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약국체인서 10달러인 처방약 80달러 요구
“보험 따라 다르다지만 너무 심해” 한인들 불만
# 한인 강모씨는 최근 약값과 관련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경구용 안압강하제를 처방받은 강씨는 평소 직장보험으로 약을 구입해온 약국에 처방전을 보여주자 약국 관계자는“별도로 주문해야 하는데‘마이너스 코페이’(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의미)가 나기 때문에 차라리 현금 80달러를 주고 사는 것이 낫다”며 현금을 요구했다. 이에 강씨가‘마이너스 코페이’의 뜻이 뭐냐고 질문하자 코페이를 받으면 손해가 난다는 취지의 답변만 되돌아왔다. 강씨는 결국 CVS 약국에 가서 10달러에 처방약을 구할 수 있었다. 강씨는“미국 약국에서 10달러에 살 수 있는 약을 80달러 현금을 주고 살 뻔했다”며“그동안 한인 약국에 지불했던 약값에 의심이 들어서 앞으로 미국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LA 한인타운 내 일부 약국의 약값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처방약에 대한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코페이’(copay·본인부담금)를 적용하지 않고, 현금을 요구하거나 편법을 동원하는 약국들이 여전해 ‘약값은 약국만이 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강씨의 사례처럼 일부 타운 약국 중에 코페이 제도를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약값과 관련한 코페이는 보험사 또는 처방약에 따라 부담해야 할 금액이 다르지만 보험사에서 정한 코페이보다 더 받거나 덜 받는 것 모두 위법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약국업계 관계자들은 강씨의 경우 보험사 지불 금액과 강씨가 지불하는 코페이를 합쳐도 약국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현금 구매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해당 약국이 현금 80달러를 요구한 것은 지나친 것으로 해당보험사에 강씨가 클레임을 제기하면 최악의 경우 해당 보험사와 거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그동안 한인들 사이에서 일부 타운 약국의 약값은 ‘부르는게 값’이라는 이야기가 떠돈 지 오래됐다. 같은 약값이라도 약국에 따라서 값이 다른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약값은 약국과 제약사와 약국간의 구입가격 및 보험 청구 등에 깊숙히 개입하는 중간상인인 PBM(Pharmacy Benefit Management) 사이에 결정되고 있는데 이를 일반인이 알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약국에서 부르는 약값을 믿고 받아들일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은 한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USC 대학 경제정책 연구소 쉐퍼 센터의 최근 연구 결과 미국인 상당수가 처방약 구매시 바가지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처방약 주문시 평균 약 7.69달러의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게다가 한인타운내 50~60여개로 추산되는 한인 약국 중 대부분이 중소형 약국이다 보니 손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페이만으로 손해가 예상되면 약값을 보험처리 대신 현금 구입을 요구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정확하게 약국이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한인 약국보다 주류 약국을 선호하는 한인들도 많다.
주류 약국을 다닌 지 3년 됐다는 한 한인은 “미국 약국들이 대형체인 약국들이다 보니 구비된 약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바가지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신뢰감이 들어서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약국들도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국마다 약을 구매하는 곳도 다르고 구매하는 가격도 다르기 때문에 약국마다 약값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국마다 마진폭이 제각각인 점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타운 내 한 약국 관계자는 “많은 약국들이 약값이 결정되는 과정을 공개하길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고객에게 신뢰를 잃어가면서까지 이윤만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