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당진을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서해 바다에서 찾을 수 있는 여행지면 바다와 그 바다가 제공하는 먹거리가 전부라 생각했던 우리에게 알쓸신잡 박사들은 100% 즐기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서산 당진에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해미읍성과 천주교 박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과 우주, 심훈 그날이 오면과 상록수에 담긴 의미
서산 당진에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지 미처 몰랐다.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모두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역사적 가치를 담은 곳과 먹거리가 함께 하는 서산 당진에는 함께 되돌아보고 즐기고 되새길 만한 많은 것들이 있었다.
조개구이 집에서 시작된 여행 이야기는 이번에도 풍성했다. 종교부터 SF와 일제 강점기 저항 문학까지 폭넓은 지식의 만찬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이었다. 바다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이 주는 맛깔스러움과 그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적 진실은 여행의 깊이를 더했다.
해미읍성과 개심사, 그리고 류방태 천문기상과학관과 심훈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여행은 서산 당진을 찾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해미읍성은 그 역사적 가치 못지 않게 그 안에 천주교 박해의 끔찍한 기록도 함께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만 천주교 박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방을 거부하며 천주교 박해는 시작되었다.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천주교를 믿은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촌들까지 모두 죽인 이 잔인한 박해는 오랜 시간 이어졌다. 이런 종교 박해는 우리나라만 저지른 끔찍한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종교 박해는 존재했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 경각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종교 박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개심사는 부처를 모시는 곳이지만 좀 더 위로 올라가면 산신령을 기리는 곳도 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다른 신도 믿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연 것을 보면 종교 탄압이 아닌 통합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SF 속에 들어가 있는 포괄적인 세계관이 담겨져 있다. 영화 <매트릭스> 역시 모든 종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미래는 하나로 합해질 수밖에 없다는 가설은 SF에서 일상적으로 나온다.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SF는 구축하고 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바탕으로 만든 <가타카>에는 완벽한 남녀만 존재한다. 우수한 유전자만이 대를 이을 수 있는 세계가 '멋진 신세계'라 믿는 이들에게 그 안에 담긴 재앙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서산 한우 목장의 역사적 가치에 이어 대한민국 한 후 씨수소를 키우는 곳이란 이야기를 나누다 소만이 아니라 인간 역시 품질 개종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로 확장되었다.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기술이 일상이 되면서 나쁜 유전자를 잘라내는 수술도 가능한 시대가 왔다.
가장 우수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자체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공장에서 만들어진 우월한 한우들과 '인간 공장'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안을 증폭 시킨다. 유전자를 고르는 시대가 오면 인종 자체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은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다양성이 사라진 곳은 전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만원권에는 천문학의 많은 가치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져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라는 이 천문 지도는 그 위대함은 깊이 볼수록 더욱 큰 가치를 하고 있다. 고려시대 각석으로 존재했고, 누군가 탁본을 떠서 태조에게 받쳐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완성되었다는 사실도 참 흥미롭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천문 지도를 작성했을 그들의 모습은 경외감이 들 수밖에 없다. 위대한 업적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일제 강점기 사라졌다 동물원으로 강제적으로 사용되던 창경원(현 창경궁) 뜰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위대한 업적이 그렇게 내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역사는 그래서 아프다.
심훈은 우리에게 '상록수'로 잘 알려진 소설가다. 농촌계몽운동을 담은 이 소설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박하다. 하지만 심훈의 삶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심훈의 집안은 친일파였다. 일제에 의해 작위를 받은 왕족의 딸과 17살에 결혼했다.
형은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기자였지만 심훈은 달랐다. 19살 때 '3.1운동'에 참가했던 심훈은 이후 중국으로 가 독립운동가와 함께 하며 대학도 다녔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그는 다양한 일들을 했다. 영화 배우, 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로 이야기 되는 <아리랑>의 나운규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독이었다고 한다.
심훈이 영화에 매진한 이유는 당시 글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에서 영화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와 소설은 일제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글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민족 의식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영화라는 매체는 중요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살가죽을 벗겨 북으로 만들어 쳐도 독립을 한다면 행복할 일이라는 '그날이 오면'이란 시를 쓴 심훈이 <상록수>와 같은 달달한 소설을 쓴 이유는 유시민 작가에 의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단순한 계몽주의 소설이 아닌 치열하게 당시를 살아갔던 심훈이 선택한 하나의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대호 방조제라는 거대한 호수. 간척 사업으로 인해 막힌 곳들은 썩어가고 있다. 물이 죽어가면서 간척의 대명사였던 그곳에 '역간척'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쌀 농사보다 갯벌의 가치가 커진 현실 속에서 '역간척'은 자연스러운 욕구다. 문제는 간척되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역간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한 서산 당진 여행은 참 매력적이었다. 단순한 여행지를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그 지역이 담고 있는 역사적 가치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워지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 역시 <알쓸신잡>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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