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얼굴을 한 인물이 '붉은 울음'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아이들이 좋아하던 방송에 나왔던 캐릭터라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 발언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었고, 착한 사람 얼굴을 한 은호가 사실은 '붉은 울음'이었다고 드라마는 이야기하고 있다.

범인;

깨어난 세경과 숨겨왔던 범인, 은호와 큰원장 중 누가 붉은 울음인가?

건물 옥상에서 '붉은 울음'에게 당했던 지헌은 기억을 잃기 직전 얼굴을 봤다. 분명하게 후드티 안에 숨겨진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착한 사람 얼굴을 한 가면을 쓴 범인으로서는 무엇도 건질 것이 없다. 문제의 사이트도 폐쇄되어 '붉은 울음'을 더는 찾을 길도 없게 되었다. 

은호가 한울센터 원장 호민에게 구타를 당했다. 그 광경을 우경이 목격하며 겨우 상황은 진정되었다. 은호의 숙소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후 벌어진 한울센터 출신 윤영필 부장의 사망 사건과 직접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향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민이 은호를 폭행한 것은 자신이 도박을 한 사실을 아버지가 알았기 때문이다. 은호가 아니라면 아버지에게 알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벌인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은호는 윤 부장이 큰원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윤 부장이 사망했다.

이 과정이 흥미롭다. 기존의 은호라는 인물이 보일 수 있는 행동과 조금은 엇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당연한 듯 상황은 흘러가지만, 그 과정이 결국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은호와 윤 부장은 친하다고 알려져 있다.

친분과 관련해서도 은호가 밝힌 내용이 전부다. 사망한 윤 부장의 아내 역시 은호라는 인물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가끔 만난다는 정도가 전부다. 그리고 윤 부장은 한울센터 자금을 호민과 함께 빼돌렸던 인물이다. 거액을 빼돌려 호민은 도박을 했고, 윤 부장은 운영하는 떡집과 거액의 아파트까지 장만했다.

문제가 있는 두 사람이 모두 한울센터를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거액을 횡령한 윤 부장은 잔인하게 살해 당했고,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호민은 살인자가 되었다. 한꺼번에 산재한 한울센터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 이런 문제 해결로 인해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을까?

큰원장이 가장 큰 이득으로 다가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큰원장이 자신의 아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잡혀간 사실을 알고 은호를 나무라는 장면을 보면 명확하다. 비록 아들의 행태가 못마땅하기는 했지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아들을 비호한 어쩔 수 없는 아비일 뿐이었다. 

사건 현장을 보면 '붉은 울음'의 짓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시집이 있었고, 한울센터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입양한 아이를 파양했던 이력도 있다. 아동 폭행범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과 많은 부분 닮아 있었다. 하지만 파양 과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우경은 윤 부장이 아동 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모든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헌도 이 사건이 그동안 벌어졌던 '붉은 울음' 사건과 결이 다르다는 것을 확신했다.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행 수법과 비교하면 아마추어다. 즉흥적으로 이뤄진 살인이라는 것만 명확하다. 그리고 범인으로 은호가 붙잡혔다. 스스로 침묵을 선택하고, 증거들도 은호를 가리키고 있다. 

쪽지문으로 시작해 그의 운동화에 남겨진 CCTV 파편까지 모든 것이 은호를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변수는 우경이었다. 원장의 반협박에 은호 면회를 간 우경은 범행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은호가 아닌 다른 이가 범인이라고 우경은 확신했기 때문이다.

호민이 은밀하게 숨겼던 CCTV 영상 파일은 은호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이 파일이 공개되며 호민은 검거되었다. 검거된 상황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만 이야기하던 호민은 자신이 살인죄로 잡혀 들어간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했다.

은호 역시 큰원장이 두렵다고 주장했다. 큰원장은 실제 호민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사냥 총으로 은호를 위협하며 분노했다. 왜 자신의 아들을 잘 지키지 않았느냐는 호통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마치 큰원장이 모든 사건을 조정하는 존재로 비춰진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들을 조정한 것은 은호다.

우경 앞에서 무너졌던 은호는 그게 그의 본 모습이었다. 자신을 속인 호민에 대한 분노. 그건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였지만, 과거부터 부자가 은호에게 했던 행동에 대한 분노는 이미 폭발 직전까지 쌓여 있었다. 철저하게 그들의 몸종처럼 살아야 했던 은호는 그들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해야만 했다. 그런 그가 각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흥미롭다.

'붉은 울음'은 모두 호민을 가리키고 있다. 추적 결과 호민의 컴퓨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컴맹이었다는 호민이 사실은 능숙하게 컴퓨터를 활용하는 '붉은 울음'이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 하지만 경찰의 자택 수색 결과 호민의 집에서 개장수 살해 현장을 증명할 신발까지 등장했다. 모든 것은 호민을 가리키고 있다.

한울센터에 관심도 없고, 폭력 전과까지 있는 노름꾼이 아동학대 가해자를 살해하는 범인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의도적으로 자신을 숨기기 위한 행동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쉽게 무너지며 수많은 증거를 공개적으로 노출 시킬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붉은 울음'은 호민을 희생양 삼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골칫거리였던 인물들을 제거하고, 여기에 경찰의 추적도 따돌리려는 한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은호가 있다. 큰원장을 두려워하는 듯하지만, 사육 과정에서 영특한 은호는 이들의 문제를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큰원장에게 '문둥이' 시집을 읽어주는 장면에서는 작가가 노골적으로 은호가 범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게 변수일 수도 있지만, 극 후반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은호를 제외한 범인 찾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도 이상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붉은 울음'을 공개하고 마지막 대결 구도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급격하게 흘러가는 과정에서 우경의 여동생인 세경이 깨어났다. 절대 깨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세경이 의식을 찾으며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붉은 울음'과 세경은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붉은 달 푸른 해>는 투 트랙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은호와 우경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 둘은 비슷한 상황과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연결고리가 된 것은 '붉은 울음'이다. 그렇다 보니 우경이 범인처럼 보이는 여러 행동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우경의 사연은 녹색 옷을 입은 아이와 세경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사건은 별개지만 동일 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이어진 결말을 위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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