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과 이나영이 주연으로 나선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첫 방송되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드라마 복귀를 한 이나영과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이종석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여기에 로맨스 장인들이라는 감독과 작가가 함께 하니 기대도 됐다.
극단적 설정으로 시작;
이혼한 경력 단절 여성의 분투기와 모든 것을 갖춘 백마 탄 왕자와 로맨스
단이와 은호는 친하다. 어린 시절부터 누나 동생하던 사이다. 단이는 카피라이터로 유명했고, 은호는 작가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단이가 결혼을 한다. 은호는 누나 결혼을 위해 직접 피아노 반주까지 해줄 정도로 이들은 친했다. 누나를 위해 웨딩 마치가 울리던 순간 그녀가 사라졌다.
결혼식장은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신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화 <런어웨이 브라이드>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단이는 도주는 은호의 차에 숨는 것이 전부였다. 결혼식을 앞두고 불안함이 심각해진 단이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다.
은호의 제안처럼 해외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말에 단이는 다시 결혼식장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그녀는 평범한 주부가 되었다. 재희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단이의 삶은 평생 행복할 수는 없었다.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바람까지 피우며 삶은 완전히 파괴되어버렸다. 어렵게 산 집도 날아가고, 이혼까지 한 단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필리핀으로 유학을 간 딸 재희를 키우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일 외에는 없다. 그렇게 취직에 나섰지만 경력 단절 아줌마의 취직은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청년들의 취직도 힘든데 아줌마들까지 나와서 경쟁만 치열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직접 받을 정도다. 절박함에 취직을 하기 위해 나섰지만, 회사들은 단이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과거 아무리 뛰어난 카피라이터였다고 해도, 그건 그저 과거의 일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단이가 이혼까지 하고 힘겹게 취직 자리를 찾고 있는 것과 달리, 은호는 승승장구 중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뛰어난 외모로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지는 은호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그저 단이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 어린 나이에 대학 교수와 출판사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부자이기도 하다. 더욱 뛰어난 외모로 뭇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은호는 말 그대로 모두에게 백마 탄 왕자다. 그런 그가 진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단이는 은호집 가정부 일을 시작한다. 물론 그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이중 생활을 하지만 그런 삶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렵게 샀던 단이의 집은 남에게 넘어갔고 재개발을 위해 허물어졌다. 몰래 그곳에서 잠을 잤던 단이에게는 이제 더는 갈 곳도 없게 되었다.
면접을 보러 가던 날 아침 신발도 사라져버린 채 맨발의 여왕이 된 그녀는 비까지 내리는 상황 속에서 거리에 내던져 졌다. 그렇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단이에게 프리랜서 북디자이너인 지서준이 등장했다. 마침 2층에서 단이를 목격했다. 취객에 의해 희롱을 당하던 단이를 구하기 위해 지서준은 직접 나섰다.
지서준은 아침 단이가 신발을 잃는 과정을 봤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구두를 주웠다. 마치 신데렐라의 구두 한 짝은 찾기 위해 나선 왕자처럼 그는 우연처럼 다시 만난 단이에게 구두를 신겨 주었다. 뛰어난 북디자이너인 지서준도 모든 여성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한때 모두가 인정하던 성공한 여성이 결혼과 함께 경력 단절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세상에 나온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담은 것이 바로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다. 은호가 편집장으로 있는 출판사에 경력을 속이고 취직하게 된 단이가 그 안에서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이나영은 첫 회부터 열심히 뛰었다. 행복한 결혼 생활과 이혼. 그리고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녀의 눈물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이나영이었지만 뭔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매끄럽지 못했다. 이종석 역시 첫 회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캐릭터는 첫 회 잘 드러났다. 이나영을 사랑하는 두 남자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도 예고했다. 그리고 그런 두 남자를 사랑하는 다른 여성들도 등장하며 사내 로맨스는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지 첫 회로는 모호하다.
충분히 식상하고 진부한 전개를 예고한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다시 한 번 스타 출연진이 외면 받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로맨스가 필요해> 작가 정현정의 크게 성장하지 못한 자기 복제식 로맨스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종석과 이나영이라는 투톱을 앞세워 팬덤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신선하고 흥미로워야 한다. 하지만 <로맨스는 별책부록> 역시 <남자친구>의 한계에 갇힌 수도 있어 보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고만 고만한 로맨스 이야기가 연이어 편성되면 뒤늦게 시작한 이야기는 더욱 진부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종석은 여전한 자신 만의 연기를 하고 있다. 이나영은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에서 더는 발전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여자와 남자의 로맨스 주도권이 바뀌었다는 것 만으로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시대다. 첫 회 아쉬움을 초반 얼마나 채워 낼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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