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이 하선의 정체를 알아버리고 말았다. 연서를 주고 받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서고에서 뭔가를 쓰고 있던 왕이 자신을 향해 연서를 쓰는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들춘 책 사이에 적힌 글은 연서가 아닌 글씨 연습이었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왕은 중전이 아는 왕이 아니었다;
너는 누구냐;
왕을 직접적으로 노리기 시작한 적들과 중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몸 던진 하선
궁에 있는 왕이 왕이 아니라는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세상은 뒤집어진다. 이와 연루된 모든 이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말 그대로 삼족을 멸하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죄다. 신치수는 그 마지막 한 방을 노리며 하선의 흔적들을 찾고 있다. 대비는 호시탐탐 왕을 밀어내려 하고, 진평군은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전은 왕을 향해 "누구냐. 누구냐 넌"이라는 분노 섞인 의문을 던졌다. 자신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왕과 완전히 닮은 이 남자의 낯설음에 대한 당황스러움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이상한 순간들은 존재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왕의 행동을 단순히 광증이 나서 만들어진 결과 정도로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한 왕은 왕이 아닌 광대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것은 무리다. 도승지가 뒤늦게 알고 직접 중전을 찾아 모든 상황들을 알렸다.
자신이 왕과 얼굴이 닮은 광대를 추천했고, 광증이 있던 왕은 치료를 받던 중 '붕어'하셨다는 말까지 했다. 왕이 사망한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왕비가 왕의 사망 사실도 몰랐고, 광대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들은 아니었다.
중전은 이 사실을 조정대신들에게 알릴 수도 없다. 궁에는 자신의 편이라고는 자신을 속인 하선과 도승지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전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출궁 외에는 없었다. 도승지가 나서 중전의 마음을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상태다.
중전이 출궁을 하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대비다. 어떻게든 중전을 흔들어 무너트리려 했던 대비로서는 이번 기회에 중전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출궁을 빌미로 사약까지 내려야 한다는 대비를 향해 하선은 강력하게 반박했다.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말이다.
도승지 역시 중전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닫고 폐서인을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알렸다. 최소한 중전의 목숨을 살리는 방법은 폐서인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선의 생각은 달랐다. 도승지가 꿈꾸는 백성 모두가 행복해지는 나라에 왕비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하선의 생각은 명확했다.
"그 나라에는 중전마마도 함께 해야 합니다"
하선의 이 발언에 도승지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명 사신단까지 앞둔 상황에서 왕이 궁을 비우는 일은 위험하다. 하지만 도승지는 하선을 막을 수 없었다. 단 사흘 간의 말미를 주겠다고 했다. 그 시간 안에 중전을 데려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왕의 부재를 숨기기 위해 광증이 도진 연기를 하는 조내관의 사투는 일부 성공하기도 했지만, 영원히 숨길 수는 없었다. 왕이 광증이 도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했다. 신치수와 진평군은 정상을 넘어 너무 바른 왕이 되어버린 그를 두려워하던 차에 광증이 도졌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왕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대비를 이용한 이들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대비는 이번 기회에 왕까지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광증이 도졌다고 했지만 그곳에 왕은 존재하지 않았다. 왕비가 출궁하고 왕이 사라졌다.
대비 입장에서는 중요한 시기에 왕과 왕비가 외유를 나간 것으로 곡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옥쇄와 병부'를 달라는 대비와 대립각을 세운 도승지. 왕의 부재를 틈타 권력을 탐하는 대비에게 분노한 도승지와 그런 그에게 격분한 대비의 충돌은 이후 어떤 상황들로 이어질지 예측하게 만들었다.
왕이 부재한 사실을 안 신치수는 명 사신이 머물고 있는 개성으로 달려갔다. 진평군은 사병을 동원해 왕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오는 상황에서 하선이 찾은 곳은 부원군이 유배된 곳이었다. 출궁을 한 중전은 그렇게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뵈러 왔다.
왕의 호위무사인 장 무관의 도움으로 아버지와 재회한 중전은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보내는 하룻밤. 그 밤 중전은 자신이 사랑한 왕 하선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봐도 자신이 사랑한 이는 하선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잠들지 못하고 벌판에 서서 중전이 들어간 유배지만 바라보는 하선은 그렇게 중전을 데리러 홀로 그곳으로 향하다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다. 중전은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드릴 식사를 챙기고 목숨은 끊으려 했다. 비밀을 폭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고 살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절벽 앞에선 중전을 막아선 것은 하선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살아 달라는 하선의 말이 중전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사랑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 중전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 놓은 것은 역설적으로 진평군의 사군이 쏜 화살이었다.
중전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화살을 맞은 하선. 그런 하선을 끌어 안으며 "전하"라고 외치는 중전의 모습은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침은 주변에 위급함을 알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중전의 마음 속 광대 하선은 이제 진정한 의미의 왕으로 받아들이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신치수의 농간에 함께 손발을 맞춰 도승지를 위협하는 명 사신. 그리고 조선을 침략하려는 후금의 행위까지 복잡한 상황 속에서 왕을 시해 하려는 대비와 진평군의 위협까지 더해지며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남자 하선은 과연 진짜 왕이 되어 중전과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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