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전개로 이어진 첫 주 방송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명품 사극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다가갈 정도로 연기 구멍 없는 이야기는 원작인 영화와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명확한 갈등 구조 속 왕의 존재가 가치와 이유를 새삼스럽게 언급하는 주제 의식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광대 하선의 분노;
동생 달래 능욕에 분노한 하선, 제 발로 들어선 궁에서 거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왕과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이유로 왕이 되어버린 광대 이야기는 <왕과 거지>와 유사하면서도 흥미롭다. 성군이 되겠다고 왕이 되었지만, 적들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진 왕. 그런 왕 대신 광대가 그 자리에 올라 성군이 되어가는 과정은 여전히 흥미롭다.
왕으로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하선은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된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재물을 준다는 말에 그는 임시 왕이 되었다. 누구도 하선을 의심하지 못했다. 아니 의심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왕이란 존재다. 왕은 당시에는 궁에서도 특별한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역할 바꾸기도 어렵지 않다.
광대 하선은 왕으로서 첫 날을 제법 능숙하게 넘기는 듯했지만 신치수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신치수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고, 그가 청한 참형의 대상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저 이규가 사전에 언급한 대로 대신들의 청에 응했을 뿐이었다.
신치수가 요구한 것은 중전의 아버지인 부원군 유호준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온 중전은 그 자리에서 자결을 하려 하고 이를 막던 이헌이 된 하선은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을 한다. 부원군의 참수를 막겠다는 약조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쉬울 수가 없다.
이규의 친구인 정생의 작은 사찰에서 지내는 이헌을 알현하러 간 자리에서 부원군의 죽음은 확정되었다. 어명을 어길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명을 어기는 행위 자체가 반역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광대 하선은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어명을 어기고 하선은 대신들 앞에서 부원군에게 참형이 아닌 유배를 보내라 명한다. 글도 읽지 못하는 하선이 위리안치라는 단어를 알 수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언급한 것은 조내관의 역할 때문이었다. 그림자처럼 왕을 보필하는 조내관은 궁에서 가장 현명한 인물이다. 하선의 마음까지 제대로 헤아리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선의 이 선택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왕은 많은 적들과 대치 중이다. 대비의 아들인 경인대군을 유배 보내 독살하며 왕은 대비와 적대적 관계가 되었다. 경인대군은 제거하는데 큰 공을 세운 신치수 역시 호시탐탐 절대 권력을 노리고 있다.
가장 최측근이 되어야 할 중전은 점점 망가지는 왕을 외면하고 거리를 둔다. 만약 부원군이 참형을 당했다면 중전까지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규가 왕을 보필하지만, 그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군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해 부원군과 함께 이헌을 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왔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궁에서 이헌의 동지가 될 수 있는 자는 하나도 없다.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아니라 궁녀들까지 왕의 편이 아닌 상황에서 하선은 적이 아닌 동지들을 하나 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중전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그 한 수는 향후 이야기 전개를 중요하게 이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수라간 나인인 계환은 하선에게는 동생 달래를 생각나게 했다. 달래와 같은 나이에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팔려 궁까지 오게된 계환. 자신이 남긴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수라간 나인들의 삶을 알고 난 후 하선은 계환에게 자신의 밤참을 먹도록 했다.
밤참을 배고픈 나인에게 양보한 것이 하선은 살렸고, 계환은 죽음으로 내모는 이유가 되었다. 밤참이 비워지는 모습을 본 후 적들은 독살을 준비했다. 왕을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날도 계환의 고달팠던 삶을 듣고는 밤참을 양보했다.
독이 든 밤참을 먹고 피를 토하고 죽은 계환. 그리고 그 시간 궁 밖에서는 달래가 꾀임에 빠져 신치수의 아들 신이겸에게 불려가게 된다. 오라버니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선 곳에서 신이겸에게 당한 달래. 서로 나이가 같은 계환은 독살을 당하고, 달래는 겁탈을 당했다.
둘 모두 하선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그는 각성하게 된다. 계환이 독살 당한 후 두려움에 중전을 뿌리치고 궁밖으로 도망친 하선이 다시 스스로 궁으로 돌아온 이유는 달래 때문이었다. 달래가 신치수의 아들에게 겁탈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를 하러 갔다 오히려 치도곤을 당하고 내던져 졌다.
겁탈 당한 여동생에게 개 값을 치르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다했다는 신치수의 행태에 분노한 광대 하선은 왕이 되고자 한다. 자신이 복수할 수 있는 길은 그것이 전부다. 왕이라는 거대한 권력이 없다면 좌의정인 신치수에게 벌을 내릴 수 없다. 여동생 일로 뼈저리게 느낀 하선은 달래 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는 상상도 못했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흥미롭게 잘 풀어내고 있다. 1200만 관객이 든 영화 <광해>의 기본 줄거리를 따르고 있다. 이는 내용이 모두 공개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흥미롭다는 것은 <왕이 된 남자>가 여전히 유효하고, 극을 흥미롭게 잘 이끌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1인 2역의 여진구는 완벽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빈틈 없는 연기로 완벽하게 두 인물을 소화하며 극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영화에서는 분량이 아쉬웠던 문근영 역할을 맡은 이세영 역시 아역에서 출발한 배우로 뛰어난 연기로 중전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연기 공백 없이 매력적인 완성도를 보인 <왕이 된 남자>는 2019년을 연 걸작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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