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사망한 사람이 현실에서도 죽었다. 더 기이한 일은 그렇게 사망한 사람이 게임 속에서 다시 등장했다. 마치 좀비나 마찬가지로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 사망자의 시체에는 아무런 외상은 없다. 하지만 체내에 피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마치 드라큘라에 당한 것처럼 말이다.
기괴함과 기이함 사이;
사망한 형석이 게임에서 등장해 현실 속 진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오기 힘든 게임. 그 게임은 너무 현실성이 강해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완벽한 형태의 AR게임이 주는 게임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게임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 세계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하면 죽음이라는 그림자와 함께 하게 된다. 마치 저주라도 걸린 듯 말이다.
게임에서 형석과 대결에서 승리한 진우는 기분 좋게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흐뭇하게 잠이 든 진우는 잠이 깨자마자 다시 그라나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제 저녁 자신과 공원에서 싸웠던 형석이 새벽에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함께 있었던 형석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것도 자신과 게임에서 대결했던 그 자리에서 말이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게임에서 사망했다고 실제 현실에서 사망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실에서 사망한 형석에게 아무런 외상은 없다. 게임과 같았다면 잔인한 칼자국과 피투성이인 채로 발견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런 상처도 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 사망한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잔인한 마법에라도 걸린 듯 말이다.
진우는 그라나다로 돌아와 해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게임을 만든 세주가 아니라면 원인을 밝혀낼 수가 없다. 문제는 세주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세주가 그라나다로 오던 기차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내리지 않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라나다에 오던 중 기차 안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중요했다.
세주의 가방 안에 진우 연락처가 있었다. 가방만 두고 사라져버린 세주. 100억으로 호스텔을 구매해 호감도를 높인 진우는 희주를 통해 세주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열어보게 되었다. 희주 휴대폰을 통해 주고 받은 톡 내용도 확인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완벽해 보이는 게임을 만든 현장 속에서 진우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게임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 후에도 버그를 잡기 위해 세밀하게 점검을 해야 한다. 그 기간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 게임은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당연히 버그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진우와 형석은 그 세계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진우가 느끼는 첫 버그는 시스템 상의 오류인지 그라나다 현지 인터넷 망의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다. 둘 다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형석과 대결 후 결정적 문제가 드러났다. 게임에서 사망한 유저가 현실 세계에서도 영향을 받는단 것이다.
AR게임에서 가장 큰 오류이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저가 현실 속에서도 게임 결과와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면 이는 큰 문제다. 그리고 절대 게임으로 출시가 될 수도 없다. 세주가 겁에 질린 채 진우에게 전화해 형석을 나쁜 사람이라 지적한 것도 오류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차 안에서 그라나다에 도착한 세주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유의 공격을 받았다. 이는 진우가 형석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과 유사하다. 세주가 게임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게임 상에서 누군가와 대결해 승리를 거뒀다. 당연히 게임 상 적은 사망했다. 문제는 현실에서도 누군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세주가 쫓기는 대상은 형석 사람들이 아닌 게임 속에서 자신과 대결을 하고 사망한 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만든 게임이지만 이런 오류가 생길 것이라 상상도 못한 세주로서는 이 문제를 풀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진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주에게 100억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식과 같은 게임의 완성도였을 것이다.
기차 안에서 총격을 받은 세주가 현실 세계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형석과 비교를 해보면 세주는 죽지 않았다. 개발자로서 그는 총격을 받고 게임 안에 상주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형석은 현실에서는 죽고 게임 상에는 여전히 생존해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세주의 사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주와 형석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두 사람 모두 게임에 불려 갔고, 둘 중 하나는 사망했다. 물론 다른 하나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 상태지만 생존 가능성이 높다. 진우는 사건 현장에서 게임에 접속한 후 사망한 형석을 봤다.
사망한 게임 캐릭터가 여전히 게임 상에 남겨져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다시 일어나 자신에게 덤비는 형석을 제거했지만 뭔지 이상하다. 여기서 더 기이한 것은 산책하던 강아지가 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르지만 동물은 초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주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간 장면이지만 힌트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유령도 동물들은 느낀다고 생각들을 하니 말이다.
유저가 게임 상에 상존하는 NPC가 되는 경우는 없다. 기존 게임에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유저가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게임을 하는 AR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주의 컴퓨터를 확인한 후 자신의 방에 있던 진우를 찾아온 것은 피투성이가 된 형석이었다.
진우는 다시 등장한 형석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게임 상 오류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게임 접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 없다는 느끼는 순간 형석이 휘두른 칼에 당했다. 이건 게임에서 느낀 고통 그 이상이다.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즉시 형석과 맞서 싸우는 진우이지만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갑자기 등장해 자신을 공격하고, 실제 상처가 남았다. 이는 게임이라 볼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망한 형석이 귀신이 되어 자신을 찾아와 공격할 수도 없는 일이다.
비를 동반한 천둥 번개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연주가 흘러나온다. 이는 게임을 알리는 신호다. 세주가 그라나다에 도착하는 순간 이 현상은 일어났고, 침대 칸 문을 여는 순간 공격을 당했다. 진우 역시 자신의 방에서 쉬던 상황에서 천둥 번개 소리를 들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곡의 기타 연주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형석이 등장했다.
두 개의 신호와 문이라는 단서가 존재한다. 그 문이 열리는 순간 게임은 시작되고 자신을 공격하는 적이 등장한다. 현재까지 세주와 진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두 번의 연속된 상황들은 우연일 수는 없다. 이 게임에서 고유 영역처럼 이어지는 버그 혹은 특성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진우와 세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게임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상대가 원하는 게임에 초대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혹은 저주 받은 게임이 특정한 인자들에게 게임의 문을 열어 두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무엇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사라진 세주와 달리 남겨진 진우에게는 이 과정이 무한반복하듯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법의 도시가 될 것이란 진우의 예측은 반만 맞았다. 마법과 같은 저주가 걸린 그라나다에 세주는 사라지고, 형석은 사망했다. 그리고 진우는 게임 속 형석에 쫓겨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앞서 등장했듯 1년 만에 다시 그라나다로 돌아온 진우가 기차 안에서 수많은 적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 그라나다는 마법이 아닌 저주에 걸린 도시로 변했을 듯하다.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존재는 진우, 희주, 세주다. 세주가 만든 게임 속 캐릭터이기도 한 희주. 그녀가 연주하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아직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게임 속 희주인 엠마는 막힌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구성 비율로 보면 이제 막 초입 부분을 마쳤다. 이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 알리는 시간이었다는 의미다. 이제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형석의 죽음과 공격 받은 진우. 명확한 결론 속에서 핵심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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