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꼬리를 무는 의문들은 이어지고 있다. '붉은 울음'이라 여겨졌던 은호가 사망했다. 하지만 정말 그가 '붉은 울음'일까 하는 의구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지헌을 공격한 이는 따로 있었고, 은호의 형은 우경의 선배인 윤태주였다.
끝나지 않은;
사망한 은호 뒤에 등장한 또 다른 붉은 울음, 세경의 진짜 정체도 드러났다
'붉은 울음'이 사라졌다고 확신하는 순간 진짜는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호가 그렇게 의도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희생이었다. 자신을 희생해 꼬리를 잘라야만 '붉은 울음'이 다시 활동해 세상의 나쁜 부모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게 되면 지옥이 시작된다"는 은호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은호는 우경이 녹색 옷을 입은 아이를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호 역시 봉인된 기억이 되살아나며 지옥을 맛봤다. 한울센터를 몰락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이유는 자신이 어린 시절 원장에게 당한 상습 아동 성폭력 때문이었다.
은호는 그 기억을 떠올린 후 매일이 지옥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아주 은밀하게 한울센터를 붕괴 시키기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지옥을 안긴 원장을 잔인하게 응징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어머니가 2살에 버리고 갔다는 등대가 있던 바닷가에서 말이다.
의문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은호는 2살이라는 나이에 이 장소를 기억할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그 등대 사진을 노트북 사진으로 저장하고 있었던 인물은 우경의 대학 선배이자 정신과 의사인 윤태주였다.
그저 아름다워서 배경 화면으로 저장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지헌 팀의 수사 과정에서 윤태주가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은호의 과거 속에는 11살이나 많은 형 은석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입양된 후 모든 기록은 사라졌다.
나온 정보를 모두 추론하면 은호의 형인 은석은 바로 윤태주라는 확신으로 다가온다. 형제가 어떤 식으로 만났는지 모르지만 만나게 되었고, 어린 시절의 고통을 경험 삼아 자신들과 같이 학대 받은 아이들을 돕는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학대 아동을 돕는 행위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일이며 책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던 은호처럼 윤태주 역시 아이들을 위한 봉사에 최선을 다했다. 해밀이라는 봉사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아이들을 돌봤다. 은호가 구해주었던 어린 민기와 유학생으로 아이를 방치한 미선을 차로 친 아이 역시 해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이였다.
태주는 미선에게 합의금을 2천만원이나 건네줬다. 중국으로 유학을 간 가난한 고학생 재광이 사고를 냈다. 그리고 그 보상금을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태주가 줬다. 그리고 그 조건으로 자신의 딸을 3번만 만나 보라는 것이었다. 그 증거를 보여주자 바로 현금을 줬다는 미선. 신기로운 것은 이를 계기로 미선은 자신의 딸을 꾸준하게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버리고 자신의 삶에만 집착하던 미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은호나 다른 이들이 원했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일상의 사건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지만, 피해자 가족이 우경이 치료하던 시완이다.
시가 남겨져 있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한울센터에 다니던 그리고 우경에게 치료를 받았던 전력이 있던 시완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붉은 울음'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응징을 해나가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자꾸 등장했던 우경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동생인 세경이 기적적으로 깨어나던 순간에도 그 옆에는 녹색 아이가 존재했었다. 물론 우경의 눈에만 보이는 환영과 같은 존재이지만 뭔가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는 순간 그 아이는 우경을 찾았다.
계모인 진옥 몰래 우경은 이모를 만났다. 어린 시절 만나 것 외에는 만난 적이 없었던 이모를 통해 중요한 사실들을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가 병을 앓았다는 것. 정신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그리고 계모가 사실은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어린 세경이 외할머니 댁에서 산 적도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계모가 들어와 철저하게 외갓집과 관계를 끊어버려 어린 아이들을 볼 수조차 없었다는 이모의 말은 충격이다. 분명 우경의 기억 속에 외갓집에서 돌아왔다며 세경을 소개하는 장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경이 녹색 아이를 세경이라 부르고 어머니와 사진을 찍은 것과 외갓집에서 돌아온 아이는 다르다.
7살 이전의 기억이 거의 봉인 되어버린 우경은 태주의 도움으로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녹색 아이와 지금의 세경이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아이가 바뀌었다. 이모의 말이 사실이라면 외갓집에 간적도 없던 세경이가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다는 말인가?
진옥이 낳은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결론적으로 어린 세경은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경의 어린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고 아버지가 기억을 심어준 것과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주입된 기억이 자신의 것으로 믿고 살아왔던 우경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기억은 새롭게 만들어졌다.
현재의 세경은 결국 진옥의 친 딸이다. 이를 속이고 키우는 과정에서 진옥은 자신의 딸에게는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자책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세경을 간호하는 행위는 계모로서 쉬운 행동이 아니다. 진옥이 매일 세경 곁에서 간호한 이유 역시 친 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경과 연결된 모든 이들과 기억들은 태주와도 연결된다. 태주에게 정신 상담을 받는 우경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다. 한울센터 자문위원으로 일까지 했다는 점에서 그곳을 정점으로 벌어진 '붉은 울음' 사건에 태주가 깊숙하게 개입되었다는 것 역시 명확해 보인다.
'붉은 울음'은 하나가 아닌 다수였다는 것은 명확하다. 상황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며 서로의 알리바이를 구축하고, 공동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집단 체제였을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사채업자에 일상적으로 가정 폭력을 해왔던 시완이 아버지가 강도에게 당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붉은 울음'이 강도 사건으로 만들어 벌인 응징이다. 시완이 우경에게 상담을 받았지만, 태주에게도 받았다. 그 연결고리를 통해 학대 사실을 알고 응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강력하게 태주가 '붉은 울음'이라고 외치고 있다.
우경의 기억은 왜 지워진 것일까? 마지막 문이 열리면 우경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될 수 있을까? 은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지옥과 같은 모습을 우경은 보는 것일까? 다시 등장한 '붉은 울음'과 계모와 세경의 정체도 곧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경과 세경 모두 아동학대를 받은 피해자인지 아니면 우경이 잘못해 친동생을 죽게 만들고, 이를 부모가 봉인했는지 이제 그 진실의 문 앞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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