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었다. 헌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누군가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며 사법부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단한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일반의 시민들에게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망친 주범일 뿐이다.
양승태 구속은 새로운 사법 정의를 위한 시작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잔혹하게 물들인 자들의 뒤에는 양승태가 있었다. 간첩 조작단 사건과 재판거래 등 온갖 악행들을 다 부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복을 더럽힌 존재다. 그를 단죄 한다는 것은 사법부가 적폐를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겠다는 다짐과 같다.
수많은 증거들은 쏟아져 나왔다. 검찰이 적용한 범죄 혐의만 해도 40여 개에 이른다. 한 사람이 40여개의 범죄 혐의를 받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그만큼 양 전 대법원장이 지은 죄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앉아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한 것 하나 만으로도 존재가 가치가 없는 존재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를 했다고 봤다.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도 개입했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 5천만 원 조성 등 반헌법적 중대 범죄에 직접 개입한 것을 보고 있다.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 되고, 사안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사유를 밝혔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다. 양 전 대법원장이 충분히 그럴 능력이나 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런 중대한 위법 행위가 있어도 영장 발부가 되지 않은 것을 봐도 이번 구속영장 발부는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이 없는 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여전히 사법부에 양 전 대법원장의 그늘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법 적폐가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저항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초유의 사태였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일은 그동안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양 전 대법원장보다 다 훌륭한 존재들만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적폐를 감싸는 집단들이 그동안 권력을 쥐고 있어 불가능한 일이었을 뿐이었다.
40여개의 범죄 혐의가 존재함에도 양 전 대법원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모르거나 아랫 사람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그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었다. 직접 관여한 증거와 증언들이 쏟아진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그저 모른다는 식으로 피해간 전략은 오히려 구속 영장 발부를 쉽게 한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 대법원장이라고 그럴 수 없다는 원칙은 존재할 수 없다. 세상 누구라도 잘못을 하면 구속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힘이 있어서, 혹은 돈이 많아 법망을 피해가는 세상은 정상일 수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통해 변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동안 쌓인 적폐가 한 순간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몸에 벤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거대 집단에 대해서 국가가 할 일은 보다 강력한 견제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공수처가 여전히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미는 커지고 있다. 여의도 국회는 국민을 위한 집단은 아니다. 오직 자신들의 패거리 문화를 위한 집합소일 뿐이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하라고 대리 권력을 가지고 오히려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금배지들에 대한 청산도 절실하다.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그 권력을 내려놓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은 못하면서 권리만 내세우는 자들은 그 어디에도 존재할 가치가 없는 이들일 뿐이니 말이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인사 불이익까지 준 안태근 전 국장이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2년 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이 된 안태근. 지난 정부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을 쥔 자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물론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과거와 조금은 달라진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삼권분립이 된 국가에서 사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역할을 방기하는 순간 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 수장이 스스로 삼권분립을 무너트린 행위는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한 범죄다. 간첩 조작 사건에 관여했던 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된 순간 예고된 참사였다.
권력에 대한 무한한 아집은 그렇게 다른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이 아닌 자신들의 안위만 먼저 생각한 자들은 일본을 위해 오히려 충성하는 집단의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오직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마구 사용한 자들에 대해 사회는 단죄를 내려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듯했지만, 같은 날 박병대 전 대법관은 영장 청구가 기각되었다. 해당 판사의 전력까지 공개되며 사법 불신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집단이라면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고 아집으로 거대 권력을 사용하는 집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사법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 기괴한 상황에서 사법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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