 당국은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제기한 우려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사건 발생 2개월여가 지난 2015년 3월 소송이 연방법원에 제기되자 학교 측은 카닌을 수업에서 배제했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LA통합교욱국은 "모든 학생들을 존중하는 것이 교육국의 정책"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징계 등 강력한 조치가 없었던 것이 소송의 주요 배경이 됐다.
또 인종차별 발언을 한 교사인 카닌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수정헌법에 근거해 교실에서 인종적인 별칭(racist epithet)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등 100여 명은 카닌을 옹호하는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해당 교사를 옹호하던 이들은 "카닌은 헌신적인 교사이며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재미 마주르는 "내가 6학년 때 역사를 가르쳤던 교사였고 인종차별을 한 적이 없다. 내 인생 최고의 교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카닌의 주장을 기각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인종차별 발언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소송을 맡았던 크리스티나 스나이더 판사는 밝혔다. 결국 지난 9월 LA통합교육국은 합의 조건으로 21만5000달러를 배상하는데 동의했고 지난 17일 최종 확정됐다.
해당 사례는 교실 내에서 어떤 이유던 인종차별 발언이 허용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무거운 처벌이 내려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에 아무리 훌륭한 교사였을지라도 학생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LA에서의 사례는 이번 버겐아카데미 고교 인종차별 사건과도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교실 내에서 교사가 학생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음에도 버겐아카데미 당국은 자체 조사를 충실히 했으며, 그에 따른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로 교실 내 인종차별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실 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처분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처분이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충분히 무거웠는지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위원회에서 이 사안은 단 한번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 교사가 과거 유능했고, 해당 발언은 단순한 유머였다는 이유로 옹호하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LA의 사건과 유사하다. 교사를 옹호하는 이들 중에는 한인 학생 및 학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LA의 사례뿐만 아니라 교사가 인종차별 발언을 할 경우 파면 등 중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지난 2014년 오하이오주 페어필드에서 교사가 수업 중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파면 조치됐다. 또 2016년 11월 볼티모어 시정부는 중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며 파면 조치했다. 또 지난 9월에는 미시시피주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흑인을 향해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