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세포를 깨우라는 말들은 참 많이 한다. 더욱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 연애는 더욱 먼 나라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 프로그램이 큰 화제다. <연애의 맛>은 기존의 연애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으며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이 여타 연애 예능과 다른 것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큰 변곡점을 찍은 것은 출연하던 배우와 일반인이 결혼한다는 사실이다. 이필모와 서수연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2년 전 우연한 기회에 딱 한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그건 촬영 중 팬과 스타로서 기념 사진을 찍은 것이 전부였다.
신의 한 수가 된 이필모와 서수연의 러브 스토리는 <연애의 맛>을 특별한 맛으로 바꿔 놓았다. 초반 흐름은 이 프로그램들 역시 가상의 연애 프로그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진짜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걸 믿어야 하는 시청자가 믿지 않은 상황에서 진짜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연애 예능을 좋아하는 이들 만의 프로그램은 이필모 서수연 커플이 결혼까지 확정하며 모두의 관심사로 확대되었다. 어떻게 방송에서 만나 결혼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자 궁금증이고 한편으로는 부러움도 함께 했다. 이들의 결혼으로 당장 <연애의 맛>에 대한 시선이 바뀌었다.
가볍게 방송을 위한 연애 정도로 생각했던 출연자들 역시 마음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처럼 적당하게 방송을 위한 연애를 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연이 끝난다고 누가 뭐라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필모 서수연의 결혼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진심을 담지 않으면 모든 것이 거짓이 되어버렸다. 시청자들의 기준이 필연커플에게 맞춰지며 모든 이들 역시 그런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되었다. 물론 이게 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혼이 답일 수는 없지만 연애 프로그램 역시 그저 방송을 위한 방송이 아닌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이필모 서수연 커플의 결혼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들의 결혼 후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들은 구준엽 오지혜 커플과 김정훈 김진아 커플이다.
초기 분위기를 이끌었던 김종민 황미나 커플은 어느새 사라지고 두 커플이 차기 필연커플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김정훈이 달달한 로맨티스트로 변모하며 시청자를 후끈하게 만드는 진정커플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여기에 일본 여행에서 고백 후 연인으로 발전한 구준엽과 오지혜 오구커플 역시 필연커플 이후 핫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의 리얼한 연애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이어지는 것에 대한 재미 역시 큰 몫을 차지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시청자를 대변하는 출연자들의 평가도 흥미롭다. 최화정 박나래 커플의 분위기 이끄는 과정도 흥미롭다. 평범한 연애 프로그램을 추론을 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은 스튜디오에 있는 이들의 추임새가 큰 역할을 한다.
연애는 달콤하다. 내가 해도 그리고 남들이 하는 것을 봐도 달콤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쌉싸름할 수밖에 없다. 당장 <연애의 맛>에 출연하는 이들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걸 감안하면 이 프로그램 역시 평범할 수는 없다. 마치 결혼 정보회사가 자사 홍보를 위해 만드는 프로그램처럼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필모와 결혼을 하는 서수연만 봐도 일반적이라 할 수가 없다. 일본 최고의 미술대학이라 불리는 무사시노 출신에 학교 이름보다 디자인 학부가 더 유명한 국민대에서 강사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무사시노 출신 교수가 존재하고, 그 라인을 통해 교수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집안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부유하다. 오빠와 함께 청담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구준엽과 달달한 로맨스를 이어가는 오지혜 역시 자신의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르꽁드블루 출신으로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훈과 열애 중인 김진아 역시 연세대 졸업 후 인청공항공사에 입사한 인물이다. 모두가 부러워한다는 공사 정직원으로 다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정리될 정도다. 달리 말하면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상대역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이 되어야 출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정도 되니 새롭게 출연하게 된 고주원이 만나는 김보미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부자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글픈 일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연애의 맛>의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기준이 이렇게 정해지게 되면 어느 순간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조건들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제작진들의 이런 선택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만약 고스펙의 좋은 집안의 일반인이 아니었다면 철저하게 외면 받았을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순간 모든 신상이 노출되는 시대에 이는 독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청춘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와 <연애의 맛>에 고스펙의 상대들이 출연하는 것은 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다. 이 정도 스펙과 재산이 없으면 결혼과 연애를 꿈꿀 수 없다는 자괴감을 주는 것 역시 <연애의 맛>이기 때문이다. 성인 동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멋진 연예인과 그에 맞춤형으로 등장하는 상대들. 외모와 직업, 재산까지 기본 이상이 되어야만 출연이 가능한 현실 속에서 그 달달함은 이내 시청자들에게 쓴맛을 선사한다. <연애의 맛>은 그런 점에서 너무 적나라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애의 맛을 깨워주기는 하지만 방송이 끝나는 순간 다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동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현실은 까마득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동화가 달콤하면 할수록 현실은 더욱 잔인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현실과 방송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는 이 기괴한 달콤쌉싸름한 성인 동화 이야기의 성공 신화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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